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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작가共방

티치아노 <전원의 합주곡> 캔버스에 유채 105×137cm 1509년경 드농관 1층 7실 티치아노(Tiziano Vecellio, ?1488~1576)는 베네치아 화파의 선구자격인 벨리니 집안의 거장, 젠틸레 벨리니와 조반니 벨리니에게서 그림을 배웠다. 벨리니의 문하생이자 또 다른 거장으로는 조르조네(Giorgione, 1478~1510)를 들 수 있다. 은 한때 티치아노가 아니라 조르조네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최근의 연구에 따라 두 사람의 공동 작업으로 본다. 두 사람이 도제 시절부터 이미 공동 작업을 자주 하던 터였기 때문이다. 은 19세기 인상주의 그림의 태동을 알리는 신호탄급 화가 마네(Édouard Manet, 1832~1883)가 살롱전에 출품하였다가 낙선한 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게 .. 더보기
헤드폰을 착용하고 염불을 하는 스님이 없는 이유는? 헤드폰을 착용하고 염불을 하는 스님이 없는 이유는? 길을 걷다 보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걷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눈앞도 살피고 스마트폰도 살피고 과연 눈이 멀티태스킹(multi tasking, 두 가지 이상의 동시작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공부할 때도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다. 담임선생님이나 부모님들은 하나만 하라고 잔소리를 늘어놓으시지만 자식들은 잔소리라고 치부한다. 걷는 행위에도 우리 뇌의 많은 부분이 동원된다. 소뇌는 땅이 움푹 패었는지, 볼록한지, 지표의 성질에 따라 달라지는 근육의 긴장도를 조절한다. 중뇌는 보폭의 크기를 결정하며 언제 발을 떼고 내려놓을지 그 타이밍을 관장한다. 대뇌의 후두엽의 시각피질은 물체의 모양과 위치, 운동.. 더보기
피스타치오 같은 도시, 테헤란 “언니 여기에요!” 시장통 같은 공항 검색대를 빠져나오느라 지칠 대로 지친 내 앞에 마중 나온 후배가 보였다. 흰 코트를 입은 후배는 히잡 대신 코트 모자를 푹 눌러쓰고 서 있었다. 옆엔 일행으로 보이는 건장한 이란 남자가 두 눈을 끔벅이며 ‘저 여자인가보다’라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후배는 과 후배인 동시에 일하게 된 회사의 선임이기도 했다. 공항까지 마중 나온 건 바로 이 때문. 동행한 이란 남자는 회사 소속 운전 기사였다. 후배와 안부를 주고받으며 차 뒷자리에 나란히 타자 차는 곧장 테헤란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메마르고 황량한 땅이 창문 밖에 가득 펼쳐졌다. 테헤란은 이맘 호메이니 공항에서 북쪽으로 조금 더 가야 나온다고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지러운 시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테헤란 .. 더보기
파올로 베로네제 <가나의 혼인 잔치> 캔버스에 유채 677×994cm 1563년 드농관 1층 6실 높이 6미터를 훌쩍 넘고 넓이는 약 10미터에 이르는 이 대형 작품은 색채 감각이 출중한 베네치아 출신 화가의 그림답게 산뜻하고 생생한 색의 향연 그 자체이다. 는 예수가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지자 기적을 행하여 술통을 다시 가득 채운 일을 그린 것이다. 그러나 한가운데에 옅은 후광을 두르고 있는 예수와 그 곁에 앉아 술이 떨어진 것을 염려하는 마리아의 모습으로나마 이 그림이 종교화임을 간신히 알 수 있을 뿐, 화려한 옷을 골라 입고 모여든 귀족들의 허영의 끝을 보는 것 같다. 베로네제(Paolo Veronese, 1528~1588)는 현재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걸린 도 이런 방식으로 그렸다. 예수가 마지막으로 제.. 더보기
1990년대 시민운동의 정점, 2000년 총선연대 Ⅰ 1) 두 번의 변곡점 최근 시민단체들은 국정원의 선거 개입 문제에 대한 촛불시위를 주최하고 만들어가느라 연일 정신이 없다. 글을 쓰는 오늘도 촛불시위가 있었으니, 이번 주도 시민단체들은 촛불시위를 준비하고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을 것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초기 광우병 쇠고기 문제로 연일 촛불시위가 있었을 때 나도 시민단체들의 연대기구인 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으로 정신없이 바빴던 것이 생각난다. 이렇게 큰 사건들에 대응하고 있을 때에는 그럴 일이 적지만 상대적으로 덜 했던 2000년대 중반엔 “요즘 시민단체들 뭐해?” 하는 질문을 많이도 들었다. 그 외에도 시민운동을 한다고 하면 으레 듣는 질문 몇 가지가 있다. “생활이 되느냐?”라는 것이 제일 많은 질문이고, “정치할 거냐?”도 많이 듣는 질문.. 더보기
양파 같은 성소, 모스크 네모난 화면 속, 만화 의 궁전은 참 신비로웠다. 노란 양파 모양의 돔을 얹어 놓은 궁전들. 별이 빛나는 밤, 재스민 공주가 알라딘과 카펫을 타고 날아간 하늘 아래도 동근 돔을 얹은 건물들이 서 있었다.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 2011년 이란. 에서 빛나던 돔 건물이 내 눈앞에 다시 나타났다. 더 거대하고 더 다채로운 ‘모스크’로 말이다. 이란에 가기 전 한남동 언덕에 서 있는 모스크를 본 적이 있다. 1976년 세워진 이 모스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람 성원을 본 뜬 것으로 타일 하나, 벽돌 하나 모두 이슬람 국가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한국 무슬림 사절단이 이슬람 각국에서 돈을 끌어 모아 지었다고도 했다. 뒷얘기가 풍성한, 한국 무슬림의 총 본산지였지만 어쩐 일인지 내 눈엔 그냥 밋밋한 이슬람식 건물.. 더보기
내가 사랑하는 지구, 당신이 살고 있는 지구 내가 사랑하는 지구, 당신이 살고 있는 지구 2009년 3월 어느 따스한 봄날, 홀로 관악산에 올랐다. 바위산의 계곡을 따라 올라 능선에 서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정상의 멋진 모습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관악산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서울대학교가 지금의 관악 캠퍼스로 이전한 때인 1975년부터 거의 30여 년 동안, 부끄럽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관악산에 오른 적이 없었다. 지질학자로서 연구를 위해 수없이 많은 야외 조사를 했고, 수많은 산에 올랐지만, 그것은 발아래에 펼쳐진 땅의 역사를 연구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다. 고개를 들어 자연의 경관을 살피고 아름답다고 느꼈던 것 또한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뒤로 지금까지 나는 주말마다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산을 찾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삼천리금수강산.. 더보기
레오나르도 다 빈치 <페로니에르를 한 아름다운 여인> 목판에 유채 63×45cm 1495년경 드농관 1층 5실 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느라 스쳐 지나기 쉬운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의 걸작 중 하나가 바로 이 그림이다. 모델에 대한 정보는 추측만 있을 뿐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으나, 레오나르도가 밀라노에 머물던 시절, 도시의 수장이었던 루도비코 일 모로(루도비코 스포르차가 본명이나 검은 피부 때문에 ‘일 모로’, 즉 아랍 사람 같다는 뜻의 별명으로 주로 불린다)의 정부 루크레치아 크리벨리나를 그린 것이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다. 이 그림이 ‘라 벨 페로니에르’, 즉 ‘페로니에르를 한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제목으로 불린 것은 18세기부터였다. 프랑스 여인들은 그림 속 여인의 이마에 달린 예쁜 철 장신구를 페로니.. 더보기
왜 어떤 사람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걸까? 왜 어떤 사람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걸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감각의 제국이다. 세상에는 볼 것도 많고 들을 것도 많고 냄새 맡을 것도 많다. 문제는 우리의 코와 귀와 눈이 세상의 모든 자극들을 다 지각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우리는 한정된 것만을 지각한다. 한정된 것만을 지각하는 행위는 어떤 것을 지각하고, 어떤 것을 지각에서 배제하는 행위로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극의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이라고 한다. 각인각색(各人各色),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다. 생김새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고, 기억도 다르다. 고등학교 동창이라면 공유하고 있는 기억이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에다. 졸업을 한 지 오랜 시간이 흘러 만난 친구들을 보면, 친구들마다 특별.. 더보기
전 국민적인 스모커들 어느 날 우연히 회사 여직원들의 흡연 현장을 목격했다. 그녀들은 색색깔의 스카프를 두른 채 사무실 밖 혹은 비상구 계단에서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고 있었다. ‘오, 이란 여자들도 담배를 피우는구나!’ 이란 여성이 담배 피우는 걸 상상해 본적이 없었다. 한국에서도 아직 여성 흡연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마당에 담배 피우는 이란 여성의 모습이라.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내 생각에 차도르를 입은 성스러운 이란 여인의 손가락에 담배는 당치도 않았던 것이다. 이란에 와보니 남성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담배 피우는 여성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히잡을 쓴 이란 여인들은 노천카페에서 우아하게 담배를 물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란 곳곳을 두루 다녀보니, 시골 여성보다는 도시의 여성 흡연율이 높은 듯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