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유채
105×137cm
1509년경
드농관 1층 7실
티치아노(Tiziano Vecellio, ?1488~1576)는 베네치아 화파의 선구자격인 벨리니 집안의 거장, 젠틸레 벨리니와 조반니 벨리니에게서 그림을 배웠다. 벨리니의 문하생이자 또 다른 거장으로는 조르조네(Giorgione, 1478~1510)를 들 수 있다. <전원의 합주곡>은 한때 티치아노가 아니라 조르조네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최근의 연구에 따라 두 사람의 공동 작업으로 본다. 두 사람이 도제 시절부터 이미 공동 작업을 자주 하던 터였기 때문이다.
<전원의 합주곡>은 19세기 인상주의 그림의 태동을 알리는 신호탄급 화가 마네(Édouard Manet, 1832~1883)가 살롱전에 출품하였다가 낙선한 <풀밭 위의 점심식사>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이 작품은 인물들이 없다고 가정하고 보아도 완벽한 한 폭의 풍경화가 될 것 같은 베네치아 화풍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부드럽고 유연한 곡선으로 그려진 여신의 누드에 드리워진 빛과, 어둠 속에 묻힌 두 남자의 얼굴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티치아노는 16세기 유럽 최고의 화가로, 미켈란젤로와 비교될 만큼 명성을 쌓았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카를 대제는 그가 붓을 떨어뜨리면 직접 몸을 숙여 집어 줄 정도로 예를 다했다. 유럽 각국의 왕과 귀족들이 앞다투어 그에게 초상화를 의뢰했으며, 그가 그린 그림 한 점 갖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할 정도였다.
살아생전 온갖 명예와 부를 다 누리고 살았던 티치아노는 자신의 나이를 수시로 부풀리곤 해서 그 탄생 연도가 출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거의 아흔 살까지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흔의 나이에 말을 타고 다니고 고기도 잘근잘근 씹을 수 있을 정도의 건강한 이를 가졌던 그는 여성 편력도 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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