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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작가共방

조반니 파올로 판니니 <고대 로마 풍경이 있는 화랑>, 카날레토 <산 마르코 항에서 바라본 몰로> 조반니 파올로 판니니 캔버스에 유채 231×303cm 1758년 드농관 1층 14실 카날레토 캔버스에 유채 47×81cm 1730년경 드농관 1층 23실 조반니 파올로 판니니(Giovanni Paolo Pannini, 1691~1765)는 로마에서 극장 무대 배경을 그리는 화가로 활동했다. 그러다 로마의 고대 유적에 관심을 갖고, 폐허가 된 옛 로마의 풍경을 낭만적으로 그리면서 명성을 얻게 된다. 그는 건축물 등 실제의 풍경에 화가의 상상을 곁들인 ‘카프리치오(capriccio)’ 양식에 능통했다. 은 말 그대로 고대 로마의 유적을 배경으로 한 어느 화랑의 모습을 담고 있다. 상상이 가미된 것이니만큼 실제와 똑같지는 않겠지만 18세기의 화랑 풍경이 어떠했는지, 그 분위기를 대충 가늠할 수 있다. 그는 로.. 더보기
카라바조 <성모의 죽음> 캔버스에 유채 369×245cm 1601~1605년 드농관 1층 8실 17세기로 접어들면서, 미술은 르네상스에서 매너리즘을 거쳐 바로크 시대로 향한다. 바로크 시대 미술의 특징 중 하나가 명암의 차이를 극명하게 하여 훨씬 더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테네브리즘(tenebrism)이라고 할 수 있다. 카라바조(Caravaggio, ?1573~1610)는 바로 이 테네브리즘의 대가로, 이후 수많은 화가들이 그의 기법에 경도되었다. 에서는 어디선가 인공조명이 비추는 듯한 탁월한 빛의 연출로 인해, 마치 연극 무대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카라바조는 화가로서의 위대함만큼이나 특이한 기행으로도 악명 높다. 어린 시절 페스트로 가족을 잃은 뒤부터 시작된 걷잡을 수 없는 방황과 방랑은, .. 더보기
시민운동의 시대, 세상을 바꾼 시민단체들 1990년대 시민단체들이 이룬 성취는 지금 돌아봐도 대단한 것들이었다. 경실련의 금융실명제 주장이나 한약 분쟁의 조정과 중재, 토지공개념 3개 법안의 입법에 대한 기여, 공명 선거운동을 통한 선거제도의 변화 참여연대의 부패방지법, 소액주주 소송을 통한 기업 경영의 투명성 제고, 처음으로 우리 사회가 복지에 눈 돌리게 한 국민생활최저선운동, 우리 사회가 생태적 가치에 주목하게 한 환경운동연합의 동강댐 건설 반대, 환경단체들의 쓰레기 종량제 시행 요구 등 나열하자면 한이 없을 것 같은 아주 구체적인 성취들이 각 단체의 프로필란을 장식하고 있다. 이들이 이룬 성취 하나하나가 우리 사회의 변화와 관련해 작지 않은 의미가 있는 것이고, 다 살펴보자면 그것만으로도 긴 이야기가 될 것이다. 예컨대 경실련의 금융실명제.. 더보기
우리 술 한 잔 하자 언젠가는! “저것 봐. 옛날에는 다 마셨다니까.” 선배는 손가락으로 벽화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스파헌의 유명관광지 체헬소툰 궁전 안, 한 벽화 그림을 마주하고 있었다. 선배는 직장 문제 때문에 10년 가까이 이스파헌에 살고 있었다. 그가 여태껏 족히 열 번은 넘게 봤을 이 그림을 두고 한 말은 바로 현 금주 정책은 전통에 위배되는 행위라는 것. 거대한 스크린처럼 펼쳐진 아치형 벽화 속 연회 장면엔 녹색 치마를 입은 한 여인이 허리를 숙이며 콧수염 난 남자에게 붉은 술이 담긴 술잔을 건네주고 있었다. 이란에 오기 일주일 전까지 나는 한 대학 근처에 살았다. 집 주변엔 밤이 되면 노란 등이 켜지고 발그레한 얼굴들과 왁자지껄한 소리가 뒤섞여 흘렀다. 한마디로 술집으로 가득한 주림(酒林) 한 가운데에 있었던 것. 일주일 .. 더보기
로소 피오렌티노 <피에타> 캔버스에 유채 127×163cm 1530년경 드농관 1층 8실 ‘피에타(Pietà)’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다. 미술에서는 주로 성모 마리아가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나 조각상을 일컫는다. 로소 피오렌티노의 에서 예수와 그의 왼팔을 잡고 무릎을 꿇은 요한의 몸은 마치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인물군상처럼 울퉁불퉁한 근육을 드러내 놓고 있다. 그러나 보통 흰색으로 그려지는 수의가 붉은 기운이 가득 도는 오렌지빛으로 그려진 것이라거나, 검붉게 처리된 예수의 얼굴은 이 그림이 르네상스의 단정한 색감에서 한참 벗어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온통 붉은색인 가운데에서도 예수의 늘어진 시신만큼은 붉은 기가 돌지 않아 더욱 섬뜩한 느낌을 준다. 로소 피오렌티노(.. 더보기
경실련으로 시작된 1990년대 시민단체, 참여연대로 자리 잡다 1990년대에 급격히 성장한 시민단체들은 총선연대 활동을 거치며 사회적 영향력의 정점을 찍었지만, 언론과 정치권의 견제로 성장이 위축되는 모습도 보였다. 동시에 보수적인 시민단체들의 등장과 보수적인 정부의 등장으로 과거 같은 영향력을 차지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의 시민단체 활동이 1990년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것이 반드시 그런 외적인 조건 탓만은 아니다. 1990년대에 성장한 시민단체들이 언론의 우호적 보도 태도 같은 외적인 환경의 영향도 있지만, 1980년대와 다른 사회적 변화와 새로운 사회적 문제의 발생에 대한 나름의 통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2000년대의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한 통찰이 부족했던 점은 내적 문제로 인식하고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200.. 더보기
세헤라자데가 이야기꾼이 된 이유 난 테헤란 대학 맞은 편 거리에서 입을 헤 벌리며 서 있었다. “와, 책 진짜 많다.” 테헤란 대학 맞은편, 도로를 따라 서점들이 줄지어 서 있는 이 거리는 세계 최대 서점 거리 중 하나라고 했다. 프랑스에 오데옹 헌책방 거리가, 일본에 간다 거리가 있다면, 이란엔 이곳 테헤란대학 서점 거리가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 출간되기도 한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의 작가 아자르 나피시는 이 거리를 분홍빛으로 회상했다. 그녀는 이 거리를 걸으며 이 책방 저 책방을 돌아다니다가 영국의 무명작가 윌리엄 그린을 아는 책방 주인이나 손님을 발견하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고 했다. 책도 책방도 많으니 보물 같은 책들이 숨어 있을 수밖에. 테헤란에서 유학하던 선배가 교수님께 희귀서적을 내밀며 이 서점 거리에서 겨우 찾아낸 책.. 더보기
주세페 아르침볼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캔버스에 유채 캔버스에 유채 76×63cm 76×64cm 1573년 1573년 드농관 1층 8실 드농관 1층 8실 캔버스에 유채 캔버스에 유채 77×63cm 76×63cm 1573년 1573년 드농관 1층 8실 드농관 1층 8실 이 신비로운 그림 앞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인다.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계절의 이치에 걸맞은 나무와 꽃과 열매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림의 주인공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막시밀리안 2세 황제이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처음엔 스위스 인근 지역의 소영주 집안이었으나 훗날 오스트리아로 거점을 넓히면서 지속적으로 정략결혼을 감행, 스페인 지역까지 통치하는 명실공히 유럽 최강의 가문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 왕가는 세력 확장과 유지에 너무나 골몰한 나머지 근친혼도 마다하지 않.. 더보기
1990년대 시민운동의 정점, 2000년 총선연대 Ⅱ 3) 총선연대, 그리고 1990년대 시민운동의 분화 1990년대 시민운동의 정점인 총선연대의 과제인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논의는 1999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당시 의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은 너무 큰데, 아무리 시민운동이 압력을 가해도 변화할 조짐은 없었다. 결국, 시민단체들은 표로 심판하는 선거 과정에 참여하여 압력을 가하지 않는 한 정치권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공통의 인식을 확인하고 낙천낙선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당시의 선거법은 단체의 선거운동 참여를 막고 있었기 때문에, 시민단체들이 합법적으로 선거운동 과정에 참여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시민단체의 선거운동 참여를 가로막는 선거법 제87조의 개정도 함께 요구하기로 하였다. 1990년대에 선거 과정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시민운동의 모.. 더보기
너 그 말 진짜니? 기숙사 앞 슈퍼 아저씨와 거의 매일 실랑이를 벌였다. 실랑이는 보통 이런 식이었다. “머스트(플레인 요구르트) 얼마에요?” “거벨리 나더레” “에이. 얼마에요?” “거벨리 나더레.” “얼마냐니까요.” “거벨리 나더레.” “정말요?” “1200토만만 주세요.” ‘거벨리 나더레’는 직역하자면 이런 뜻이다. “이건 (당신에 비하면) 아무 가치가 없어요.” 고로, 내가 요구르트보다 훨씬 귀중하니 돈을 받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거짓말이었다. 아저씨는 결국 돈을 받았으니 말이다. 난 요구르트보다도 못한 사람이었다. 빈말의 달인. 말 그대로 슈퍼 아저씨는 빈말의 달인이었다. 그런데 아저씨의 빈말에 이란사람들이 보인 반응은 의외로 심심했다. 매번 얼마냐고 되묻던 나와 달리 익숙하다는 듯 빈말을 주고받지 뭔가. 이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