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에 유채
63×45cm
1495년경
드농관 1층 5실
<모나리자>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느라 스쳐 지나기 쉬운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의 걸작 중 하나가 바로 이 그림이다. 모델에 대한 정보는 추측만 있을 뿐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으나, 레오나르도가 밀라노에 머물던 시절, 도시의 수장이었던 루도비코 일 모로(루도비코 스포르차가 본명이나 검은 피부 때문에 ‘일 모로’, 즉 아랍 사람 같다는 뜻의 별명으로 주로 불린다)의 정부 루크레치아 크리벨리나를 그린 것이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다.
이 그림이 ‘라 벨 페로니에르’, 즉 ‘페로니에르를 한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제목으로 불린 것은 18세기부터였다. 프랑스 여인들은 그림 속 여인의 이마에 달린 예쁜 철 장신구를 페로니에르라고 부른다. 그러나 원래 페로니에르는 ‘페론 씨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그림 속 여자가 루도비코 일 모로의 정부가 아니라 프랑스의 왕 프랑수아 1세의 정부로, 철물 장식업자인 ‘페론 씨의’ 아내일거라는 가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프랑스어 사전을 펼쳐 찾아보면, 페로니에르(ferronnière)는 첫째, 여자의 이마에 두르는 금줄 달린 보석 장신구, 둘째, 철물 제작[판매]업자의 아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암흑 같은 검은 배경은 관람자의 시선을 오로지 이 아름다운 여인에게만 집중하도록 한다. 정면이 아니라 몸을 살짝 비틀고 있어서 여인의 존재가 더욱 자연스럽다. 게다가 하단에 그려 넣은 창틀 때문에 그림을 통해서가 아니라 마치 실제로 어딘가에서 우연히 창 너머에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는 듯한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엇나간 듯 살짝 치켜뜬 시선은 여인의 성격이 그다지 호락호락할 것 같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생긴 것과 성격은 가끔 아주 다르다지만 말이다.
지적이면서도 날카로운 눈매, 날렵한 코, 단호하게 다문 입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얼굴의 윤곽은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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