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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작가共방

안드레아 만테냐 <성 세바스티아누스> 캔버스에 에그 템페라 255×140cm 1480년경 드농관 1층 5실 성 세바스티아누스는 로마 제국 시절 순교 당한 기독교인이었다. 그는 기독교 박해가 극에 달하던 시기,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근위병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감옥에 갇힌 많은 기독교인을 석방시키다가 기독교인임이 발각되어 사형에 처해졌다. 처형 방법은 당연히 잔인했다. 황제는 그를 기둥에 묶은 뒤 병사들에게 활을 쏘도록 했다. 그러나 많은 기독교 성인의 이야기가 흔히 그러하듯, 신심을 드높일 기적이 일어난다. 수십 발의 화살을 맞고도 아직 죽지 않은 세바스티아누스는 이레네라는 미망인에게 극적으로 구출되어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그러나 순교의 운명을 타고난 그는 기독교인들을 탄압하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앞에 나타나 그.. 더보기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가 되는 일은 불가능할까?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요구는 크나, 준비는 부족하다 두 가지 서로 다른 제목의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하나는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세계화에 관한 국제포럼 IFG, International Forum on Globalization, 필맥, 2009)≫, 다른 하나는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요르겐 렌더스, 생각연구소, 2013)≫라는 책이다. 마치 반쯤 찬 물 한 컵을 놓고 반이나 남았다고 하는 것과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는 것 같은 제목이지만 두 책 모두 지금 같은 사회 발전 패러다임으로는 이 세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우리가 사는 삶의 패러다임과 사회 발전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지난 대선이 우리 사회에서는 바로 이런 인식, 지금까지 우리 사회 발전의 패러.. 더보기
지하철 안에서 재밌는 책을 읽지 말아야 할 이유는? 지하철 안에서 재밌는 책을 읽지 말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에 집중해 몰입하면 실제로 청력이 차단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용운의 의 자연과학적 논증인 셈이다. 다음은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011년 5월 27일자 신문에 실린 내용이다. 사람이 책이나 낱말퍼즐게임에 몰입할 때 주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인지신경과학회 닐리 라비(Nilli Lavie) 교수팀이 실험을 통해 그 이유를 밝혔다. 라비 교수팀은 100명의 자원봉사자를 뽑아 실험에 참가하게 했다. 실험참가자들에게는 각각 헤드폰을 끼고 십자말 퍼즐을 풀게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한 쪽에는 가로세로의 배경색을 달리해 퍼즐의 난도를 쉽게 하고, 다른 한 쪽에는 가로세로 색 구분을 없애고 글자 길이를 비슷하게 하.. 더보기
카펫, 어찌됐든 꿰매지는 인생 발수건이 필요 없었다. 바닥에서 자도 등이 따뜻했다. 물 흘려도 닦을 필요가 없었다. 맞다. 바퀴벌레도 압사된 채 발견됐다. 불쌍한 녀석들. 이건 다 카펫, 카펫 덕분이다. 이란의 모든 집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다. 처음 살던 집 방에도 붉은 카펫이 깔려 있었다. 말 그대로 레드카펫. 늘 장판 바닥만 밟고 살아온 내게 카펫의 푹신한 감촉은 정말이지 이란에 있다는 걸 실감케 했다. 한국에선 카펫은 가을이나 겨울용이다. 여름엔 카펫을 걷어내고 맨 바닥을 밟거나 대나무 장판을 깐다. 두꺼운 카펫은 보기만 해도 더우니까. 반면 이란의 모든 가정집에는 사시사철 카펫이 깔려 있다. 여행을 다니면서 수많은 이란 가정집을 다녔는데, 아무리 거실이 넓어도 여러 장의 카펫을 깔아 거실을 채웠다. 우리처럼 바닥 한복판에 .. 더보기
피사넬로 <젊은 공주의 초상화>,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시지스몬도 판돌포 말라테스타> 피사넬로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코 목판에 유채 목판에 템페라·유채 43×30cm 44×34cm 1435년경 1450년경 드농관 1층 4실 드농관 1층 4실 신성을 중시하던 중세에는 개인의 초상화가 여간해서는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 중심의 고대 그리스 로마의 사고가 부활한 르네상스 시대에는 개인 초상화가 폭발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고대 로마 시절에는 황제나 귀족들이 자신의 측면 얼굴을 새겨 넣은 메달이나 동전을 주문 제작하곤 했다. 평면적인 얼굴의 동양인들과 달리 입체적인 선을 가진 서양인들은 측면 얼굴을 그리는 것이 한 인물의 위엄을 나타내는 데 있어서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피사넬로(Pisanello, 1395~?1455)는 르네상스 시절 이탈리아 실세들의 얼굴을 기념비적으로 새겨 넣는.. 더보기
테헤란 택시 블루스 회사 다니던 시절, 거의 매일 밤 똑같은 이란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애인이면 좋았겠지만, 콜택시 회사였다. “옉 턱시 바러예 조르단 미커스탐.(조르단 가는 택시 한 대 부탁합니다)” 야근을 하다 보면 곧 밤이 됐다. 회사에서 집은 그리 멀지 않았다. 그러나 테헤란이든 서울이든 밤에 혼자 다니면 불안한 법. 무조건 콜택시를 불렀다. 출근할 땐 퇴근할 때와 달리 택시를 두 번이나 탔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출근 길 아침, 집 앞 큰 도로에 서 있으면 낡은 차들이 다가와 창문을 스르르 열었다. “모스타킴?” 이렇게 묻고 운전사가 고개를 끄덕이면 난 그 즉시 차에 올라탔다. 차를 타고 회사 방향으로 꺾어지는 모퉁이까지 내려간 뒤 그곳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회사로 향했다. 매일 출근길이 이런 식이었다. 모스타.. 더보기
삼엽충을 요리하면 뭐가 나올까? 나는 아주 어렸을 때 지구가 평평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는 지구를 둥글다고 가르쳤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땅덩어리는 끝없이 평탄했기 때문이다. 책 속의 지식과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왜 산은 높고 바다는 깊을까? 바닷물은 왜 짤까? 하루는 왜 24시간일까?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도 모두 이유가 있다. 나는 삼엽충이라는 화석을 연구하는 지질학자로 스스로 “삼엽충을 요리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지질학자는 암석과 화석을 요리하는 셰프이기도 하고, 과거를 기록한 암석 속 증거를 찾아내어 지구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밝히는 탐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땅덩어리에 기록된 지구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예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상상한다. 아주 오래전 지구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지구는 어떻.. 더보기
‘팟캐스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0회 방송을 시작하며 ‘팟캐스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0회 방송을 시작하며 1 마침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전20권, 이하 조조록)이 대장정을 마쳤다. 2003년 7월 15일에 초판 1권 ‘개국 편’을 내놓았고 2013년 7월 22일에 20권 ‘망국 편’을 선보였으니 초판 발행일로부터 꼬박 10년, 정확히 말하면 3650일에 7일을 더한 3657일 만의 경사이다. 휴머니스트는 올해 초, 마지막 권인 20권의 발행일을 6월 24일로 예측하고 3개월 전인 3월에 완간 준비에 착수했다. 우리의 미션은 단 하나였다. “휴머니스트가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다 한다.” 이것이 완간을 앞둔 휴머니스트의 전사적인 목표이자 결의였다. 지난 4월 26일, 《조조록》의 기획편집을 총괄해온 위원석 교양만화 주간은 휴머니스트 사내 인트라.. 더보기
프라 안젤리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 프레스코 435×260cm 1440년경 드농관 1층 2실 화가의 이름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 1387~1455)는 ‘천사 같은 수도사 형제’라는 뜻이다. 그는 도미니크 수도회의 수도사로 출발하여 훗날 피에솔레의 한 수도원의 원장에까지 오른 성직자였다. 도미니크 수도회는 르네상스 시기에 산 프란체스코 수도회와 쌍벽을 이룬 종교 단체로, 이 수도회 소속인 피렌체의 산 마르코 수도원 내부는 프라 안젤리코가 그린 질적, 양적으로 엄청난 수준을 보여 주는 벽화들로 유명하다. 프라 안젤리코는 수도사로서 복음을 전파하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었지만, 무엇보다 ‘인간 각자에게 부여된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여 신의 뜻을 전하라’는 도미니크 교단의 가르침도 완벽하게 수행했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작가이자 미술.. 더보기
우리, 상상력으로 권력을 바꿔보자 2001년 ≪하승창의 엔지오이야기≫란 이름으로 시민운동에 관한 책을 낸 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시민운동은 많은 부침이 있었고 변화도 있었다. 2001년에 낸 책은 90년대 시민운동에 관한 이야기다. 시민운동이 시작된 배경과 90년대 시민운동의 발자취를 내가 경험한 범위 안에서 전한 책이다. 워낙 시민운동의 역사에 관한 책이 없다 보니 지금도 간간이 그 책을 보았다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몇 년 전부터 2000년대의 시민운동에 관한 이야기도 책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다. 한 출판사와 목차까지 정한 기획안이 왔다 갔다 했지만 내가 게으른 탓에 손을 대지 못하고 말았다. 그 사이에 박원순 시장이나 안철수 의원의 선거 캠페인에도 역할을 하게 되면서 결국 그 출판사와는 없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