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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작가共방

왜 우리는 향기로운 님의 목소리에 귀를 먹는가? 1999년 미국의 인지심리학자인 크리스토퍼 차브리스Christopher chabris와 대니얼 사이먼스Daniel Simons가 하버드대 심리학과 건물에서 심리학 역사상 가장 재미있고 독창적인 실험을 한다. 바로 '투명 고릴라' 실험이다. 이 실험은 유투브에서 ‘투명한 고릴라’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험자들은 6명의 학생들을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검은색 셔츠를, 다른 한 팀은 흰색 셔츠를 입혔다. 그리고 두 팀이 뒤섞여 농구공을 패스하게 했다. 그리고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흰색팀의 패스 횟수만 세도록 했다. 동영상 중간에는 고릴라 의상을 입은 여학생이 9초에 걸쳐 선수들 사이로 걸어들어 와 선수들 가운데 멈춰 서서 카메라를 향해 고릴라처럼 가슴을 두드리고.. 더보기
차이(Chai)는 힘이 세다 나는 붉은색을 병적으로 좋아한다. “넌 사주에 불(火)이 없대. 그래서 붉은 색을 많이 입는 게 좋다더라.” 엄마에게 이 말을 들은 뒤로 그랬다. 그때부터 난 속옷부터 상의, 필통, 휴대전화 케이스, 지갑 등 거의 모든 생활용품을 붉은색 계열로 구입하곤 했다. 그러다가 결국 이란에 가선 몸속까지 붉은색으로 채우기까지 이르렀다. 바로 이란의 국민음료, ‘차이(chai, 홍차)’로 말이다. 이 붉은 물을 처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다. 차이를 좋아하기까지는 무려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다. 2010년 엄청난 업무에 시달리던 어느 날, 동료 파라허니가 나에게 느닷없이 차이를 권했다. “승아. 너도 차이를 마셔봐. 소화가 잘돼.” 안 그래도 업무 스트레스에 힘없는 트림을 반복하던.. 더보기
보티첼리, <자유 학예 모임 앞의 젊은 남자> <비너스와 삼미신으로부터 선물을 받는 젊은 여인> 보티첼리 〈자유 학예 모임 앞의 젊은 남자〉 프레스코 237×269cm 1483~1485년 드농관 1층 1실 보티첼리 〈비너스와 삼미신으로부터 선물을 받는 젊은 여인〉 프레스코 211×283cm 1483~1485년 드농관 1층 1실 드농관의 이탈리아 미술은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1510)의 프레스코 벽화로 시작된다. 프레스코(fresco)는 벽에 회반죽을 바른 뒤 그것이 마르기 전에 그 위에 물감으로 색을 입히는 기법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대형 작품에 주로 사용되었다. 프레스코는 일단 마르면 벽이 무너지지 않는 한 오래 보전되기는 하나, 그림을 수정하려면 회반죽부터 다시 발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자유 학예 모임 앞의 젊은 남자〉는 〈비너스와 삼미신으로부터 선물을 받는.. 더보기
세세하게 보는 어미의 눈길을 만드는 것은? 아내는 처녀 때 남들보다 신경이 예민한 여자가 아니었습니다. 다소 무딘 편이었던 아내는 아이를 기르면서 달라졌습니다. 아내는 아이가 자다가 조금만 부시럭대는 소리를 내도 벌떡 일어나 아이의 상태를 살핍니다. 남편의 눈에는 매일 똑같은 얼굴인데 아내는 아이의 얼굴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남편의 눈에는 그 모든 아내의 행동이 호들갑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아내는 아기의 눈 밑을 들여다보라고 하면서 남편에게 호통을 칩니다. 남편은 아기의 눈 밑을 들여다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아기의 눈 밑에는 좁쌀보다 더 조그만 것들이 오돌토돌 돋아 있습니다. 대체 왜 아내에게 보이는 것들이 남편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요? 남편의 감각이 더 무뎌서일까요? 사랑이 부족해서일까요? 왜 매번 아내가 보는 것을 남편은 놓치는 것.. 더보기
히잡, 벗기거나 씌우거나! 내 생애 첫 히잡은 검은 졸업 가운이었다. 이란에 갈 준비를 하고 있던 차, 내가 다름 아닌 이란에 가는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절차 하나가 있었다. 바로 이란 비자를 받기 위해 히잡을 쓰고 증명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경험이 있는 선후배들에게 수소문해보니 알록달록한 스카프보다 검은색이 좋다는 둥 머리카락이 나오지 않는 게 좋다는 둥 말들이 많았지만, 핵심은 하나였다. 얌전하게 보이는 게 좋다는 것. 학교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후배의 말을 듣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사정을 말하니, 아저씨는 정말 놀라운 제안을 했다. “졸업가운으로 찍으면 되겠네!” 그래. 졸업가운 정도면 차도르랑 비슷할 수도 있겠구나. 사실 또 차도르만큼 얌전해 보이는 게 없었다. 결국 난 카메라 앞에서 검은 졸업가운을 뒤집어썼다. 흘러내.. 더보기
루브르 박물관에 가기 전 알아두어야 할 것들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은 1793년 프랑스 혁명(1789년 7월 14일~1794년 7월 28일) 중에 ‘중앙 예술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하였다. 12세기 말, 존엄왕 필리프가 건립한 요새 격의 성채에서 시작된 이곳은 프랑수아 1세, 앙리 4세, 곧이어 루이 13, 14세를 거치면서 꾸준히 증축되었고, 1989년 미테랑 대통령 시절에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밍 페이가 유리 피라미드를 세우면서 현재의 외관을 갖추게 되었다.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품은 왕실 수집품으로부터 시작된다. 베르사유로 수도를 옮긴 태양왕 루이 14세는 프랑수아 1세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한 왕실 소장품들에 자신의 수집품들을 더해 이곳 루브르와 인근 그라몽 호텔로 옮겨 보관하기 시작했다. 루이 15세 시.. 더보기
마음이 보려고 해야 눈이 본다 어떤 사람은 야구를 재밌게 봅니다. 야구 선수 이름도 줄줄이 욉니다. 저 타자는 타율이 얼마고 출루율이 얼마인지도 줄줄이 꿰고 있습니다. 포수, 투수, 유격수, 일루수, 외야수, 각 포지션의 선수들의 이름은 물론 그들의 실적까지도 마치 도표를 읽듯 훤히 알고 있습니다. 경기를 한 번 보고도 경기내용을 마치 해설가가 경기 내용을 전하듯 남들에게 생생하고 흥미롭게 전달합니다. 그러나 경기의 승패에 전혀 관심이 없는 야구의 문외한들은 야구를 관람하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야구를 본다고 하더라도 대체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든 장면 장면이 뒤죽박죽일 것입니다. 경기 내용을 기억해보라고 해도 전혀 기억을 해내지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왜 두 사람이 똑같은 경기를 보고도 본 내용이 이렇게 다를까요? 이런 일은 현실.. 더보기
오색찬란 카펫 같은 이란을 만나보자 혹시 아시나 몰라? 니체의 에서 짜라투스트라가 페르시아 태생의 조로아스터라는 것! 괴테가 대적할 자 없다고 극찬한 시인인 페르시아의 시인 허페즈는? 천일야화 속 이야기꾼 세헤라자드가 페르시아의 왕비였다는 건? 페르시아인이 활약했던 중세 이슬람 문화가 바로 오늘날 서양문화의 토대였다는 사실은? 이란. 우리는 이란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중동의 한 국가 혹은 최초의 이슬람 공화국. 근본주의 이슬람, 처도르, 핵, 테러, 석유, 반미 혹은 한국 축구의 숙적?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이란을 접하는 창구는 TV뉴스나 신문 등 주로 언론 매체다. 그렇다면 언론은 이란에 관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주로 위에서 말한 이란다운 이야기 혹은 이란 같은 이야기들이다. 언론은 뉴스감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 하니.. 더보기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를 펴내며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를 펴내며 1 그는 혁명가를 좋아했다. 아니, 그 자신이 혁명가였다. 그는 시를 좋아했다. 아니, 그 자신이 시인이었다. 마흔 살의 혁명에 관한 기록인 그의 저서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의 서문에 그는 이렇게 썼다. “‘타도, 구본형!’ 이것이 이 책 속에 숨어 있는 정신이다. 나는 나의 문화사, 이 개인의 실록을 통해 내가 넘어서고 극복해야 할 나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다.’는 나의 비전은 먼저 이렇게 나에게 적용되었다. 내가 내 직업의 첫 번째 고객인 것이다.” ‘타도, 구본형!’의 자기 혁명은 ‘어제보다 아름다운 오늘’이라는 시적 삶으로 매일 새롭게 태어났다. 그런 그가 불현듯, 어느 날 세상을 떠났다. 2 20년 넘게 900여.. 더보기
유럽의 미술관을 가려는 당신에게 유럽을 다녀온 사람들이 루브르나 오르세, 혹은 내셔널 갤러리나 프라도 미술관을 들르지 않았다고 하면 분명 의아하다. 하지만 사정이 허락해 몇 달씩 한 도시에 머문다면 모를까, 하루 혹은 반나절 코스로 그 도시의 필수 코스라는 미술관을 택한 사람들은 대부분 미술관 입구에 선 긴 줄을 보고 벌써 조급증을 느낀다. 루브르나 프라도는 말할 것도 없고, 비교적 작은 규모여서 보기 좋다는 오르세조차도 막상 소장품을 다 보려면 꽤 힘에 부친다. ‘꼭 가야 할 유럽 미술관 리스트’는 우리나라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가는 곳마다 전 세계 관람객으로 넘쳐난다. 프랑스의 대문호 스탕달은 피렌체를 여행하던 중 산타 크로체 성당에 들어갔다가 그곳의 위대한 예술 작품에 감동한 나머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의 현기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