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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작가共방

새로운 성격의 단체들이 생겨나다 4) 새로운 성격의 단체들이 생겨나다 2000년대 초반에 나타난 새로운 성격의 단체들은 창립 과정과 구성 방식, 지향하는 가치 등에서 1990년대의 단체들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필자가 창립 과정에 참여한 ‘함께하는 시민행동’도 당시에는 낯설던 ‘정보 인권’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개인 정보 보호 운동을 벌였고, 시민의 주체성을 강조하면서 납세자 운동의 일환으로 ‘밑 빠진 독상’이라는 예산 감시 운동을 진행했다. ‘밑 빠진 독상’은 지방 자치 단체와 중앙 정부의 예산 낭비 사례를 감시하여 상을 주는 방식으로 경각심을 일깨우는 프로그램인데, 시민운동의 모범 사례로 중·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수록됐다. 지금은 보편적인 사회 기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문제를 던지기도 했다. 이런 의.. 더보기
다양한 가치에 기반을 둔 모임들의 성장 3) 다양한 가치에 기반을 둔 모임들의 성장 1990년대에 성장한 시민단체는 어떠한 가치와 사회적 목표를 가지고 있었을까? 1992년에 경실련에서 일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만 해도 이곳에 대해 그리 잘 알지 못했다. 생각을 해 보겠다고 답한 뒤 바로 서점으로 가서 경실련에서 출판한 책 몇 권을 사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그중에 훗날 경실련 정책위원장이 된 김태동 교수가 쓴 《땅, 투기의 대상인가 삶의 터전인가》라는 책이 있었다. 1980년대에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거치면서 토지 문제와 관련된 강령 수준의 주장들, 국유화나 공유화 등에 대한 막연한 생각들이 많았던 참에 이 책을 읽으며 그 지향과 가치를 비교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토지 문제가 실제 사람들의 삶 속에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 더보기
인터넷을 매개로 한 운동의 자발적 모임들의 성장 2) 인터넷을 매개로 한 운동의 자발적 모임들의 성장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이 상업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이다. 다음(Daum)이 1995년에 창업했고, 이메일 돌풍을 몰고 온 한메일이 1997년부터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사회 운동 진영에서 인터넷이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에 총선 연대 활동을 경험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96년 무렵 필자가 경실련에 있을 때 광통신선이 사무실에 들어왔는데, 사무실에서 인터넷의 검색 기능을 이용하거나 이메일 계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물론, 그런 환경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적었다. 2~3인이 컴퓨터 한 대를 공유했고 대부분이 문서 작업용으로 이용했다. 필자에게 .. 더보기
새롭게 성장하는 운동들 새롭게 성장하는 운동들 앞서 소개한 그래프(1990년대 시민운동의 정점, 2000년 총선연대)를 통해 이전까지 주요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계속 하락하던 시민운동, 시민단체라는 말이 2004년부터 다시 빈번하게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2004년 무렵에는 언론이 경실련이나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주요 시민단체의 활동을 보도할 때 굳이 시민단체라는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설명을 생략해도 될 정도로 잘 알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필자가 1990년대 후반 경실련에 근무할 때 서울 시민을 상대로 경실련의 인지도 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10퍼센트 정도가 경실련을 안다고 답했다. 2000년 총선연대 활동 이후에 한 매체에서 시민단체들의 인지도 조사를 했는데, 경실련과 참.. 더보기
그러나 변하지 않은 1990년대의 시민운동 2004년이 지나면서 1990년대에 성장한 시민운동을, 특히 중요하게 드러나는 키워드로 개인이나 네트워크, 지역을 가지고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러자 그때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민단체들에는 이런 키워드들이 그리 잘 작동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여전히 집단이 중요하고 단체의 독자적인 활동이 부각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지역 활동의 경우에 소위 중앙이라는 불리는 서울 주요 단체들 활동의 복사판에 가깝다는 사실을 새삼스럽지만 ‘발견’했던 것이다. 어쩌면 ‘조직’이라는 단체의 중요성이 개인의 주체성이나 개성을 잘 살려내지 못하는 일은 집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곳이라면 작든 크든 있게 마련인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개개인이 얼마든지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 더보기
뒤늦게 깨달은 2002년의 충격 1) 2004년 탄핵 반대와 시민운동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투표가 국회에서 있던 날, 나는 어느 토론회에 패널로 앉아 있었다. 전화기를 꺼두고 있어서 소식을 듣지 못한 채 토론회를 마쳤는데, 다시 전화기를 켜기도 전에 함께 했던 패널이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 패널은 조선일보 측 인사였는데, 뭐랄까, 당연하다는 표정이랄까, 으쓱하는 기분이 담긴 것이었다고 할까? 하여간 좀 묘한 표정으로, 궁금해하실 소식을 전해드리죠, 하더니 탄핵안이 찬성 193표로 2/3가 넘어 가결되었다고 얘기했다. ‘설마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통령이 무슨 중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실제 무슨 기획을 하고 실행을 한 것 아닌 데, 자기 생각을 표현한 말 한.. 더보기
2002년, 1990년대 시민운동의 변화를 예고하다 1) 백화점식 운동에 대한 문제 제기 사회적 영향력의 확장이 그칠 것 같지 않던 시민운동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은 총선연대 활동을 거치고 난 2002년 무렵이었다. 2000년 총선연대 활동은 하나의 변곡점이었다. 2001년만 해도 시민단체들의 영향력은 여전해서 그런 변화를 느낄 여지가 별로 없었다. 2001년에는 사회 전체가 의약분업 문제로 논란이 분분한 해였는데, 거의 모든 관련 토론 프로그램에는 경실련, 참여연대, YMCA의 정책 파트 책임자들이 나와서 우리나라 의료체계, 의료수가 문제 등을 놓고 보건복지부 관계자, 의사, 약사 등과 설전을 벌였다. 지금의 의약분업 체계는 당시에 그 골조가 정해진 것인데, 관련 위원회에도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포함되어 역할을 했다. 의약분업에 대해 의사는 의사대로 약.. 더보기
1990년대 시민운동, 성장의 비밀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런데 무슨 권한이 있어서 시민단체들이 이런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을까? 경실련이 무슨 권한으로 한의사회나 약사회를 한 자리에 모을 수 있었을까? 이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권력이 됐다며, 누가 그런 권한을 시민단체에 위임했느냐고 따져 묻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총선연대 활동을 둘러싼 시민운동 내 논쟁 당시에 심야 토론 같은 TV 토론에서 종종 나오던 질문이기도 했다. 누가 그런 권한을 위임해주었느냐는 질문은 주로 정치인들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치인들의 지적대로 시민단체에 그런 권한을 누구도 위임해준 적은 없다. 시민단체들은 그저 자임했을 뿐이었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가 경제 정의고 사법 정의고 복지이며, 인권의 신장이며 생태적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사회가 변.. 더보기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멀리 만이 보이는 강가의 풍경> 캔버스에 유채 94×124cm 1845년경 드농관 1층 32실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1851)는 정신이상인 어머니와 이발소를 운영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로, 그야말로 비천하고 소외된 가정에서 성장했다. 심심하면 아버지의 이발소 창문에 장난처럼 그림을 그리던 그는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에 힘입어 열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영국 왕립 아카데미에서 수채화를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겨우 한 해 만에 왕립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전시회에 작품을 낼 만큼 두각을 나타냈다. 스물네 살에 아카데미 준회원이 되고, 3년 뒤에 정회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 자신의 천재적인 그림 솜씨 덕분이었다고 볼 수 있다. 터너는 스무 살 무렵부터 유화를 시작.. 더보기
그때 그 시절, 군보다 셌던 경실련 1990년대 시민단체들의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언론보도가 있다. 시사저널이라는 주간지는 매년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라는 주제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펼쳐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들을 선정한다. 알다시피 지금의 시사저널은 1990년대의 시사저널과는 좀 다르다. 삼성 관련 기사를 게재하는 문제로 촉발된 기자들과 경영진의 싸움으로 당시 기자들이 대거 나와 시사인이라는 잡지가 만들어졌다. 지금 시사인을 만든 사람들은 당시에는 시사저널에 근무했던 사람들이 많다. 어쨌든 시사저널은 여전히 이 조사를 매년 하고 있다. 이 조사는 매년 진행하므로 한국을 움직이는 사람들, 영향력 있는 집단의 변화 추이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거의 매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