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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작가共방/김영숙|루브르 박물관

주세페 아르침볼도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여름>
캔버스에 유채         캔버스에 유채
76×63cm               76×64cm
1573년                1573년
드농관 1층 8실         드농관 1층 8실

 

<가을>                 <겨울>
캔버스에 유채          캔버스에 유채
77×63cm               76×63cm
1573년                 1573년
드농관 1층 8실         드농관 1층 8실
 

 

 

이 신비로운 그림 앞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인다.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계절의 이치에 걸맞은 나무와 꽃과 열매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림의 주인공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막시밀리안 2세 황제이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처음엔 스위스 인근 지역의 소영주 집안이었으나 훗날 오스트리아로 거점을 넓히면서 지속적으로 정략결혼을 감행, 스페인 지역까지 통치하는 명실공히 유럽 최강의 가문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 왕가는 세력 확장과 유지에 너무나 골몰한 나머지 근친혼도 마다하지 않아 선천적인 기형이나 단명하는 후손도 많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가문의 출신으로 카를로스 대제라고 흔히 불리는 카를 5세가 있다.

막시밀리안 2세는 그다지 출중한 왕은 아니어서 이렇다 할 업적을 남기지 못해 꽤나 안팎으로 시달렸던 모양이다. 늘 술에 취해 하는 일마다 실수투성이로 살았던 그는 하마터면 역사에 묻힐 그저 그렇고 그런 존재에 불과했지만,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 ?1527~1593)의 이 기발한 그림 덕분에 후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여전히 받고 있다. 막시밀리안 2세의 아들 루돌프 2세도 아르침볼도를 궁정화가로 연임시켜 자신의 초상화 역시 이런 식으로 제작하도록 지시했다.

그림을 퍼즐처럼 조각내어도 하나하나가 완벽한 정물화가 될 정도로 화가의 뛰어난 기교가 놀랍다. 대체로 알프스 남쪽 화가들보다는 북쪽 지역 화가들이 이와 같은 세밀한 정물화에 능통했다.

아르침볼도는 밀라노 태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함께 스테인드글라스에 그림을 입히는 일을 했다. 알프스 남쪽에 속하면서도 정교함을 보여주는 그의 붓질은 붓질은 아마도 그 일과 무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여름>의 목 칼라 부분에는 자신의 이름 ‘GIUSEPPE ARCIMBOLDO’를 새겨 넣었고, 어깨 부분에는 작품의 제작 연도를 감쪽같이 그려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