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시간에 딴 책 읽기를 쓸 시간이 돌아왔다는 후배의 전갈에, 읽지도 않은 책을 또 어케 쓰나 하면서 회사에 곳곳에 꽂혀 있는 책들을 돌아보다가, 재밌어 보이는 책이 있어 한 권 집어들었다.
재밌는 책인 줄 알았는데, 중국과 인도의 결혼풍습에 관한 인류학 논문이다. 좋은 책이다. 그래서 패스. 요새 동아시아사 원고를 검토하는 중이라 집어본 책이
식민지 시기 조선에 살았던 일본인들에 관한 책이다. 내용도 흥미롭고 편집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잠시 보다가 포기. 역자 후기에 책 편집자에 대한 역자의 극찬이 눈에 띄어 판권을 보니 역사편집장님이 전 회사에서 편집하신 책. 나는 언제 저자, 역자에게 이런 소릴 들어보나 부러워하며 아쉽지만 다음에 찬찬히 읽어야지 하며 패스.
도대체 빨리 읽고 쓸 책이 눈에 띄지 않아, 편집하고 있던 중국사 책 참조용으로 읽었던 <마오의 제국>을 다시 펼쳐본다. 지난번에는 현대사 파트에서 자오쯔양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 읽었는데, 저널리스트의 시각으로 생생하고 밀도 있게 마오의 영향 아래에 있는 현대 중국이야기를 담아냈다. 지난번 읽었던 자오쯔양 부분만 다시 읽다가 내가 무슨 수로 이 책 서평을 쓰나 하며 패스.
다시 책장으로 고개를 돌리니, 권보드래 선생의 <1910년대, 풍문의 시대를 읽다>라는 책이 눈에 띄어 들춰봄. 간지에 전 주간님에게 드린다는 저자의 친필 메모가 눈에 띔. 역시 멋진 편집자셨군 하면서 내용을 보니, 1910년대 신문기사를 발췌해 수록하고 중간중간 정리논평을 실은 책. 재밌는 내용이 많으나 두꺼워서 패스.
또 시집을 읽고 쓸까 하다가, 이 지경에 무슨 시냐 하면서 생각을 접고, 중고등학교 역사부도가 책상 오른편에 쌓인 것이 눈에 띈다. 그래, 역사부도를 비교해보자. 여러 출판사의 역사부도가 있는데 실제 편집에 가장 자주 참고했던 역사부도는 금성출판사와 성지문화사 판 역사부도였다. 다른 역사부도를 펼치고 비슷한 부분의 내용을 비교해보는데, 그놈이그놈이라는 인상. 도대체 원전이 어느 것인지 모르겠다. 이것저것 보다보니, 그래도 젤 쓸 만한 부도는 금성교과서판 역사부도다. 시각적으로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내용적으로도 너무 산만하지 않게 요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단순화시킨 지도들이 눈에 띈다.
역사부도 밑으로는 중국사에 관련된 책들이 쌓여 있는데 중국사 관련해서 통독하기 좋은 책으로는 읽어보니 까치에서 나온 <신중국사>가 젤 나은 것 같다. 참고로 내 책상을 보니 휴머니스트에서 젤 드럽다. 요새 쓰레기를 집에 모으는 환자들이 티비에 가끔 보이는데, 나도 비슷한 거 아닐까 걱정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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