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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만나고 싶은 사람들/All about 책

12화. 3인 3색 직장 오디세이-정 과장, 미스 김, 장그래 사원




과장, 미스 김, 장그래 사원

 

누군가는 취업이 어렵다 하고 어떤 이는 직장 생활이 어렵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꿈인 것이 어떤 이에게는 악몽이고,


누군가에겐 미래인 것이 어떤 이에게는 과거일 뿐입니다.

 

여기 세 사람의 직장인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이 시대 직장인의 전형들이기는 합니다.

 

3인 3색 직장 오디세이, 우리의 위치는 어디? 우리는 누구의 과거 또는 미래일까요?


 

 

1.

동기들 중에 수석으로 입사했던 정 과장은 나름 촉망 받는 재원이었습니다. 높은 나무에서 떨어진 뒤 무슨 문제인지 기대만큼의 능력을 보여 주지 못했습니다.


눈치 없이 부서장의 의중을 읽지 못해 번번이 호통을 듣는가 하면, 부하 직원들에게도 존경받지 못하는 상사였지요.


하지만 그는 팍팍한 세상, 힘겨운 일에도 언제나 웃음으로 살아가며 동료들에게도 넉넉했던 요즘 보기 드문 사람이었습니다. 예전과 같은 날카로움은 많이 없어졌다지만, 지난해만 해도 실사 수준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선보이며 우수사원상을 차지하기도 했고요.

(아래 증거 자료 참조, 컴맹인 정과장은 수작업만으로 컴 작업보다 고퀄의 단가표를 작성했다)

 

 

아시겠지만, 무한상사의 정준하 과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가 지난 회 무한상사에서 정리해고 통지서를 받습니다. 어떻게든 부서원들을 살려 보려 애쓴 유 부장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한 사람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여러 고민 끝에 정준하 과장을 해고하기로 한 것이지요.


무한상사 레미제라블 2편이 준비 중이라니 회사 문을 나선 정준하 과장의 다음 인생이 어찌 펼쳐질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해고된 정 과장이 창업을 하여 성공하거나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기게 된다면 해피엔딩이 될 것 같습니다만… 걱정이 앞섭니다.

 


2.

YJ 그룹에 홀연히 나타난 미스 김 이야기도 세간에서 뜨겁습니다. 124개의 자격증으로 표현되는 초인적 능력의 이 여인은 조직이 자신에게 원하는 역할 이상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그녀의 활약에 회사 간부들조차 경외감을 감추지 못하지만, 한 회사에서 그녀가 머무는 기간은 딱 3개월 뿐입니다. 비정규직의 서러움이 회자되는 세상에서 회사의 요청에도 3개월이 지나면 훌쩍 여행을 떠나는 수퍼 계약직 미스 김은 어찌 보면 환상적인 존재이지요.

 

 

 

하지만 그녀는 회사와 본인의 관계에 명확한 선을 긋습니다. 회사 뿐 아니라 회사 안에 있는 사람들과도 분명한 선을 긋지요. 회사는 돈을 받고 일하는 곳일 뿐인 거예요. 그래서 그녀는 회식에마저 잔업이나 야근처럼 시간외 수당을 요구할 수 있는 거지요. 원작을 본 동료에게 슬쩍 들은 바로는 원작에서 미스 김(오오마에 하루코)은 정리해고의 경험이 있었다고 하네요. 그 이후 철저하게 자기 자신 외에 믿을 사람 없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멋지지만 고독하고 외로운 미스 김의 마음에도 따뜻한 동료애가 싹트기를 기원합니다.

 

 

3.

바둑 영재였던 장그래 씨는 프로 기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스물이 되도록 바둑만을 배우고 또 배웠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다 되어서야 자신이 프로 바둑에 입문할 만큼의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둑 인생은 끝났어도 인생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그의 앞에는 여전히 걸어야 할 길이 있고 짊어져야 할 몫이 있습니다. 그래서 희망도 있는 것이겠지만… 그가 세상에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장그래 씨 곁에는 다행스럽게 좋은 후원자가 있었습니다. 그분의 도움으로 원인터내셔날이라는 대기업에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장그래 씨는 인턴사원일 뿐입니다.


 

바둑 말고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던 사회 초년병 장그래 씨는 좋은 선임들과 함께 일하며 조금씩 회사를 배워갑니다. 사회를 배워가고, 세상을 배워갑니다.


아직 태어나지 못한 자,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 씨는 지금까지만 보자면 정말 축복 받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의 행운이 어디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고졸의 특채 인턴사원이 대기업의 정직원이 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마음속으로 그를 응원할 뿐.

 


직장인을 다루는 이야기들이 주목 받는 요즘입니다. 그만큼 직장에 취업하기도 직장 생활을 하기도 쉽지 않다는 걸까요?

 

냉정하게 잘라 말하자면 직장인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해 출근합니다.

큰돈을 모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용할 양식을 위해서…

하지만, 출근의 이유가 그것만이라면 왠지 마음이 허전합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회사이고, 가장 오랜 시간 대면하고 있는 것도 직장 동료들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 그렇지요.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닐 거예요. 때로는 달아나고 싶을 만큼 일이 꼬이기도 하고, 사소한 실수 하나로 큰일을 그르쳐 숨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복잡한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성가시기도 하고, 성과에 대한 압박에 압도되기도 합니다. 매일 앉던 의자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사회를 만난 곳, 나의 일이라는 것과 처음으로 대면하는 곳, 책임과 긴장감 속에서 성취를 배우기도 하고, 나의 밥벌이가 사회의 발전에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여러 가지 꿈을 꾸는 곳, 그 곳, 그 곳 사람들......아......

 


직장은 누군가에게 정글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힘내세요!


당신의 성장을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예쁜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분명히!

 

 

초식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