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은 무엇으로 사는가 지난 수요일, 출판계에서 인연을 맺은 친구 다섯이 부암동 친구네를 아지트 삼아 오랜만에 뭉쳤다. 다들 바빠 어쩌다 한 번 모일 때마다 정원을 채운 적 없는 이 모임이 간만에 목표한 인원수를 채웠다. 그리고 이어지는 즐거운 수다와 술자리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마무리되었는데, 이곳에서 맞이한 한여름 밤의 부암동은, 을 낭독하는 친구와 윤동주와 장준하, 문익환이라는 걸출한 세 친구의 우정을 들려주는 또 다른 친구들 덕분에 더욱 아름다웠다. 그 즐거운 자리를 파하면서 다시금 깨달은 것 하나. 내가 이렇듯 무사히 출판계에 살아남아 있는 까닭은 아직도 현업에서 건강하게 뛰고 있는 이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 맞아, 역시 그렇군. 고맙다 친구들아. 2007년 초의 일이다. 더보기 카펫, 어찌됐든 꿰매지는 인생 발수건이 필요 없었다. 바닥에서 자도 등이 따뜻했다. 물 흘려도 닦을 필요가 없었다. 맞다. 바퀴벌레도 압사된 채 발견됐다. 불쌍한 녀석들. 이건 다 카펫, 카펫 덕분이다. 이란의 모든 집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다. 처음 살던 집 방에도 붉은 카펫이 깔려 있었다. 말 그대로 레드카펫. 늘 장판 바닥만 밟고 살아온 내게 카펫의 푹신한 감촉은 정말이지 이란에 있다는 걸 실감케 했다. 한국에선 카펫은 가을이나 겨울용이다. 여름엔 카펫을 걷어내고 맨 바닥을 밟거나 대나무 장판을 깐다. 두꺼운 카펫은 보기만 해도 더우니까. 반면 이란의 모든 가정집에는 사시사철 카펫이 깔려 있다. 여행을 다니면서 수많은 이란 가정집을 다녔는데, 아무리 거실이 넓어도 여러 장의 카펫을 깔아 거실을 채웠다. 우리처럼 바닥 한복판에 .. 더보기 열차는 멈추지 않는다 열차는 멈추지 않는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동토의 사막을 내달리며 순환하는 설국열차. 기차가 스스로 달리는 한, 기차 안의 사람들은 죽음을 기다리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된다. 기차 밖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죽음뿐이라 기차 밖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 떨면서, 역설적이게도 기차 안에서 만날 수 있는 것 또한 결국엔 죽음뿐이라는 절망감에 몸서리친다. 여기, 꼬리칸 출신의 한 사내가 있다. 사내는 어떤 계기를 통해 꼬리칸에서 벗어나 한 칸 한 칸 전진해나간다. 그러나 기차의 앞 칸으로 나아갈수록 지배층에 대한 분노와 혁명에 대한 열망은 누그러들고 오히려 기차의 생리를 이해하게 된다. 그는 결국 기차의 또 다른 지배층이 된다. 이전까지 열차를 지배하던 정치권력은 영구동력 기차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자 아예 .. 더보기 이전 1 ··· 122 123 124 125 126 127 128 ··· 1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