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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택시 블루스 회사 다니던 시절, 거의 매일 밤 똑같은 이란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애인이면 좋았겠지만, 콜택시 회사였다. “옉 턱시 바러예 조르단 미커스탐.(조르단 가는 택시 한 대 부탁합니다)” 야근을 하다 보면 곧 밤이 됐다. 회사에서 집은 그리 멀지 않았다. 그러나 테헤란이든 서울이든 밤에 혼자 다니면 불안한 법. 무조건 콜택시를 불렀다. 출근할 땐 퇴근할 때와 달리 택시를 두 번이나 탔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출근 길 아침, 집 앞 큰 도로에 서 있으면 낡은 차들이 다가와 창문을 스르르 열었다. “모스타킴?” 이렇게 묻고 운전사가 고개를 끄덕이면 난 그 즉시 차에 올라탔다. 차를 타고 회사 방향으로 꺾어지는 모퉁이까지 내려간 뒤 그곳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회사로 향했다. 매일 출근길이 이런 식이었다. 모스타.. 더보기
삼엽충을 요리하면 뭐가 나올까? 나는 아주 어렸을 때 지구가 평평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는 지구를 둥글다고 가르쳤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땅덩어리는 끝없이 평탄했기 때문이다. 책 속의 지식과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왜 산은 높고 바다는 깊을까? 바닷물은 왜 짤까? 하루는 왜 24시간일까?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도 모두 이유가 있다. 나는 삼엽충이라는 화석을 연구하는 지질학자로 스스로 “삼엽충을 요리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지질학자는 암석과 화석을 요리하는 셰프이기도 하고, 과거를 기록한 암석 속 증거를 찾아내어 지구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밝히는 탐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땅덩어리에 기록된 지구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예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상상한다. 아주 오래전 지구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지구는 어떻.. 더보기
‘팟캐스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0회 방송을 시작하며 ‘팟캐스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0회 방송을 시작하며 1 마침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전20권, 이하 조조록)이 대장정을 마쳤다. 2003년 7월 15일에 초판 1권 ‘개국 편’을 내놓았고 2013년 7월 22일에 20권 ‘망국 편’을 선보였으니 초판 발행일로부터 꼬박 10년, 정확히 말하면 3650일에 7일을 더한 3657일 만의 경사이다. 휴머니스트는 올해 초, 마지막 권인 20권의 발행일을 6월 24일로 예측하고 3개월 전인 3월에 완간 준비에 착수했다. 우리의 미션은 단 하나였다. “휴머니스트가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다 한다.” 이것이 완간을 앞둔 휴머니스트의 전사적인 목표이자 결의였다. 지난 4월 26일, 《조조록》의 기획편집을 총괄해온 위원석 교양만화 주간은 휴머니스트 사내 인트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