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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헤라자데가 이야기꾼이 된 이유 난 테헤란 대학 맞은 편 거리에서 입을 헤 벌리며 서 있었다. “와, 책 진짜 많다.” 테헤란 대학 맞은편, 도로를 따라 서점들이 줄지어 서 있는 이 거리는 세계 최대 서점 거리 중 하나라고 했다. 프랑스에 오데옹 헌책방 거리가, 일본에 간다 거리가 있다면, 이란엔 이곳 테헤란대학 서점 거리가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 출간되기도 한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의 작가 아자르 나피시는 이 거리를 분홍빛으로 회상했다. 그녀는 이 거리를 걸으며 이 책방 저 책방을 돌아다니다가 영국의 무명작가 윌리엄 그린을 아는 책방 주인이나 손님을 발견하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고 했다. 책도 책방도 많으니 보물 같은 책들이 숨어 있을 수밖에. 테헤란에서 유학하던 선배가 교수님께 희귀서적을 내밀며 이 서점 거리에서 겨우 찾아낸 책.. 더보기
대화는 소통이고 공감이다 진화에 성공한 종과 실패한 종의 차이점을 소통 방식의 차이로 봅니다. 함께 사는 대화를 통해 1등만 살아남은 게 아니라 그 종 전체가 살아남은 것입니다. 우리의 도시도 그런 진화론의 틀 속에 놓여 있는 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도시를 구축하고 있는 하나하나의 건축물들이 어떤 대화법을 사용하고 있는지가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어떤 거리에서는 몇몇의 건축물들이 거리에 적극적으로 말을 거는 풍경을 만나기도 합니다. 여전히 나 홀로 진화에 머물러 있는 건물들이 우리 도시엔 빼곡합니다. 문제는 건축물의 풍경과 사람의 풍경이 비슷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건축은 결국 사람의 대화법에 따르게 되어 있는 법이니까요. 문제는 사람 역시 건축의 대화법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_《서울의 건축, 좋아하세요?》, 〈소통의 건.. 더보기
주세페 아르침볼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캔버스에 유채 캔버스에 유채 76×63cm 76×64cm 1573년 1573년 드농관 1층 8실 드농관 1층 8실 캔버스에 유채 캔버스에 유채 77×63cm 76×63cm 1573년 1573년 드농관 1층 8실 드농관 1층 8실 이 신비로운 그림 앞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인다.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계절의 이치에 걸맞은 나무와 꽃과 열매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림의 주인공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막시밀리안 2세 황제이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처음엔 스위스 인근 지역의 소영주 집안이었으나 훗날 오스트리아로 거점을 넓히면서 지속적으로 정략결혼을 감행, 스페인 지역까지 통치하는 명실공히 유럽 최강의 가문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 왕가는 세력 확장과 유지에 너무나 골몰한 나머지 근친혼도 마다하지 않..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