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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술 한 잔 하자 언젠가는! “저것 봐. 옛날에는 다 마셨다니까.” 선배는 손가락으로 벽화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스파헌의 유명관광지 체헬소툰 궁전 안, 한 벽화 그림을 마주하고 있었다. 선배는 직장 문제 때문에 10년 가까이 이스파헌에 살고 있었다. 그가 여태껏 족히 열 번은 넘게 봤을 이 그림을 두고 한 말은 바로 현 금주 정책은 전통에 위배되는 행위라는 것. 거대한 스크린처럼 펼쳐진 아치형 벽화 속 연회 장면엔 녹색 치마를 입은 한 여인이 허리를 숙이며 콧수염 난 남자에게 붉은 술이 담긴 술잔을 건네주고 있었다. 이란에 오기 일주일 전까지 나는 한 대학 근처에 살았다. 집 주변엔 밤이 되면 노란 등이 켜지고 발그레한 얼굴들과 왁자지껄한 소리가 뒤섞여 흘렀다. 한마디로 술집으로 가득한 주림(酒林) 한 가운데에 있었던 것. 일주일 .. 더보기
어린이 역사책에 대한 짧은 생각 “너의 엄마가 윤구병이냐?” 제가 처음 만든 그림책을 아들녀석에게 건네주었을 때, 아들은 신기하면서도 자랑하고 싶었는지 유치원 친구들에게 보여 주었는데, 친구들의 첫마디가 이랬답니다. “아니” “그럼, 이담이야?” “아니” 집에 돌아온 아들이 묻더군요. 엄마가 책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엄마가 한 일이 무엇이냐고. 글을 쓴 것도 아니요, 그림을 그린 것도 아니니, 아들에게 편집자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설명해 주기가 참으로 난감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런 아들을 데리고 《아빠의 봄날》이라는 그림책을 같이 만들었지요. 연예인 기질이 전혀 없는 아들은 책에 등장하는 어린아이의 모델이 되어주어야만 했답니다. 책이 출간된 후, 그것도 2년이나 지나 펼치더니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어? 아빠가 죽는 이야기.. 더보기
로소 피오렌티노 <피에타> 캔버스에 유채 127×163cm 1530년경 드농관 1층 8실 ‘피에타(Pietà)’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다. 미술에서는 주로 성모 마리아가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나 조각상을 일컫는다. 로소 피오렌티노의 에서 예수와 그의 왼팔을 잡고 무릎을 꿇은 요한의 몸은 마치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인물군상처럼 울퉁불퉁한 근육을 드러내 놓고 있다. 그러나 보통 흰색으로 그려지는 수의가 붉은 기운이 가득 도는 오렌지빛으로 그려진 것이라거나, 검붉게 처리된 예수의 얼굴은 이 그림이 르네상스의 단정한 색감에서 한참 벗어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온통 붉은색인 가운데에서도 예수의 늘어진 시신만큼은 붉은 기가 돌지 않아 더욱 섬뜩한 느낌을 준다. 로소 피오렌티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