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미안해서 하는 산책
안녕하세요, 조과장입니다.
‘과장 무도회’ 첫 연재 글이라 부담백배,
빈자매아빠와 로그지기 님 외에는
아무도 관심 없고 기대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괜히 혼자 그렇습니다.
첫 글이 소박할수록 뒤에 오는 과장님들 맘이 편하리라
혼자 위안 삼으며 시작해 볼게요.
집에서 꼼지락거리기 좋아하는 저의 취미 중
가장 격렬하고 활동적인 축에 속하는 ‘산책’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해요.
제가 산책을 하는 이유는,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밖에 안 하는 제 몸에게 미안해서,
종일 집에서 저 오기만 기다리(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개 ‘쇼코’한테 미안해서인데요.
“응? 나 말이야?”
물론 미안한 마음은 크지만, 귀찮음이 미안함을 능가하는 날엔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회피해 보기도 해요.
겨울엔 너무 추우니까, 여름엔 너무 더우니까, 봄엔 초미세먼지가 몰려오니까,
“너와 나의 건강을 위해 오늘은 나가지 않는 게 좋겠어.”
진지하게 쇼코를 설득합니다.
하지만 몸보다 맘이 먼저 뛰쳐나가는 계절이 왔으니,
바로 벚꽃 피는 요즘이에요.
생명의 위협과 지각의 위험을 무릅쓰고
출근길 교차로에서 찍은 벚꽃길,
사진이 제법 비루하네요.
실물은 훨 나아요.
저희 집은 상수동 당인리 발전소 앞길에 있는데요.
진주, 여의도에 이어 가장 핫한 벚꽃길이 있는 곳이죠.(누구 맘대로?)
상수동 벚꽃길은 제가 처음 이 집으로 이사를 오던 2006년 2월에
저의 이사를 기념하여 조성, 개통됐는데요,(응?)
지금은 입소문이 나서 구경 오는 사람들이 많이 늘긴 했어도
맘먹고 나섰다가 꽃구경보다 사람 구경을 하게 되는 벚꽃 명소들에 비해
한결 여유롭게 풍경을 즐길 수 있어요.
상수동 벚꽃길에서는
언덕에서 놀고 있는 강아지 ‘또야’도 만날 수 있고,
산책길에 만나면 늘 격하게 반겨 주는 또야,
몇 년 전 강아지 때 모습이지만
별로 변하지 않아 쉽게 알아볼 수 있어요.
운이 좋으면
서울시티투어 트롤리버스가 지나가는 걸 볼 수도 있어요.
이곳은 상수동인가, 시카고인가?
상수동 까페 거리와 연결돼 있어서
꽃을 보다 목이 마르면 커피도 즐길 수 있죠.
제비 다방의 낮과 밤.
아름다운 것들은 대개 너무 멀리 있다지만,
봄의 풍경만큼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같아요.
어느 길에서나 담 너머 개나리쯤은 쉽게 찾을 수 있잖아요?
이런 개나리!
휴로거 분들도 이번 주말에는 동네 산책 한번 나가 보시면 어떨까요.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말이죠.
벚꽃,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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