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열일하고(중간 중간 쉬기도 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차려 먹고 나면 어느새 자야할 시간이 됩니다. 밖에서 친구들 만나고 들어오면 자정이 훌쩍 넘죠. 그래서인지 조용히 앉아서 하루를 정리하거나 돌아볼 여유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스트레칭을 하거나 가볍게 평상시에 읽던 잡다한 것들 마저 읽는 정도랄까요.
간략하게나마 적는 것도 제대로 하지 않은 건 일단 쉬자, 읽자는 등의 핑계를 대며 귀찮음을 나름 정당화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노트에 끄적거리다가 매일 두어 줄이라도 끼적이게 되었습니다. 밤에 써서 말짱한 정신으로 보면 웃음이 나오고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글을 잘 쓰기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2001년(벌써 14년!)에 나온 여우 아저씨 이야기, ‘책 먹는 여우’ 아시나요? 당시 저는 아직 출판도 책도 잘 모르던 시기라 어린이는 아예 까막눈이었죠. 그런 저도 알고 있는데다, 십 년 넘게 어린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니 많이들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여우가 책에 소금, 후추 뿌려서 우적우적 맛있게 씹어 먹는 모습이 인상적인 이 책을 저는 서점에서 아이들이 키득 키득하면서 책장을 넘기고 있던 모습을 보며 처음 만났습니다. 책읽기의 즐거움을 책을 먹는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책의 후속편이 나와 주목받고 있는데, 책을 좋아하던 여우 아저씨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엄청난 인기를 받고 있는 모습으로 새롭게 등장합니다. 옆에서 출판사 편집자로 강하게 생각되는 빛나리 씨가 원고를 어서 달라고 재촉하고 있고요. 여우 아저씨는 글을 쓰기 위해 온갖 책을 모으고 아이디어를 수첩에 기록하고 심상이 떠오르게 하는 물건들을 집 안에 잔뜩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여우 아저씨는 책과 수첩, 물건 모두 도둑맞게 됩니다.
전작에서 여우 아저씨는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모조리 먹어치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비슷한 상황이 이번에는 자기에게 일어난 거죠. 여우 아저씨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범인을 찾으러 떠납니다. 범인이 뚫고 들어왔던 땅굴을 파고 또 판 다음 수백 개의 계단을 오르내리고 한 끝에 생쥐 아저씨가 훔쳐갔다는 걸 찾아냅니다. 요망하게도 여우 아저씨의 아이디어 수첩까지 몽땅 가져갔더랬죠. 그런데 이 생쥐는 미안해하기는커녕 대뜸 아무리 노력해도 여우 아저씨처럼 글을 쓸 수가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왜 이렇게 글 쓰는 게 힘드냐면서요. 이렇게 베스트 작가의 작업실을 통째로 옮겨왔는데. 여우 아저씨는 화내는 대신 작가 수업을 해 줍니다. 특급 작가의 수업을 듣지만 생쥐 아저씨는 작가가 되지는 못 합니다. 대신 도서관 사서가 되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줍니다.
글쓰기는 정말 어려운 듯합니다. 일반 독자뿐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철학적 성찰을 주어 영혼을 크고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글을 많이 쓰신 안광복 선생님도 대학시절 교양 국어에서 번번히 낙제했다고 고백했듯 말입니다. 선생님은 책을 많이 읽고 습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을 배우려면 외우고 익혀야 한다고 합니다. 책 한 권을 읽고 자기 문장으로 바꾸어 정리합니다. 단, 똑같이 베끼면 안 된다고 합니다. 반드시 자기 언어로, 군더더기 없이 쓴 후, 일정 시간 후에 외워보고 노트를 보지 않고 다시 적어보라고 합니다. 조금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외우려면 생각보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하고 제대로 외우려면 내용을 완전하게 이해해야만 가능하니 결코 쉽지만은 않다고 합니다. 운동이나 예술에서도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건 기본기를 완전하게 숙달했을 때 실전에서 자연스러운 동작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하듯 말입니다. 어쩌면 생쥐 아저씨도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끊임없이 책을 읽고 노력한다면 여우 아저씨 같은 작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책 먹는 여우 3탄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글을 맛있게 쓰기 위해서는 국어를 잘 알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말 우리글에서는 논리적으로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지식과 앎이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기 위해서는 삶에서 나온 이야기를 풍성하게 이야기하고, 다른 이야기를 듣고 마음에서 나오는 생각과 느낌을 적어보라고 합니다. 지식이 말과 읽기, 쓰기에 고루 도움이 될 때 뜻이 깊어진다고 합니다. 하나의 글을 읽고 내용과 흐름을 파악하는데 그치지 않고 글의 소재를 더욱 깊이 알아보기도 하고 생활 속에 접목시켜 읽기도 하고 낱말의 뜻과 관련된 다른 단어도 익히면서 단어를 부리는 힘을 키우기도 합니다.
도움 되는 책도 많고 방법도 있지만 여전히 글쓰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역시 책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하핫!;)
글쓰기..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해야겠습니다.
-by. 매실장아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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