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기억이 안 나실 텐데, 지난 연재글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습니다.
“그럼, 연말 연초 잘 보내시고 내년에 뵙겠습니다!”
...
그사이 2014년이 벌써 2달이 지났습니다.
지난번에 어떤 책 편집을 마무리하고 한숨 돌리고 연재글을 썼던 저는
이번에 또 다른 책 편집을 막 마무리하고 한숨도 돌리지 못하고 연재글을 쓰고 있네요.
다음 주에는 이런 날이 올까요?
어쨌든, 본격적인 첫 회입니다.
출판사에서 서식하는 좌충우돌 편집자들의 습성을 관찰, 기록하는
농밀한 이야기를 펼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이 코너.
하지만 시작해보니 걱정도 부담도 백배.
풋내기 주제에 편집자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자고로 편집자에 대해 제대로 말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힘을 좀 빼고 시작해보겠습니다.
출판 관련 업계에 종사하거나 편집자 지인이 있지 않다면
편집자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기는 쉽지 않을 텐데요.
아무래도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편집자 모습이 기억나실 듯합니다.
제가 본 바로는 미디어에 나오는 편집자는 3가지 유형이 있더라고요.
1. 측은지심 유발형 - 〈아들과 딸〉의 이후남
담배 연기 자욱한 낡은 출판사 사무실,
난방도 되지 않는 그곳에서 손을 비비며 원고를 보는 편집자.
드라마 〈아들과 딸〉에 나오는 편집자 이후남(김희애 분)의 모습입니다.
아직도 옛날 드라마에 나오는 출판사와 편집자를 생각하시며
측은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물론 모든 출판사가 좋은 직장이고, 모든 편집자가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만,
〈아들과 딸〉 같은 상황은 이제 없지 않나 싶습니다.
결핵 때문에 기침을 하는 후남. 요새는 몸이 아프면 조퇴를 시켜줍니다.
(youtube 〈아들과 딸〉 30회 캡쳐 화면)
2. 트렌디 드라마 실장님형 - 〈반짝 반짝 빛나는〉의 송승준
먼저 인물 소개부터 보고 가실게요.
송승준
문화부 기자 출신으로 기자 시절 문체와 문장이 아름다운 기사로 유명했다. 까칠하고 까다롭고 예리하다. 스카우트의 조건으로 한지웅으로부터 인사권을 전면 위임 받고 부임, 삼진 아웃제를 공표한다. 처음에는 그를 오해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의 속 깊은 배려와 올곧은 선택에 마음으로 감동받게 된다.
(MBC 〈반짝반짝 빛나는〉 홈페이지)
헐... 트렌디 드라마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에 편집자를 섞어놓았네요.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기는 한가요?
까칠하고 까다롭고 예리하지만 속 깊은 배려와 올곧은 선택을 하는 남자라니!
참고로 위 양식에 맞춰 제 소개를 하면 이렇습니다.
런닝맨
철학과 출신으로 학생 시절 주사와 땡땡이로 유명했다. 소심하고 까다롭고 둔하다. 입사 조건으로 대표님으로부터 인사권을 전면 위임 받고 부임, 다른 사람을 볼 때마다 인사는 잘하고 다닌다. 처음에는 그를 오해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의 속 좁은 심보와 끝 모를 뒤끝에 마음으로 짜증나게 된다.
까다로운 것만 똑같네요.
3. 월급루팡형 - 〈어바웃 타임〉의 메리
영화 〈어바웃 타임〉의 메리는 무슨 일을 하냐고 묻는 팀에게 출판사에서 책을 읽는다고 말합니다.
그 말을 들은 팀은 이렇게 말합니다.
“책을 읽는 게 직업이라니, 마치 숨 쉬는 게 직업인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영화를 보던 저는 마음속으로 소리쳤습니다.
‘아니야, 원고 검토를 하는 건 물 속에서 숨 쉬는 거나 마찬가지야!’
물론 좋은 원고를 만나는 일은 편집자로서 더할 나위 없는 기쁨입니다만,
여가 시간에 좋아하는 책을 읽듯이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나저나 주변에 이런 편집자 있으신 분, 저 소개 좀...
위에서 나온 편집자들 모습이 다 틀렸다는 건 아니에요.
〈아들과 딸〉에서처럼 출판계가 전반적으로 열악하기도 했고,
〈반짝 반짝 빛나는〉의 송승준처럼 좋은 문장을 보는 눈과 예리한 감각이 있다면
좋은 편집자가 될 자질이 있는 것이겠죠.
또 〈어바웃 타임〉의 메리처럼 책을 항상 가까이 할 수 있는 직업인 건 맞고요.
이랬다저랬다 했지만 제 마음은 전해졌으리라 믿습니다.(후다닥)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난감하니 이번에는 여기까지 하고요.
다음번에는 “문체와 문장이 아름다운” 글을 만나실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모두 불금 보내세요~
- 런닝맨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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