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과학에 젬병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딱히 부끄럽지 않았던 평범한 ‘인문계 녀자’였다. 애써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대충 둘러대도 대화가 되는 그런 상태로 삼십 하고도 몇 해를 살아왔다.
그러다 2009년 봄,
우연히 서너 달 사이에 최재천, 최무영, 곽영직, 장대익, 이인식, 박태현 선생님의 강의를 연달아 듣게 되었다(당시 다윈 탄생 200주년 기념 강연이 여기저기서 열린 것이 이 우연에 한몫했다). 현대 과학의 가장 근원적인 질문이 우주란 무엇인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라는데, 이건 문학작품을 읽든, 철학책을 보든, 역사책을 보든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 아닌가. 게다가 두세 시간에 천문, 우주, 물리, 진화, 생명과학 등에 대해 큰 흐름을 짚어주는 그 강의들은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렇듯 맥락이 보이고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우주, 지구, 생명의 역사를 짚어주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 같은 사람이 푹 빠져들 수 있도록 아주 흥미롭고 재밌게 써야 함은 물론이다. 바로 적격인 저자가 떠올랐다. 써 주실까?는 다음 문제.
2009년 여름, 무작정 메일을 보내고 별똥별 아줌마로 유명한 이지유 선생님을 뵈러 대전으로 내려갔다. (중간과정은 생략...) 마침내 여러 해 나눈 이야기의 첫 결실인 《처음 읽는 우주의 역사》가 세상에 나왔다(지구, 생명의 역사는 2013년 출간된다).
아인슈타인 이후 현대 우주론을 다루는 이 책의 초고를 숨 가쁘게 읽어내려 갈 때의 짜릿함이 여전하다. 우주에 대한 인류의 지식이 어떻게 확장되었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과학자들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는 이 책은 책장을 덮은 뒤에 과학자의 인생도 남고, 우주론에 대한 지식도 남는 특이한 경험을 주었다. 과학 스토리텔러 이지유를 다시금 확인한 책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본론!
다음 중 이 책의 표지로 알맞은 것은?
01
| 02
| 03
| ||
표지 1번 | 표지 2번 | 표지 3번 |
답은 2번! 아...2번
사실 이 책의 표지를 2번으로 결정한 데는 휴머니 식구들의 아련한 추억과 관련이 있다.
우리의 아트디렉터 몽크실장님은 몸과 마음이 하얀 사람이다. (백의민족의 전형. 암튼 깔끔한 흰 바탕을 선호한다는...)
급기야 얼마 전 들어온 신입직원 *초딩 군은 해맑은 얼굴로 "혹시 휴머니스트 표지는 꼭 '백바닥'이어야 하나요?" 라는 질문을 서슴지 않았다.
몽크님에게서 나온 첫(?) 컬러 바탕이 바로 이 책,《개념어 사전》!!
허나 펭귄의 썰렁함에 눈물을 흘리며 작별해야 했던 표지다.
이 아쉬움을 기억하는지라 모두 주황색 바탕에 연호하며 선택버튼을 마구 눌렀다....ㅎㅎ (여러분 보시기엔 어떠신지요?)
마지막으로 팁 하나!
현행 고등학교 융합형 과학 교과서에서 우주론이 중요한 비중으로 들어갔고, 우주-지구-생명의 역사를 다루는 방식으로 교육과정이 바뀌었다. 이 책 3권 읽으면 바로 백점! ㅋㅋㅋ
주변 중고딩에게 추천! 추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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