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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기억하고 싶은 책/휴머니스트 책Book

진화론과 문학의 '거창한' 혹은 '귀여운' 만남, 《이야기의 기원》

 

 

 

마감하다 딴책 읽기에서 잠시잠깐 언급했던 그 책, 《이야기의 기원》이 출간되었습니다


오클랜드 대학의 저명한 영문학자 브라이언 보이드의 책으로, 진화론적 관점에서 문학과 예술의 기원을 차근차근 짚어낸 책입니다. 현재 휴머니스트 유니버시티에서 서양 철학사 강의를 진행 중이신 남경태 선생님께서 번역을 맡아주셨지요.

 

 

 

책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클릭! http://www.hulog.co.kr/entry/나의-소소하고-달콤한-거짓말 ......(하하 귀찮아요......) 농담이고요. 이 책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의 학문적 방법론을 패러디하여, 인간 진화의 관점에서 문학과 예술을 재평가하는 책입니다. 저자 브라이언 보이드는 예술이 쓸모없는 행위라 믿는 사람들이나, 혹은 먹고 살기 좋아져서 하게 된 잉여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아니다! 예술은 인간을 진화하게 하는 요인이며 동시에 그 진화의 산물이다!”라고 항변합니다. 사회학과 생물학, 예술사 등 분야를 넘나드는 방대한 지식을 동원하여 인류 문명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문화 예술을 통해 어떻게 진화해왔는가를 추적해갑니다.

 

 

 

브라이언 보이드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누구나 스토리텔링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사건과 이야기를 구성하고 이해함으로써 현실적 조건과 다수의 제약들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지요. 그러니까 이야기는 인간에게 일종의 예고편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드라마를 보기 전에 예고편을 보면 앞으로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그로 인해 어떤 충격을 받게 될지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는 사회적 정보를 축적하는 장치가 될 뿐만 아니라 인간 스스로 창의성을 진화시켜나갈 수 있도록 돕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진화론문학의 이 거창한 만남은 어떤 표지로 형상화되었을까요? 처음 저희 디자인 실장님께 이 원고를 드리면서 .. 뭔가 싸이언티휙 하면서 문학 비평의 엘레강스한 느낌도 살려주쎄요~”라고 말씀드렸지만, 그렇게 말하는 저도 뭔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답니다. 과학적 시각과 문학의 만남이 도대체 어떤 이미지로 나타날 수 있을지 도무지 상상히 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다만 이 책이 종의 기원을 학문적으로 패러디했다는 것만이 실마리가 될 뿐이었지요. 그래서 어떤 표지가 나왔냐구요?

 

 

 

 

 

 

 침팬지가 거울을 보며 놀고 있습니다. 마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반추하고 또 미래를 상상하고, 그로 인해 끊임없이 유희하는 인간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합니다.종의 기원》을 패러디했다는 느낌이 확 드는 시안이었어요. (두 시안의 차이점은 이미지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표지에 대한 실장님의 '집착'을 보여줄 수 있는 숨은 증거를 찾아보시와요) 

 

 

 

 

 

 

 

 

 

그 다음 시안은 인간이 진화하는 모습을 그림자 형태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숭이 같았던 초기 인류가 점점 직립보행에 익숙해지고, 허리가 곧게 펴지더니 그 다음엔 공구를 사용하기 시작하고, 결국엔 컴퓨터 앞에 앉는군요. 이 또한 진화론을 위트 있게 설명한 이미지였습니다. 그 다음 시안의 경우 스토리텔링 본능이 숨어있을 것 같은 세포와 그림 그리는 원시인의 이미지가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선택된 시안은 바로 요고! 단순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한 이미지였습니다.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고 있는 원시인의 모습이 예술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잘 살려주고 있지요. 게다가 가는 펜선으로 그린 이 그림, 단순하면서도 무척 세련된 느낌입니다. 며칠 밤 고민하셨을 실장님께서는 어떤 기분이었을지 모르겠지만, 편집자와 대표님은 하나같이 "와",  "오 좋아 좋아."라는 함성과 찬사를 연발하며 30초만에 이 시안을 쥐어들었습니다. 과학과 문학의 만남이라 해서 '거창할' 필요 없이, 일부러 어려워 보이거나 무게 잡을 필요 없이, 아주 간결하고 위트 있게 이 책의 내용을 한눈에 보여주는 시안이었기 때문이에요. 재미있는 내용에 비해 볼륨이 꽤 되어서 내심 걱정했던 편집자의 걱정을 한번에 싹 날려준 시안이었습니다.

 

 

 

 

 

이렇게 나온 책, 이야기의 기원》의 말끔한 얼굴을 소개합니다.

 

 

 

 

 

내 안에 숨어 있는 스토리텔링 본능을 다시 살아나게 할 이 책. 

(아주 따끈따끈합니다. 월요일에 나왔거든요.)

 마음껏 사랑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아이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