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새해 벽두, 지금으로부터 20년 후 미래 세계를 조망한 《2033 미래 세계사》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 책은 지구와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예측 가능한 미래를 들려주는 세계사이자 미래 전망 보고서입니다.
인구, 이주, 도시화, 식량과 농업, 물, 에너지, 고갈의 위험에 처한 한정된 자원, 그리고 기후변화에 관한 현재의 중요한 변화에 주목하고 적확하게 진단하고 있는 이 책은, 그러나 우울한 이야기만을 들려주는 책은 아닙니다.
미래 세계는 ‘인구’에 의해 1차적으로 변화를 겪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한국 사회가 ‘저출산-고령화’로 접어들었음을 실감하고 있는 것처럼, 지구의 인구는 한쪽에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인구 ‘한파’를 겪게 될 것이지요. 이렇게 인구가 부족한 국가는 어쩔 수 없이 이주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구요. 그렇게 늘어난 새로운 사람들이 해당 지역과 나라를 바꿔나갈 세력으로 커나갈 것이라는 이야기들을 이 책은 설득력 있게 들려줍니다.
캐나다로부터 독립하고 싶어하는 퀘백에서는 새로 유입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독립의 열망이 늘어가고, 미국에서는 히스패닉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백인은 가장 수가 많은 소수인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런데 인구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는 항상 맬서스를 떠올립니다.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고전적인 이 주장은 미래는 인구증가로 인해 무척 불편한 상황을 겪을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살펴보니까, 식량 문제와 물 문제는 과잉인구 때문이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선진국의 이기주의에 더 많은 문제가 있다는 걸 들려줍니다.
물 소비를 예로 들까요? ‘물발자국’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하나의 완제품에 투입된 물의 양을 뜻하는 이 개념은 ‘가상수’라고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물이라는 뜻이지요. 우리가 마시는 원두커피 7그램과 물 125밀리리터로 만든 커피 한잔의 물발자국은 무려 140리터라고 합니다. A4용지 한 장에 들어가는 물은 10리터이고요.
이들 물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지구의 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이 드러납니다. 물발자국을 알면 물이 적은 건조한 지역에서는 물을 적게 먹는 (건조 농업 작물 등과 같은) 생산물을 만들고 물 자원이 풍부한 곳은 물을 많이 사용하는 (쇠고기나 쌀, 커피와 같은) 생산물을 안배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경제적 논리가 우선된다는 것이지요. 물 부족은 실제로 진짜 부족해서이기보다는 글로벌 경제가 만들어놓은 메커니즘 때문이라는 해석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들도 미래가 불투명하긴 마찬가지이지요. 그래서 대체에너지 개발에 나서서 바이오연료를 만들어내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과연 그러한 방법이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타당한 방법일까요?
그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 이 책을 한번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책 내용 소개가 길어졌습니다. 이제, 표지 이야기로 넘어가볼까요.
이 책은 사이즈가 참 큽니다.
가로 218mm, 세로 290mm로, A4 용지보다 가로로 8mm가 크고, 세로로는 7mm가 작습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아실 터이지만, 《르몽드 세계사》와 같은 크기입니다.
정말 시원한 판형이기 때문에 표지 제목도 시원시원하게 배치해야 하는,
어떻게 보면 디자이너로서는 맘껏 자기 구상을 펼칠 널따란 도화지를 하나 얻은 셈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이 책을 담당하신 디자인 실장님께 요구 사항을 별로 이야기한 바는 없습니다.
책 내용에 대해 공유하고, 그리고 ‘미래’가 들어간 제목 느낌을 그대로 잘 살려주면 좋겠습니다,
하는 정도였지요.
사실 저는 북 디자이너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데요,
책 내용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했는가에 따라 표지 느낌이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을 담당해주신 분께서는 정말 이 책의 내용을 잘 파악하셨답니다.
‘미래’적 느낌을 잘 살려준 후보작들, 먼저 만나보실까요?
시안 1 시안 2
시안 3 시안 4
잘 살펴보시면, 바닥에 세계 전도를 깔고 곳곳에 이 책이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는 느낌을 주는 요소를 배치한 것이 공통적인 걸 알 수 있답니다. 다른 점은 메인 색과 숫자 2033을 표현한 서체가 다르다는 것이에요. 이 두 가지 큰 요소가 바뀌었을 뿐인데, 참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첫 번째와 세 번째는 검은색 바탕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주셨는데요,
SF적 느낌이 물씬 풍겨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 바람에 두 번째 시안은 그 자체로 참하다는 인상이었지만,
검은색에 비하면 약하다는 인상이었어요.
표지들마다 저마다 말을 걸어오는데, 역시 너무 강한 표지에는 조금 마음이 덜 가더라구요.
인지상정인가봐요.
그러니까 네 번째 표지가, 열린 느낌에 빨강이 참 강렬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숫자 서체와 한글 제목이 좀 약하게 느껴졌어요.
이에 대한 소소한 의견들을 담당 디자이너께서 잘 풀어주셨어요.
그래서 탄생한 이 책의 최종 표지, 궁금하신가요?
짜잔~~
어떠세요?
네 번째 시안의 참한 변신.
숫자와 한글 제목을 키우고 원서 제목을 조금 작게 다듬기만 했는데도
느낌이 확 달라지는 이 미묘한 변화.
정말, 제 짝을 잘 만난, 딱 만난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 들지 않으세요?
표지의 변신은 무죄입니다.^^
이 표지들을 보면 그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B급들이 있어야 최종 표지가 빛나는 법,
이 책이 바로 그러한 표지의 정석을 잘 보여줍니다.
참 고마운 B급들입니다.
- 벗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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