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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작가共방/김영숙|루브르 박물관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멀리 만이 보이는 강가의 풍경>

 

 

 

 

캔버스에 유채

94×124cm

1845년경

드농관 132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1851)는 정신이상인 어머니와 이발소를 운영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로, 그야말로 비천하고 소외된 가정에서 성장했다. 심심하면 아버지의 이발소 창문에 장난처럼 그림을 그리던 그는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에 힘입어 열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영국 왕립 아카데미에서 수채화를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겨우 한 해 만에 왕립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전시회에 작품을 낼 만큼 두각을 나타냈다. 스물네 살에 아카데미 준회원이 되고, 3년 뒤에 정회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 자신의 천재적인 그림 솜씨 덕분이었다고 볼 수 있다.

 

터너는 스무 살 무렵부터 유화를 시작했는데, 주로 풍경화를 그렸다. 낭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의 풍경화에는 막연한 두려움과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자연의 힘이 극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때문에 그의 풍경화는 그 속에 인간이 그려져 있건 않건 상관없이 감상자로 하여금 인간 존재의 유약함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한다.

 

미완성 작품인 <멀리 만이 보이는 강가의 풍경>은 터너가 말년에 그린 것으로,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그의 유일한 작품이다. 그림 속에 아직 식별이 가능한 요소들, 예컨대 하늘이라거나 그 하늘과 흐릿하게 경계를 이루고 있는 만의 모습, 나뭇가지 등이 어렴풋이 감지되지만 제목을 읽지 않은 채 무심코 바라보면 엷게 펼쳐진 색들의 유희만 가득한 현대 추상 회화를 보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터너는 늘 그 시대를 훌쩍 뛰어넘은 가장 진보적인 작가로 거론된다. 터너가 구사하는 자연의 빛, 그리고 색채들의 어우러짐은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