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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작가共방/김영숙|루브르 박물관

로소 피오렌티노 <피에타>

 

 

 

캔버스에 유채

127×163cm

1530년경

드농관 18

 

 

피에타(Pietà)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다. 미술에서는 주로 성모 마리아가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나 조각상을 일컫는다.

로소 피오렌티노의 <피에타>에서 예수와 그의 왼팔을 잡고 무릎을 꿇은 요한의 몸은 마치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인물군상처럼 울퉁불퉁한 근육을 드러내 놓고 있다. 그러나 보통 흰색으로 그려지는 수의가 붉은 기운이 가득 도는 오렌지빛으로 그려진 것이라거나, 검붉게 처리된 예수의 얼굴은 이 그림이 르네상스의 단정한 색감에서 한참 벗어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온통 붉은색인 가운데에서도 예수의 늘어진 시신만큼은 붉은 기가 돌지 않아 더욱 섬뜩한 느낌을 준다.

로소 피오렌티노(Rosso Fiorentino, 1494~1540)는 원숭이와 함께 살며 밤마다 묘지를 파헤치며 시신이 썩어 들어가는 것을 보며 쾌감을 느끼는 정신병자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미술가들에게 하나쯤 따르기 마련인 이런 전설은 사실 다 믿을 것은 못되지만, 당시엔 누구라도 이 같은 작품을 보면서 화가의 정신 상태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로소 피오렌티노는 프랑수아 1세에게 초청받아 퐁텐블로 성의 조경 설계까지 맡았지만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 작품은 훗날 19세기 낭만주의 미술의 거장 들라크루아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루브르에서는 들라크루아가 자신의 벽화 작업을 위해 그린 습작 <피에타>를 볼 수 있는데, 강렬한 색을 통한 격정적인 느낌이 로소 피오렌티노의 것과 흡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