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_작가共방/김영숙|루브르 박물관

파올로 베로네제 <가나의 혼인 잔치>

 

 

 

캔버스에 유채

677×994cm

1563

드농관 16

 

 

높이 6미터를 훌쩍 넘고 넓이는 약 10미터에 이르는 이 대형 작품은 색채 감각이 출중한 베네치아 출신 화가의 그림답게 산뜻하고 생생한 색의 향연 그 자체이다. <가나의 혼인 잔치>는 예수가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지자 기적을 행하여 술통을 다시 가득 채운 일을 그린 것이다. 그러나 한가운데에 옅은 후광을 두르고 있는 예수와 그 곁에 앉아 술이 떨어진 것을 염려하는 마리아의 모습으로나마 이 그림이 종교화임을 간신히 알 수 있을 뿐, 화려한 옷을 골라 입고 모여든 귀족들의 허영의 끝을 보는 것 같다.

 

베로네제(Paolo Veronese, 1528~1588)는 현재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걸린 <최후의 만찬>도 이런 방식으로 그렸다. 예수가 마지막으로 제자들과 함께 식사하는 장면을 소재로 했는데도 비장함은커녕 선남선녀들이 여흥하는 모습만 가득한 걸 두고 종교 재판관이 그의 불경함을 꾸짖자, 베로네제는 시인이나 미치광이들이 그런 것처럼, 화가도 그럴 자유가 있다라고 대꾸한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목이 날아가는 불운을 피하고자 그 작품의 제목은 <최후의 만찬>에서 <레위 가의 향연>으로 바뀌었다.

 

<가나의 혼인 잔치>는 원래 베네치아에 있는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의 수도원 식당에 그려졌다. 당시 수도사들은 밥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갔다가 저쪽 벽 너머에서 벌어지는 떠들썩한 잔치를 실제로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을 것이다. 그림의 배경은 16세기 베네치아의 풍경으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전통을 부활시킨 안드레아 팔라디오의 건축물로 구성되었다. 등장인물들도 죄다 당대 각국의 실세들을 모델로 했다. 특히 중앙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네 명의 악사들은 티치아노, 틴토레토, 바사노와 베로네제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은 것이다. 가장 오른쪽 첼로 혹은 콘트라베이스는 티치아노, 바이올린은 틴토레토, 관악기 연주자는 바사노, 그리고 가장 왼쪽에서 기타와 비슷한 악기를 활로 연주하고 있는 사람이 베로네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