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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작가共방/김영숙|루브르 박물관

안드레아 만테냐 <성 세바스티아누스>

 

 

 

캔버스에 에그 템페라

255×140cm

1480년경

드농관 15

 

 

성 세바스티아누스는 로마 제국 시절 순교 당한 기독교인이었다. 그는 기독교 박해가 극에 달하던 시기,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근위병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감옥에 갇힌 많은 기독교인을 석방시키다가 기독교인임이 발각되어 사형에 처해졌다. 처형 방법은 당연히 잔인했다. 황제는 그를 기둥에 묶은 뒤 병사들에게 활을 쏘도록 했다. 그러나 많은 기독교 성인의 이야기가 흔히 그러하듯, 신심을 드높일 기적이 일어난다. 수십 발의 화살을 맞고도 아직 죽지 않은 세바스티아누스는 이레네라는 미망인에게 극적으로 구출되어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그러나 순교의 운명을 타고난 그는 기독교인들을 탄압하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앞에 나타나 그의 잘못을 칼같이 지적하다가 몰매를 맞고 죽는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은 성 세바스티아누스의 모습을 주로 반라 상태로 그리곤 했다. 황제의 최측근에서 그를 보위할 정도라면 그 몸매가 일반 남성과는 달랐을 거라는 추측에, 화살을 맞아 죽을 뻔한 일화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주름이 잔뜩 잡힌 옷이라거나 갑옷을 뚫는 화살보다는, 맨살에 박힌 그것을 그리는 것이 더 드라마틱하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조반니 벨리니의 매제로 알려진 안드레아 만테냐(Andrea Mantegna, 1431~1506)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화의 부활이라는 르네상스 정신에 걸맞게 세바스티아누스가 처형당하는 장소를 고대 건축의 유적지로 택했다. 게다가 세바스티아누스의 몸은 일반적인 인간의 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완벽해서 고대 그리스·로마인들이 잔뜩 이상화시켜서 만들어 놓은 남성 조각상에 피부색만 입혀 놓은 것 같다. 발치에는 그러지 않아도 조각상의 받침대 부분을 턱하니 그려 두었다. 그림 하단의 두 병사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잘린 몸 덕분에 오히려 이 그림이 그림이 아니라 커다란 창문을 통해 목격한 실제의 사건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