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코
435×260cm
1440년경
드농관 1층 2실
화가의 이름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 1387~1455)는 ‘천사 같은 수도사 형제’라는 뜻이다. 그는 도미니크 수도회의 수도사로 출발하여 훗날 피에솔레의 한 수도원의 원장에까지 오른 성직자였다. 도미니크 수도회는 르네상스 시기에 산 프란체스코 수도회와 쌍벽을 이룬 종교 단체로, 이 수도회 소속인 피렌체의 산 마르코 수도원 내부는 프라 안젤리코가 그린 질적, 양적으로 엄청난 수준을 보여 주는 벽화들로 유명하다.
프라 안젤리코는 수도사로서 복음을 전파하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었지만, 무엇보다 ‘인간 각자에게 부여된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여 신의 뜻을 전하라’는 도미니크 교단의 가르침도 완벽하게 수행했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작가이자 미술비평가인 존 러스킨이 프라 안젤리코를 두고 “그저 화가라기보다 영감을 받은 성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라고 말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이다. 덕분에 그는 ‘일 베아토 안젤리코(Il Beato Angelico)’, 즉 축복 받은 천사 같은 사람, 혹은 천사 같은 화가를 의미하는 ‘픽토르 안젤리쿠스(Pictor Angelicus)’ 등으로도 불렸다.
이 작품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중간에 두고 성모 마리아와 그의 애제자 사도 요한이 함께 서 있는 장면을 담고 있다. 예수의 발치에는 도미니크 수도회의 창시자인 성 도미니크가 그려져 있다. 도미니크 수도사들은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하얀 옷에 짙은 색 망토를 걸치는 것이 보통이다. 예수는 다른 성인들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로, 붉은 십자가가 새겨진 후광을 두르고 있다. 그가 매달린 십자가 위에는 ‘I. N. R. I.’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라틴어로 ‘Iesus(예수)’, ‘Nazarenus(나사렛의)’, ‘Rex(왕)’, ‘Iudaeorum(유대의)’의 약자로, ‘유대의 왕 나사렛 예수’를 의미한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수난을 당한 예수의 육신은 생각보다 말끔하다. 열정적 기도 없이는 절대로 붓을 들지 않았던 프라 안젤리코로서는, 예수를 피땀으로 범벅이 된 인간적 존재라기보다는 고통 자체를 초월한 고귀한 영적 존재로 그리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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