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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만나고 싶은 사람들/All about 人

어른인 당신에게 권하는 그림책

 

 

1. 마감하다 그림책 읽기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마감 때만은 아니고, 자주 종종 틈틈이 봅니다. 일 때문에도 보고 개인적인 취향으로도 보고 무엇보다도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이 답답할 때 주로 봅니다. 특히 세상만사 다 귀찮고 속 시끄러울 때 그림책을 펼칩니다. 그리고 그림책 안에서 잠시 쉽니다.

의외로 어릴 땐 별로 그림책을 읽었던 기억이 없습니다. 당시 저희 집 책장엔 그림책보다는 집집마다 필수품이었던 백과사전, 세계 명작 선집, 위인전 같은 책들이 전시의 위용을 드러냈었지요. 친구 집에도 도서관에도 그림책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림책이란 장르가 지금처럼 성장한 게 불과 20년 사이니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었겠지요. 9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그림책이 나오기 시작해서 우리나라의 그림책 시장이 이처럼 풍부해진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랍니다짧은 시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덕분에 지금은 멋진 국내 창작 그림책과 외국 그림책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림책과 안 친한 어린이였던 저는 어른이 되어서 그림책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2. 0~100세까지 보는 그림책

 

초등학교 5학년 아이에게 도서관에서 읽을 책을 골라 오라 했더니, 그림책을 들고 옵니다.

엄마가 말합니다. “다 큰 애가 무슨 그림책이야! 5학년 필독서 중에서 골라와!”

5학년은 그림책 읽기엔 다 큰 걸까요? 그림책을 읽는 나이는 따로 있는 걸까요?

물론 아이의 성장 발달 단계에서 맞춤한 그림책은 언어, 지각 및 인지 능력, 신체 및 운동 능력, 정서, 사회성 발달 등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림책이 영유아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그림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0세부터 100세까지 보는 책인 것을요. 단순한 듯한 형식에 함축된 가치, 정답도 없고 예측할 수도 없는 이야기, 그림 속에 숨겨진 무한한 상상의 공간이 결합된 하나의 예술작품이 바로 그림책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엔 구구절절 풀어 놓을 수 없는 수많은 생각과 느낌과 가치가 존재합니다. 그것을 그림과 이야기로 담아낸 그림책은 때론 신기한 환상 속으로 이끌고 때론 현실 속에서 잔잔한 감동을 전합니다. 그림책이 가진 재미와 즐거움, 감동과 울림은 세대와 연령을 초월합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 어린이만 읽어야 하는 그림책은 한 권도 없습니다.

 

 

3. 어른인 내가 어린 나를 만나다

 

어른이 되어 읽는 그림책은 어떻게 다가올까요? 어른으로 살면서 생겨 버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그림책 안에 머무는 동안만큼은 자유롭게 꿈꾸고 순수한 동심을 찾을 수 있겠지요. 또한 자신의 마음속에 살고 있던 아이를 만나게 되고, 커져 버린 몸과 달리 미처 다 자라지 못한 어릴 적 상처를 마주하게 될 거예요. 살다 보면 어떠한 미사여구와 장황한 말로도 공감되지 않고 위로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차분히 읽어 보면 좋을(심약해졌을 때 보면 더욱 좋을!) 치유의 힘을 가진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나는 나의 주인 (채인선 글, 안은진 그림, 토토북)

타인의 시선과 외부의 압박에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고 내 맘이 내 맘 같지 않을 때, 세상살이가 고되다고 느낄 때 잠깐 멈추고 나를 돌아보게 합니다. 아무도 나의 주인이 될 수 없다! 내가 나의 주인이다! 라는 메시지가 확 와 닿아, 이렇게 살지 말자! (훗) 하고 각오를 다잡게도 됩니다. 누구보다 자기 몸과 마음이 하는 소리를 귀 담아 듣고 보살피자는 이야기입니다.

 

 

 

 

 

 

마음은 언제나 네 편이야 (하코자키 유키에 글, 세키 아야코 그림, 고향옥 역, 한겨레아이들)

열받고 화나고 분노가 들끓을 때 순간 욱하고 나서 후회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다양한 감정과 기분을 인정하고 제대로 표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무조건 참는 게 능사가 아니며, 오히려 억눌린 감정이 그대로 응고되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고도 합니다. 마음속에 살고 있는 다양한 감정을 인정하고 수용하고 표출하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감정 표현이 서툰 저에게 특히 와 닿았던 책입니다.

 

 

 

 

마음아 작아지지 마 (신혜은 글, 김효진 그림, 시공주니어)

우리는 어릴 때부터 수없이 많은 경쟁을 거치며 살아왔고, 지금도 다르지 않게 살고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 마음을 작아지게 하는 것들엔 무엇이 있을까요. 연봉, 재산, 스펙......, 마감, 매출......? 여러 가지 일들로 자꾸자꾸 마음이 작아지다 없어져 버릴 것 같은 날에 권합니다.

 

 

분명 그림책의 핵심 독자는 어린이입니다.

하지만 어른 독자에게도 무수한 생각거리를 안기지요.

눈도 피로, 몸도 피로한, 마감하다 읽기엔 그림책이 딱!

몇 권의 그림책을 소개해 봤습니다.

여러분도 쉼이 필요할 때 그림책을 만나 보세요.^^

 

 

 

 

P.S.

 

7월의 마지막날이네요.

긴긴 장마에, 폭염에, 날씨는 오락가락, 기분도 오르락내리락...

지치기에 충분했던 한 달, 모두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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