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삼십 분의 일. 휴머니스트에서의 이공계인 비율이다. 그 1이 나다.
고등학교 때 이후 이과형 인간이 이렇게 적은 집단에 속해 있는 건 처음이다.
대학에서 사진동아리 활동을 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흠... 난 역시 희소가치가 있는 존재야.’
WMAP을 우리말로 어떻게 읽는지, 공식에서 윗첨자가 정확히 어느 문자에 붙는 것인지,
앵무새의 혀는 어떻게 생겼는지 등등 일단 ‘과학이다’ 싶은 것들은 다 우리 팀에 질문을 던진다.
아쉽게도 바로바로 답해 줄 수 없고, 나도 찾아봐야 아는 것들이 많지만,,,
질문해 주면 내심 우쭐하다.
다른 사람에게는 물어 볼 수 없는 질문. 훗.
과학편집자는 과학책을 많이 읽는다?
그럴까? 허허... 안타깝게도(?) 과학책을 제일 안 읽고 있다.
과학 원고야 많이 본다. 같은 원고를 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고.
처음 원고를 볼 때는 설레고 두 번 볼 때는 재밌고 세 번 째쯤에는 살짝 지겹다.
하지만 이놈이 책으로 나올 때까지는 손에서 놓을 수 없다. - 애증의 관계.
회사 밖에서까지, 과학책 너를 내가 들여다 볼 힘이 없구나.
미안하다. 내가 노력할게.
과학편집자의 외도
오히려 다른 분야의 책을 많이 읽게 된다.
편집자라는 직업과는 크게 관계는 없는 것 같고,
‘전공’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고 보니 시야가 더 넓어지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책의 도움을 받고 싶은 부분이 생겨 그런 것 같다.
최근에 읽은 책으로는 《철학은 정리정돈을 어떻게 돕는가》 이 책을 감동(感動, 크게 느끼어 마음이 움직임)적으로 읽었다.
나에겐 정리정돈이 필요해.
문득 시 한 수가 절로 나온다.
암기 트라우마
역사책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라
자기계발서
가사에 신경 쓸 시간 없다
요리책
이제는 내가 너희를
다 끌어안으리라
세상에나
시집도 샀다.
고민고민
나는 다른 분야의 책을 읽는데, 다른 사람들은 과학책을 얼마나 많이 읽을까?
‘과학책 읽어주세요~’ 하고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단지 ‘삶 속에서 과학이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없을까?’, ‘과학책이 필요한 순간이 있지 않을까? 언제일까?’,
'과학, 알면 완전 재밌는 건데, 이걸 어떻게 알려주지?'를 고민할 뿐이다.
그리고 독자들이 서점에서 자발적으로 집어 들게 되는 그런 과학책을 만들어 내야겠지.
아...! 갑자기 머리가 아파지는 관계로...
- 끝 -
"얘들아 싸우지 마~"
- J
'H_만나고 싶은 사람들 > All about 人'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굿바이! 더 위주, 안녕! 사통팔달 (6) | 2013.08.02 |
---|---|
어른인 당신에게 권하는 그림책 (0) | 2013.07.31 |
진정 자유로워지는 '휴가'를 떠나세요! (0) | 2013.07.22 |
검과 적 (0) | 2013.07.17 |
이것은 도전입니까? (4) | 2013.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