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리처드 파인만, 에드워드 윌슨, 리처드 도킨스, 이언 스튜어트, 브라이언 그린...
아침에 출근하면 진한 투샷 아메리카노와 함께 두꺼운 원서를 꺼내 읽는다.
신인 가수의 이름은 몰라도 신인 작가(겸 과학자)의 이름은 꿰고 있어야는 게 상식.
어려운 수학 공식도 척척 풀어내고, 수학이 왜 아름다운지, 우주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생명은 신비롭고, 한반도는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이런 것쯤이야 상식인 사람들.
그게 과학책을 만드는 편집자이고, 사이언스 출판을 하는 사람들의 일상이랄까?
ⓒ fyeahcatphysics http://fyeahcatphysics.tumblr.com/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물론 다른 과학 편집자들은 다를 수 있습니다요!)
내선 번호가 울리기 시작하면 긴장하고,
내용 오류를 지적하는 독자들의 전화에 백배 사죄하고
타 회사 신간에 감탄하며 왜 나는 이걸 몰랐지! 속앓이하는
이런 모습이 진짜 과학(책을 만드는) 편집자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만날 때 과학책을 만든다고 하면 눈을 똥그랗게 뜨고 경이와 감탄의 말을 쏟아낸다.
하지만 우와- 그렇게 어려운 책을 만드세요? 라는 말은
우와- 내가 절대 읽을 리 없는 완전 재미없는 책을 만드는구나!와 같은 말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과학은 지루하고 재미없고 남성적이고 어렵기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과학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어려운 과학에 그림을 넣고 ~했어요 뿌잉뿌잉*^^*한다고 내용이 쉬워지진 않는다.
우리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과학 베스트셀러는 누구나 쉽게 이 책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독자들은 그중 10퍼센트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과학에 대해 좀 안다는 사람들은 전문 용어와 핵심 개념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우주가 팽창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답하기 어려워한다."
과학의 영역은 넓고, 다루고 있는 주제들도 헤아릴 수 없다.
편집자들이 편협한 시선으로 몇몇 분야들만을 소개하는 것에는 매우 죄송한 마음이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길이 그다지 넓지 않기 때문이라는 변명도 드리고 싶다.
과학책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해서 뭔가 거창하거나 대단한 과학적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도 알고 싶은 욕망이 담긴 책을 만든다. 어떤 과학이 남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할지도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도 과학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기에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되기를 소망한다.
휴로그에서 인기 코너 <인자한 만남>을 접고 새로 연재를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우리에게 과학을 묻지 마라>라는 도전적인 제목의 카테고리를 생성하게 되었다.
사내에서 원고를 볼 때 어려운(?) 수식이나 과학적인 맥락이 담긴 페이지나 구절이 나오면
선후배를 막론하고 외계인을 영접한 사람처럼 초점 풀린 눈으로 사이언스팀을 찾아온다.
이게 무슨 뜻이에요? 라고 나를 바라보면 솔직히 할 말을 잃는다.
"네이버에 나오는 건 묻지 마세요!" 라고 시크하게 쏴주는 게 주로 하는 대답이지만,
사실 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나도 몰라요. 내가 어케 알아요ㅠㅠ"
ⓒ Too Much Coffee Man http://tmcm.com/
카테고리명이 <우리에게 과학을 묻지 마라>라고 해서 과학을 절대 묻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답을 주기에는 우리의 과학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다른 표현이며, 함께 답을 알아가자는 제안이다.^^;
단순하게는 과학책을 만드는 편집자들의 일상, 잡담, 넋두리를 듣는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가끔은 최신 과학이나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과학 분야에 대해 소개하는 일도 있겠고,
어떤 책을 어떤 순서로 읽는 게 과학에 접근하는 데 효과적인지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끔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닌, 댓글을 통해
과학책이 재미없거나 과학에 흥미가 없는 분들의 솔직한 휠링,
과학책에서 부족했던 부분이나 더 알고 싶은 이야기를 해준다면
좀 더 풍요롭고 즐거운 과학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과학을 묻지 마라!
대신, 과학이라는 우주만큼 넓고 깊은 세계를 함께 알아가보자-
by 개미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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