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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만나고 싶은 사람들/All about 人

만약 야구 매니저가 논어를 읽는다면?

 

 

야구는 팀 플레이입니다.
1번부터 9번 타자까지, 각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지만, 상황에 따라 그 역할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때로는 팀의 승리를 위해 거포 4번 타자가 번트를 대는 경우도 있고,
선발 투수가 마무리 투수의 역할을 하는 때도 있습니다.

 

 

▲ "번트보다 홈런이 쉬웠어요" 4번 타자도 피해갈 수 없는 번트 연습! 이대호, 김동주 선수. (출처: 스포츠조선)

 

 

전략의 변칙과 변주,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선수들의 희생,
'승리'라는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가기 위한 근성 있는 플레이와 창의적인 작전 구사 등등.
야구라는 스포츠가 만들어내는 아우라 때문에 저는 봄부터 가을까지...
무언가에 홀린 사람 처럼 지냅니다. 안습

 

 

야구와 관련된 책(특히 만화책^^)은 무지 많습니다.
그중 인상적이었던 책은, '경영학 소설'이라고도 불리는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입니다.

 

▲ 물론 <거인의 별>과 <H2>를 훨씬 열렬히 읽었습니다. ^^

 

 

우연한 기회로 고교 야구팀의 매니저가 된 주인공은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다가 영감을 받고는,
책에서 얻은 경영 이론을 야구팀에 대입시키기 시작합니다.
다른 분야, 다른 사람도 아닌 피터 드러커의 경영이론을 접목시킨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이 곧 자산"이라는 그의 이론의 핵심 때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주인공이 그들의 팀의 존재 이유를 피터 드러커에게서 찾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의 존재 이유를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것'이라 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우리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우리는 누구를 위해,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이렇게 힘든 야구를 하고 있는 거지?
주인공이 생각해낸 답은 '감동'이었습니다.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우리 팀이 야구를 하는 이유라는 결론을 내린 겁니다.
어떤 일을 하든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고, 무엇을 목표로해야 하는지를 가슴 한편에 두지 않으면

쉽게 지치고, 작은 일에도 상심하고,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 책은 소설과 경영학의 조화라는, 매우 흥미로운 지점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특정 분야와 스토리가 만나 시너지를 냈다는 점도 인상 깊었고요.

'야구와 피터 드러커라...' 좀 뻔하겠다는 예상 반, 호기심 반으로 가볍게 집어들었던 책인데 
어린이 편집자로서 '아이들이 쉽게 읽어낼 수 있으면서도 유익한 책'
'부모님과 아이에게 모두 사랑받는 책'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제게 생각할 만한 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만약 고교야구 매니저가 논어를 읽는다면?"
전혀 다른 온도의 다양하고 깊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군가 "야구는 인생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복잡미묘한 인생처럼 야구 또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스포츠이니까요.
그러니 야구 매니저에게도 인생을 깊이 탐구하는 인문 고전 도입이 시급합니다! ㅎㅎㅎㅎㅎ

(글 제목을 보고 질문에 대한 답이 있을 거라 생각하신 분들, 죄송합니다. 낚이셨습니다.)

 

 

사실 야구에 대한 애정이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차라리 '애증'에 가깝달까요...

야구를 보다가 혈압이 오르거나, 평소 잘 하지도 않는 욕지거리를 한다거나, 
홧김에 폭음을 해서 가뜩이나 진 것도 억울한데 몸까지 상하고 마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야구의 단점은 몸과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거...)

 


본격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는 여름을 맞아, 일단 숨을 좀 골라야겠습니다. 후아후아
야구지옥! 독서천국! 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