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1절을 아시나요?

노순신과 정진이가 나섰다, <무한도전> TV 한국사 특강

토요일 저녁의 즐거움, <무한도전> 일곱 남자들이 이번에는 한국사 특강 강사로 나섰습니다. 학생으로는 ‘요즘 아이들’인 10~20대 초반의 아이돌들이 참여했습니다. 일곱 강사들은 각자의 선생님에게서 배운 비법을 가지고 인물, 사건, 문화재 세 가지 키워드로 한국사의 주요한 흐름을 짚고 넘어갑니다. 1시간 20여 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삼국 시대부터 근현대까지를 담아내야 하다 보니 한국사의 기본적이고 주요한 지식들이 단편적으로 나열되는 패턴이어서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최고의 예능답게 저마다 캐릭터를 살려 노순신, 정진이 등으로 분해 노래와 성대모사, 개그를 섞어가며 숨넘어가게 웃기다가도 안중근 의사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의 편지를 읽을 때는 비장해지는 등 시청자들을 들어다 놨다하면서 짧은 시간 동안 즐겁게 한국사 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와 ‘야스쿠니 젠틀맨’ 사이

“야스쿠니 신사 들어 봤나요?” 

아니요. 사람 아니에요? 위인. 야쿠르트 먹고 싶어져요. 

“야스쿠니 신사가 어떤 건데?”

신사인 것 같아요. 신사 맞죠? 

“신사, 숙녀’ 할 때 신사?” 

아니에요? 

“위안부가 뭔지 알아요?”

잘 모르겠는데요. 독립운동 했던 곳?

“이완용이 누구인지 알아요?”

이환용? 일제를 추방한 분, (일제에 맞서) 싸운 분 아니에요?

<무한도전>이 끝나고 컴퓨터를 켰습니다. 방송 초기에 나왔던 SBS 뉴스를 검색해서 보았지요. 3․1절을 3점1절이라고 읽는 아이들, 야스쿠니 신사에서 신사(神社)를 신사(紳士)로 알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처음에는 소수의 문제이겠지라며 웃어넘기려 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를 보고 야쿠르트를 떠올리는 아이를 보고는 요즈음 아이들이 무척 창의적이네라고까지 생각했지요. 그렇지만 위안부가 ‘독립운동을 했던 곳’이 되고, 심지어 이완용을 독립운동가로 알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는 쓴웃음조차 지을 수 없었습니다. SBS 취재진의 후기를 보니,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서울 시내 중학교 5군데를 돌아다녔는데, 20퍼센트의 중학생이 3.1절을 읽는 법조차 몰랐다고 합니다. 

후세의 기억은 지금, 논쟁하는 자들의 몫입니다.

아이들의 한국사 인식에 관심이 쏠리면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 원인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여러 분석들이 있긴 했지만 크게는 집중이수제와 대폭 축소된 근현대사 수업, 지루한 국사 수업 방식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집중이수제는 한 과목을 한 학기, 길게는 1년 동안 몰아서 배우는 제도입니다. 1년 안에 2천 년의 역사를 몰아서 배워야 하다 보니 단편적 지식을 암기하는 식으로밖에 배울 수 없고, 뒷부분에 배치된 근현대사 수업은 소홀해지기 쉽다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외국의 사례를 들어, 역사 수업이 한 학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 학년마다 계속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합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얼마 전 어떤 아이돌이 “우리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며 민주화를 강제로 획일화하는 것,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해서 논란이 됐던 것처럼, 단순히 한국사 지식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한국사 인식을 갖고 있는 문제이지요. 이런 잘못된 인식들은 인터넷 사이트, 또래 집단 사이에서 유통되며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일베가 대표적인 예이지요. 

  어제 알라딘 인문학 스터디에서 서중석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잘못된 한국사 인식들은 연일 활개를 치는데 진보 언론과 진보 인사들은 너무 조용합니다.” 거시적인 교육 제도의 개선은 물론 중요하지만, 논쟁들이 벌어졌을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반론을 펼치는 것 또한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후세에 어떤 기억이 남을지는 지금, 논쟁하는 자들의 몫이니까요.

살아있는 역사 교육을 돕는 휴머니스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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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1, 2  

살아있는 한국근 현대사 교과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