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 올랐습니다.
아직 노랗고 붉은 꽃들을 보진 못하지만 얼었던 땅 위로는 초록이 대세입니다.
산에 오르기 전에 걱정하던 찬바람은 몇 걸음 옮기다 보면 벌써 시원하게 느껴지고…
과연 봄, 기다린 보람이 있습니다!
=> 여긴 어디? 마니산! 나는 누구? 저기 뒤에 할배
추위에 쪼그라들었던 몸과 마음에 기지개를 펴고 활짝 피어나……기……는…… 커녕,
저는 요즘 통증에 시달린답니다. ㅎㅎ
허리가 저의 취약점. 뼈와 근육, 둘 중의 하나는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하는데 두 녀석 모두 봄에 취해 맥을 놓아 버린 모양입니다. 직립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통증과 마주하는 것뿐이에요. (비장하죠? 으흐흐)
이 좋은 호시절에 난데없는 통증이라니! 저의 봄 투정에 주변의 동료들도 하나 둘 말을 보태어 주십니다. 몸살을 앓는 분, 현기증을 호소하는 분, 뭐 관련이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주기적인 복통에 이르기까지…
“나두 그래.”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동의는 언제나 위로를 줍니다. 더 많은 위로를 얻기 위해 이 현상의 명명을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봄이 주는 통증을 명명하는 이름의 후보들을 하나씩 꺼내어 사전을 검색해 봅니다.
봄앓이? 춘통? spring ill? spring ache?…
저의 모자란 작명 능력 탓인지 제가 찾는 단어는… 없더군요.
(아시는 분은 댓글 달아 주세요!^^)
제가 찾은 단어 중에는 영어의 spring fever 정도가 봄에 겪는 부정적인 신체 반응을 담아낸 근사치의 단어였습니다.
하지만 많은 블로거들이 이미 봄앓이, 춘통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걸 보면서 이심전심 위로가 되었습니다. 재미있었던 건 봄앓이 얘기하는 분 대다수는 봄을 탓하기 앞서 스스로의 몸을 탓하시더라는 점이었어요.
세상에 좋기만 한 게 있을라구요? 나쁘기만 한 것도 없을 거예요. 누구에게 좋은 것이 누구에겐 좋지 않고, 어딘가에 좋은 것이 다른 곳에는 나쁜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봄이 가져다 준 통증 쯤, 아무렇지도 않게, 낯밤의 변덕과 어수선하게 부서지는 햇빛, 저마다 정신없이 뽐내는 빨강, 노랑, 초록 모두 다 즐겨 보렵니다.
볼만하잖아요!
마음에 평화만 있다면…에구구구
초식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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