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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런 이란

전 국민적인 스모커들 어느 날 우연히 회사 여직원들의 흡연 현장을 목격했다. 그녀들은 색색깔의 스카프를 두른 채 사무실 밖 혹은 비상구 계단에서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고 있었다. ‘오, 이란 여자들도 담배를 피우는구나!’ 이란 여성이 담배 피우는 걸 상상해 본적이 없었다. 한국에서도 아직 여성 흡연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마당에 담배 피우는 이란 여성의 모습이라.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내 생각에 차도르를 입은 성스러운 이란 여인의 손가락에 담배는 당치도 않았던 것이다. 이란에 와보니 남성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담배 피우는 여성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히잡을 쓴 이란 여인들은 노천카페에서 우아하게 담배를 물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란 곳곳을 두루 다녀보니, 시골 여성보다는 도시의 여성 흡연율이 높은 듯했다... 더보기
카펫, 어찌됐든 꿰매지는 인생 발수건이 필요 없었다. 바닥에서 자도 등이 따뜻했다. 물 흘려도 닦을 필요가 없었다. 맞다. 바퀴벌레도 압사된 채 발견됐다. 불쌍한 녀석들. 이건 다 카펫, 카펫 덕분이다. 이란의 모든 집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다. 처음 살던 집 방에도 붉은 카펫이 깔려 있었다. 말 그대로 레드카펫. 늘 장판 바닥만 밟고 살아온 내게 카펫의 푹신한 감촉은 정말이지 이란에 있다는 걸 실감케 했다. 한국에선 카펫은 가을이나 겨울용이다. 여름엔 카펫을 걷어내고 맨 바닥을 밟거나 대나무 장판을 깐다. 두꺼운 카펫은 보기만 해도 더우니까. 반면 이란의 모든 가정집에는 사시사철 카펫이 깔려 있다. 여행을 다니면서 수많은 이란 가정집을 다녔는데, 아무리 거실이 넓어도 여러 장의 카펫을 깔아 거실을 채웠다. 우리처럼 바닥 한복판에 .. 더보기
차이(Chai)는 힘이 세다 나는 붉은색을 병적으로 좋아한다. “넌 사주에 불(火)이 없대. 그래서 붉은 색을 많이 입는 게 좋다더라.” 엄마에게 이 말을 들은 뒤로 그랬다. 그때부터 난 속옷부터 상의, 필통, 휴대전화 케이스, 지갑 등 거의 모든 생활용품을 붉은색 계열로 구입하곤 했다. 그러다가 결국 이란에 가선 몸속까지 붉은색으로 채우기까지 이르렀다. 바로 이란의 국민음료, ‘차이(chai, 홍차)’로 말이다. 이 붉은 물을 처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다. 차이를 좋아하기까지는 무려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다. 2010년 엄청난 업무에 시달리던 어느 날, 동료 파라허니가 나에게 느닷없이 차이를 권했다. “승아. 너도 차이를 마셔봐. 소화가 잘돼.” 안 그래도 업무 스트레스에 힘없는 트림을 반복하던.. 더보기
오색찬란 카펫 같은 이란을 만나보자 혹시 아시나 몰라? 니체의 에서 짜라투스트라가 페르시아 태생의 조로아스터라는 것! 괴테가 대적할 자 없다고 극찬한 시인인 페르시아의 시인 허페즈는? 천일야화 속 이야기꾼 세헤라자드가 페르시아의 왕비였다는 건? 페르시아인이 활약했던 중세 이슬람 문화가 바로 오늘날 서양문화의 토대였다는 사실은? 이란. 우리는 이란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중동의 한 국가 혹은 최초의 이슬람 공화국. 근본주의 이슬람, 처도르, 핵, 테러, 석유, 반미 혹은 한국 축구의 숙적?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이란을 접하는 창구는 TV뉴스나 신문 등 주로 언론 매체다. 그렇다면 언론은 이란에 관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주로 위에서 말한 이란다운 이야기 혹은 이란 같은 이야기들이다. 언론은 뉴스감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 하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