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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만나고 싶은 사람들

봄을 기다리는 이들을 위한 뽐뿌질

 

 

겨울이 유난히 길고, 춥고, 눈이 많이 와서 그런지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욱 간절합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모두 비슷하겠죠.

 

J 님께서는 '광합성', '엽록소' 같은 전문용어(?!)를 사용하셔서 저를 조금 당황하게 하셨지만요.

 

 

반짝했던 꽃샘추위도 풀리고, 이내 봄이 올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봄바람이 느껴지려면 시간이 조금 더 지나야 할 것 같아요. 봄을 기다리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저도 모르게 봄바람의 설렘을 가득 담은 이야기들을 슬쩍 들추어보게 됩니다.

 

 

 

1. 영화 <4월 이야기>

 

 

홋카이도에서 살다가 도쿄 근교 대학에 진학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여대생 우즈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우즈키는 이사를 하고, 대학에 입학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납니다. 조금 특이한 친구를 만나 뜻하지 않게 낚시 동아리에 가입하기도 하고요. <4월 이야기>는 이렇게 새로운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가는 우즈키의 모습이 섬세하게 그려지는 잔잔한 영화입니다.

 

그런데 우즈키는 왜 홋카이도에서 이 먼 도쿄까지 와서 대학에 다닐까요? 아마 어렵지 않게 짐작하실 수 있는 이유인 것 같네요. 봄을 담은 아름다운 영상을 만날 수 있고 러닝타임도 70분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궁금하시다면 이번 기회에 한번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2. 만화 <러프>

 

 

에이센 고등학교에 입학한 수영 기대주 야마토 케이스케. 그 케이스케 앞에 나타난 동급생 니노미야 아미는 케이스케에게 '살인자'라는 말을 합니다. 케이스케의 집안과 아미의 집안은 모두 가업으로 전통과자를 만드는 일을 하는데, 할아버지 대의 원한이 내려온 것이죠. 그리고 아미의 옆에는 케이스케가 존경하는 일본 제일의 수영선수 나카니시 히로키가 있습니다. 악연으로 이어진 케이스케와 아미의 고등학교 생활은 어떻게 펼쳐질까요?

 

설정은 <로미오와 줄리엣> 혹은 막장 드라마와 비슷하지만, 만화 <러프>의 이야기는 아기자기하고 따뜻합니다. 알콩달콩한 이야기와 매력 있는 주인공들, 그리고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전개가 어우러지면서 청춘의 한 시기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다치 미츠루는 여백이 있는 컷으로 독자를 미소 짓게 하는 탁월한 연출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로도 유명한데요. 케이스케와 아미가 함께 벚꽃길을 걷는 장면은 이 만화의 백미 중 하나입니다. 그 외에도 봄날의 풍경을 담은 아름다운 장면, 이야기를 만화 곳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3. 윤종신의 <결국 봄>

 

 

     찌푸린 두 눈 사이 펴줄 수 있나요
     그 속에 뭘 숨기고 있나요
     움츠리고 잔뜩 심술 품은 그대여
     라라라라라라라 결국 봄

     해를 한 번 바라봐요 눈이 부셔도
     핑 한번 눈물 고인 뒤에는
     꽃들의 표정이 더 선명해 질거야
     라라라라라라라 결국 봄

     그대 왜 그리 두터운 옷을 아직 입고 있죠
     왜 창문 굳게 닫고 있죠
     솔직한 맨살 바람을 만나게 해줘요
     처음엔 쑥스럽겠지만

     흐르는 개울물에 얼굴을 담가요
     그리고 가볍게 눈 떠봐요
     의심 가득 그대 눈에 푸르른 세상
     라라라라라라라 결국 봄

     그대 왜 그리 두터운 옷을 아직 입고 있죠
     왜 창문 굳게 닫고 있죠
     솔직한 맨살 바람을 만나게 해줘요
     처음엔 쑥스럽겠지만

     동그란 돌멩이를 베고 누워요
     그대로 두 눈도 감아봐요
     따듯한 돌멩이 귓속 물 빼준대
     아아아아아아아 결국 봄

 

 

지난번에 이어 또 윤종신이네요. 사실 이 노래는 봄을 기다리는 저를 위한 노래입니다. 최근에 표정이 안 좋아 보인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거든요. 봄이 오기 전에 찌푸린 두 눈 사이부터 먼저 펴고, 결국 올 봄을 맞이하렵니다.

 

- 런닝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