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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만나고 싶은 사람들

외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_단상들




#1. 외근


외근은 즐겁습니다. 교정지를 놓고 문장을 말끔하게 다듬는 것도 참 기분 좋은 일이지만 며칠 동안 책상에 코를 박고 앉아 있으면 몸이 찌뿌둥해지기 마련입니다. 원고 편집이 마무리 될 때 쯤 외근 나갈 일이 생기면 바깥바람 쐴 생각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특히 무언가 새로운 기획거리가 없을까, 새로 모실 저자 분은 없나 하고 강연이나 세미나 등에 참석할 때는 머릿속에 신선한 바람이 들어와 쌓여 있던 생각의 먼지를 새삼 휘저어 놓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강연을 듣고 오는 길에 팀장님과 이런저런 생각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외근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2. 강연


지난 주, ‘보이지 않는, 그러나 보이는’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휴먼사이언스의 책 <보이지 않는 세계>를 쓰신 이강영 선생님께서 강연 중 첫 발표를 맡으셨지요. 이강영 선생님의 강연에는 과학철학자이신 장하석 선생님의 논평 순서도 있었습니다. 과학에서 ‘본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원자와 중성미자, 쿼크에 대해서 잘은 몰라도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입자들은 맨눈으로는 관찰할 수 없는 것들이지요. 그렇다면 이 입자들이 ‘있는지’ 물리학자들은 어떻게 아는 걸까요? 바로 과학 이론을 통해서 입자의 존재를 추정하고 그 존재를 실험으로 확인하려고 합니다. 이강영 선생님은 과학 이론을 통해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게' 되면서, ‘본다’라는 것의 의미가 확장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과학철학자는 이런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관찰할 수 있는 것과 관찰할 수 없는 것 사이의 경계와 둘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마치 도구와 같이 쓰이는 과학 이론은 신뢰할 만한 것일까?' 등등. 과학은 살짝만 넘어가면 철학과 만나는 것 같습니다.

 



#3. 과학과 철학


뭔가 아주 깊이 파고들고 싶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동물의 시각 체계가 다 다른데, 내 눈 앞에 있는 빨간색이 정말 빨간색일까? 감각으로 사물의 본질을 알 수 있을까?”

“아주 오랫동안 천동설을 믿고 있다가 지금은 지동설을 믿고 있잖아. 과학이라는 게 세계를 ‘객관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걸까?”

이런 의문을 품으면서 말이죠. 조금 있어 보이는 말로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랄까...ㅋ 끊임없이 의심해서 의심할 수 없는 무언가를 확인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과학과 철학 이곳저곳을 기웃기웃 했었더랬지요. 그런데 자꾸 알려고 하면 할수록 문제가 점점 복잡해지고 명확한 것은 오히려 점점 더 흐려지는 겁니다. 과학과 철학을 잠시 뒤로 했던 때가 있었더랬죠.

 



#4. 공학

여기저기 기웃거릴 때, 인지과학 모임에 참석했던 적이 있습니다. 인지과학은 인간이 사물 혹은 세상을 어떻게 ‘아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철학, 심리학, 신경과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동하는 분야이지요. 제가 갔던 모임에서는 철학자, 심리학자, 생물학자, 공학자 분들을 모두 모셔서 편하게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분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지만, 어느 공학자 분의 첫 마디가 기억에 남습니다. “공학자는 이런저런 복잡한 것들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다만 공학자는 ‘일단 만들어 보자’는 거죠!” 무언가 명쾌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간과 같이 행동하는 로봇, 인간과 같이 생각하는 로봇, 인간과 같이 표현하는 로봇을 만들면 그 과정에서 인간의 인식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또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론과 기술을 바탕으로 손에 잡히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 참 매력적입니다. ㅎㅎ

 



#5. 과학, 기술, 공학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과 기술을 ‘과학기술’이라는 용어로 뭉뚱그려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의미는 다르지요. ‘과학’, ‘기술’, ‘공학’이라는 용어를 국어사전에서는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 과학(科學, science):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

- 기술(技術, technology): 과학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여 자연의 사물을 인간 생활에 유용하도록 가공하는 수단.

- 공학(工學, engineering): 공업의 이론, 기술, 생산 따위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문.

 



#6. 책 한 권, 동영상 하나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책 한 권, 동영상 하나 올리며 마칩니다.

 

 

 

 

 

 

 

 

 

 

로드니 브룩스의 로봇 만들기

로드니 A. 브룩스 (지은이) | 박우석 (옮긴이) | 바다출판사 | 2005-05-16 | 원제 Flesh and Machines (2002년)

로봇 공학자가 들려주는 ‘인공 지능 로봇 만들기’에 관한 이야기

 

 

인공지능은 아니고... 예전에 처음 보았던 생체모방기술(biomimetics) 관련 영상.ㅎ

 

-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