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 어린이책 맛보기] 1. 도라에몽과 울보 바보 이야기
안녕하세요. [사각사각 어린이책 맛보기] 코너로 만나 뵙게 된 매실장아찌입니다.
선배들의 연재를 편하게 즐기고 있다가 막상 제가 연재를 하게 되니 클릭과 스크롤할 때가 얼마나 편한지 여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휴로그지기님께 일정 꼭 사수하겠다고 했는데!!
아무튼, 올해 연재 꾸준히 써 보려 합니다. ^^;;
대나무 헬리콥터
투명 망토
먹으면 모조리 다 외울 수 있는 빵
한 번쯤은 있었으면 하고 바란 것.
무엇이든 넣을 수 있는
주머니를 갖고 있고
상상하는 무엇이든
간단한 도구로 할 수 있는
파란 옷을 입은 이등신의 몸매가 매력적인
네, 도라에몽입니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영화는 바로
얼마 전에 개봉해 한창 상영된
도라에몽 극장판, <스탠 바이 미>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듯 진구는 어리바리하고 덤벙거리고 게으르고 우유부단합니다.
지각생에다 시험만 보면 빵점, 그러니 친구들에게는 그냥 밥이죠.
그렇다고 해서 흔한 오기나 자존심도 없습니다. 그저 놀려도 헤헤~ 하고 웃고
선생님께 혼이 나도 효과는 그저 하루뿐입니다.
그런 진구에게 도라에몽은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줍니다.
비록 미래의 진구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보내진 존재이지만 말입니다.
사실 도라에몽은 진구를 ‘게으르고 소심하고 겁쟁이, 울보에 어리광만 부린다.
... 한심하고 멍청한 소리만 하면서 마음은 약해서 잔머리만 굴린다.’고 생각하면서도
늘 진구에게 아낌없이 나눠 주고 곁에 있어 주는 친구입니다.
왜냐하면 진구가 착하기 때문입니다. 조언을 하면 반성하고 딱히 잘하는 것은 없지만
다른 사람의 행복을 바라고 불행에 슬퍼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도라에몽이 미래로 돌아가야 할 시기가 오자 진구는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이제까지 퉁퉁이가 괴롭힐 때도 시험을 볼 때도, 운동을 할 때도 모두 도라에몽이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도라에몽 역시 이대로는 진구가 어려울 걸 알기에
진심으로 걱정합니다.
“나 없을 때 어떡할 거냐고, 나에게 의지하지 말고
너 혼자 힘으로 이겨낼 수 있겠냐고.”
진구는 도라에몽의 걱정에 믿음을 주기 위해 마지막 결심을 합니다.
...
그리고,
여기 도라에몽과 비슷한 아이가 있습니다.
보아하니 여리고 약해 보이네요. 더구나 울보에다 바보라니요~!
중요한 사건은 한 마을에서 일어납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원인 모를 병에 걸려
눈은 빨갛게 달아오르고 가슴은 얼음장처럼 꽁꽁 얼어붙어 차가워집니다.
서로 쳐다보기도 싫어하고 이야기도 안 나누고 누가 곁에 오는 것도 싫어합니다.
이를 보다 못한 마을의 큰 할아버지는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약’을 찾으러 떠납니다.
어느 시냇가에서 목을 축이는데 꽃잎이 떠내려 왔고 꽃잎 사이로 댓잎으로 만든 조그마한 배가 함께 떠내려 오고 있었습니다.
시냇물 따라 깊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한참을 걷고 또 걷다 보니 갑자기 앞이 훤해지고 댓잎 조각배를 띄우고 있는 아이가 보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할아버지는 노새에서 내렸더니, 아 글쎄, 그 아이가 노새 다리를 붙잡더니 울음을 터트리는 겁니다. ‘불쌍해, 불쌍해.’하며 눈물을 흘리자 절름거리던 다리가 멀쩡해졌습니다. 함께 데려온 반딧불이를 손에 올려놓고 ‘얼마나 외로웠니, 동무들이 보고 싶지?’ 하고 울음을 터뜨리자 이번엔 희미했던 반딧불이 초롱초롱한 불빛으로 되살아났습니다.
울보바보를 혼자 키우고 있던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보더니 떠날 날이 오늘내일이니
아이와 함께 돌아가시라고, 그러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그만 엉 하고 울음보를 터뜨렸습니다. 어떻게 울어야 할지도
잊고 있었는데 할머니의 말 한마디에 속절없이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노새도 울고, 반딧불이도 울고, 온통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그 눈물이 시내를 이루어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려갔습니다.
시냇가에서 빨래하던 아낙네들은 그 물을 손에 적시자마자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걸 느꼈고
민물고기를 잡던 남자들도 고기를 맛있게 끓여 먹고 나서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모두들 옛날처럼 눈에 장난기가 가득해지고 안고, 뒹굴고, 소리 지르고 야단법석이었습니다.
울보바보와 함께 울던 마을 사람들의 눈물이 모여 내가 되고 강을 이루고 바다로 흘러가면서 가슴이 얼어붙은 사람들 마음을 녹이고 산짐승과 나무, 물고기에게도 생기를 주었습니다.
도라에몽, 울보 바보는 끝없이 자기가 가진 가장 좋은 것을 기꺼이 주변 사람들에게 내주는 존재입니다.
진구나 병이 걸린 사람들도 딱하지만 그들에게 마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마구 퍼주는 도라에몽과 울보 바보를 보면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자기 것은 알아서 요령껏 챙길 줄 아는 것이 미덕인 요즘의 잣대로 보면 다소 비현실적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늘 손해만 보고 이용당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나도 진구처럼 부족하고 어리바리한 때가 있었고
울보 바보의 눈물이 없었다면 차가워진 가슴을 녹이지 못해 마음의 병을 앓았던 적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때는 도라에몽 같은 친구가 필요했고, 그런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 않았을까요.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족하고 미천한 나의 모습에도 놀라거나 실망하여 돌아서지 않고 끝까지 바라봐 주는 믿을 수 있는 친구,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아도 내 눈빛만 보고 ‘너 아프구나.’ 하고 알아주고 함께 있어주는 친구.
착한 사람은 능력 없고 특별하지 않은 사람으로 생각하면서 어른이 되었고 세상물정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그런 가치를 내 안에서 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도라에몽과 울보 바보는 불행해하지 않고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토록 밀어내고 싶었던, 손해 볼 것 같아 도려내고 싶었던 가치를 온전히 지키고 있는 친구입니다. 이 친구들을 보고 왠지 모르게 가슴이 따듯해지고 힘이 나는 이유는 도라에몽이 3D로 만들어져서도, 대나무 헬리콥터 같은 특별한 아이템 때문도 아닐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지키고 싶었고 또 그러지 못 했는지 에몽이와 바보를 보면서 느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에게도 진구같이 부족한 아이였던 시절이 있었고 도라에몽의 아이템은 없었지만 그런 호구인 적도 있었으며 울보바보처럼 눈물이 많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가끔씩 그런 마음이 솟아오르는 때가 있어, 아무도 몰래 애써 아닌 척, 차분하게 추스르기도 한답니다.
-매실장아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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