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스트의 벗들을 떠나보내며
유쾌한 인문학자 남경태 선생님을 보내며
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2011년 5월. 원고 계약을 위한 자리였습니다. 저자를 만날 땐 어떤 말을 준비해야 할까 고민합니다. 더구나 제가 뵙고 싶었던 분이였으니까요. 다들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더군요. 선생님은 유쾌한 분이셨습니다. 끊이지 않고 끝없이 나오는 이야기들, 책으로 수십 권은 더 만들 수 있을 소중한 것들이었습니다. 소통의 달인답게 어려운 정보들을 자신을 통해 쉽게 전달하는 것이 소망이라고 하셨지요. 실제로 쉬운 글쓰기를 지향하고 인문학의 문턱을 낮추었는데요. 《한눈에 읽는 현대 철학》, 《종횡무진 역사》, 《개념어 사전》 등 대표작들을 읽고 있으면, 선생님이 옆에서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합니다. 여러 학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저술은 국내 대중교양서의 새 지평을 열었고, MBC 라디오 〈타박타박 세계사〉, 〈팟캐스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의 진행자로도 청취자와 눈높이를 맞췄습니다.
“지은이의 향기가 나지 않는 책은 가치가 없고, 좋은 텍스트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 지은이의 향기가 진하다.” 생전 가장 애정을 쏟은 《종횡무진》 시리즈(전 5권, 3월 출간 예정)의 최종판 서문의 일부이자, 선생님께서 남긴 마지막 글이기도 합니다. 말과 글이 같지 않은 사람이 많은 세상에 선생님은 한결같았습니다. 그것으로도 훌륭한데 평생 성실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 남기신 134종 145권의 책들에서 그 문향이 오래 진동할 것입니다.
담당 편집자라고 결혼식 때 멀리까지 와주시고, 긴장을 풀어주신다고 취해주신 익살스런 포즈는 사진 한 장의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삼일 꼬박 함께하면서 선생님을 보내드릴 수 있어 휴머니스트 식구들은 슬프지만 행복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_교양팀 편집자 최윤영
♣ 시대와 호흡하며 인문학의 길눈을 제시한 남경태의 저작들
남경태 지음 | 744쪽 | 2014년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가 시대와 지역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한 권의 책에서 펼쳐진다.'
남경태 지음 | 576쪽 | 2012년
'철학, 역사, 과학, 시사 등의 개념어를 남경태의 독특한 언어로 풀어쓴 기발한 사전이다.'
남경태 지음 | 664쪽 | 2012년
'길가메시에서 하버마스까지 서양 문명사를 구성하는 생각의 역사를 한 권에 담았다.'
남경태 지음 | 348쪽 | 2012년
'마르크스부터 부르디외까지 31명 사상가들의 키워드로 현대 철학의 흐름을 읽는다.'
남경태 지음 | 320쪽 | 2013년
'철학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생각하기’ 워밍업이 펼쳐진다.'
♣ 경계를 넘어 지식의 지평을 넓힌 남경태의 번역서들
스티븐 컨 지음 | 남경태 옮김 | 528쪽 | 2005년
'19세기의 작가들과 작품 속으로 들어가 다양한 시선으로 19세기의 문학과 회화를 들여다본다.'
제임스 W. 로웬 지음 | 남경태 옮김 | 688쪽 | 2010년
'미국사 교과서 속 거짓을 밝혀내며 진정한 교육은 진실한 역사를 가르치는 것임을 알려 준다.'
C. V. 웨지우드 지음 | 남경태 옮김 | 728쪽 | 2011년
'유럽 최후의 종교 전쟁이자 오늘의 유럽을 낳은 최초의 영토 전쟁 30년 전쟁을 만난다.'
브라이언 보이드 지음 | 남경태 옮김 | 612쪽 | 2013년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인간 문명을 진화로 이끌었는지 살펴보면서 예술과 문화의 관계를 재평가한다.'
존 리더 지음 | 남경태 옮김 | 992쪽 | 2013년
'대륙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해서 장대한 시간을 지나온 아프리카의 모든 것을 보여 준다.'
권태균 선생님을 떠나보내며
지난해 12월 남경태 선생님의 부음 소식에 이어 올해 초에도 휴머니스트에 궂긴 소식이 있었습니다. 지난 1월 2일, 오래도록 함께해 온 사진작가 권태균 선생님이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습니다. 〈샘이 깊은 물〉과 〈월간중앙〉에서 사진작가로 근무하셨고, 신구대 사진학과에서 후학을 가르치던 열정 가득한 사진작가 권 선생님은 휴머니스트 한국사 관련서 판권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분이었습니다. 사진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면 그전에 먼저 원고를 꼼꼼하게 읽고 챙기는 분이라서, 전국 방방곡곡 아니 다닌 곳이 없지만 당신 사진 중에 딱 맞춤인 것이 없다고 생각되면 먼 길 마다않고 한달음에 달려가 새롭게 사진을 찍어 보내주시던 분이었습니다. 작년 12월의 송년모임에서 휴머니스트 식구들이 선물한 목도리를 두르며 환히 웃으시던 모습이 지금도 선한데, 2013년엔 심장 수술 때문에 힘들었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걱정 말라고 말씀하셨는데, 한 달이 지나기 전에 찾아온 부고 소식에 망연자실할 뿐입니다. 선생님은 살아생전 휴머니스트 책 중에서 네 권으로 이루어진 《조선의 문화공간》을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을 찍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함께하셨기 때문이겠지요. 다시금 살펴보니 네 권에 빼곡히 실린 선생님의 사진들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선생님은 이 사진을 이 각도에서 찍었으니 여기쯤 서 있었겠구나, 이 어스름의 이 사진을 찍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여러 생각이 교차합니다. 마지막 뵈었을 때 노래 〈부용산〉에 얽힌 이야기를 맛깔나게 들려주셔서 그날 저녁 잠들기 전 바로 찾아 들었었지요. “부용산 오리 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 솔 밭 사이사이로 회오리바람 타고 /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선생님은 가셨지만, 사진은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아 있겠지요. 그럼에도 선생님과 찍은 사진이 거의 없는 것이 짧은 인연을 맺은 편집자인 저로서는 많이 아쉽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_역사팀 편집장 최세정
♣ 권태균 선생님의 사진이 담긴 도서들
1권 조선 초기, 2권 조선 중기, 3권 조선 중기, 4권 조선 후기
이종묵 지음 | 각 권 460~544쪽 | 2006년
문학과 사상, 예술, 풍류를 아우른 조선의 사람과 땅, 그리고 그 시대의 문화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개국, 태평성대, 유배, 은둔, 강학 등 새로운 도전과 좌절, 꿈과 절망의 소용돌이를 살며 ‘조선’이라는 시대와 공간을 만들어 낸 조선 문화인들의 대서사시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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