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스트랑 한국 현대미술 지도 그리기! 등고선 둘. 변관식, 그리고 이왈종.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 2. '변관식·이상범 : 한국인의 자연관'
변관식(1899~1976)은 조선시대 인물산수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동시에 달라진 시대 상황에 따라 번안된 새로운 인물산수화, 독자적인 한국 산수화의 양식 또한 제시했다. 그로부터 한국 현대 동양화의 한 맥락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전통적인 인물산수화가 이후 어떻게 변형되어 오늘날에 이르렀는가를 보여주는 첫 지점이다.
-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 84~85쪽
변관식 <외금강 삼선암 추색>, 종이에 수묵 담채, 1966년
이왈종(1945~)은 초기에는 전통 산수화를 동시대의 산수화로 치환하는 그림을 그렸으나, 제주도로 거처를 옮긴 이후에는 인물산수화에 깃든 자연관과 우주관을 다분히 장식적이며 간결한 도상으로 구성하는 그림을 선보이고 있다. (중략) 그의 그림에는 자연과 조화롭고 평등한 관계를 이룩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 그가 전통적인 인물산수화에서 깨우친 것이다.
- 전통 산수의 재해석 _<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 104~107쪽
이왈종 <제주 생활의 중도>, 장지에 혼합 재료, 2010년
변관식과 이상범은 전통 산수화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근대 이후 달라진 시대 상황 속에서 산수화가 바뀌는 과정을 우선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들은 실제 자연 경관을 자신의 양식으로 정형화하면서 한국의 자연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나 특질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는 두 가지 방향에서 전개된다. 하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질문하고, 바람직한 삶의 조건과 의미를 추구하고자 했던 조선시대 인물산수화의 정신을 유지하는 측면이다. 이 유가적이고 도가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이미지의 설정은 이들의 뒤를 이어 김동수, 박노수, 이왈종, 신하순, 그리고 서은애로 연결되고, 박윤영이나 이세현과 같은 작가들의 색다른 산수화로 연결된다. -91쪽
동양화에서는 물리적 현상의 재현이 아니라 현상의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산수화 안에 고정된 하나의 관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산수화의 응시법은 다원적이고 유동적이다. 아울러 복판에 내재한다. 시점을 풍경의 복판으로 옮겨가는 것, 즉 시점이 그림 안에서 움직이며, 이는 '실존의 시선'이다. -93~94쪽
사실 세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세계는 운동하고 생성하며, 떨리고 흔들린다는 것이 동양인의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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