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_기억하고 싶은 책/휴머니스트 책Book

나는 그냥 배가 아픈 건데

 

 

    

 

 

 

아침에 일어나니

배가 아파

 

아빠, 배 아파.”

그러자 아빠가 하는 말

그럼 똥 싸.”

 

엄마, 배 아파.”

그러자 엄마가 하는 말

그래도 학교는 가라.”

 

나는 그냥 배가 아픈 건데…….’

 

 

 

김혁, 4학년

 

벌서다가, <> 30쪽, 휴먼어린이, 2013



실제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쓴 시이다. 참 재밌으면서도... 슬픈 시다.

지은이는 단순히 배가 아프다고 했을 뿐인데, 그에 대한 엄마 아빠의 반응이 참 해석적이다.

아빠는 근거 없는 해결책을 던지고, 엄마는 의심의 촉을 세운다.

아이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다.

 

살다 보면 때로 나 자신이 보고 싶고 듣고 싶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단정 지을 때가 있다.

상대방의 상황은 자세히 알아보려 하지 않고, 내 느낌만으로 상상하고 만들어 가는 건 참 무섭고 위험한 일이다.

위 시를 보며 그냥 웃고 넘기기엔 많은 생각들이 남았다.

나 역시 다른 이의 말을 차단하거나 내 식대로 받아들이려 한 적은 없었나.

때론 아이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길들여진 어른에게선 나오기 어려운, 날것 그대로의 표현은 종종 우리를 뜨끔하고 따끔하게 한다.

 

여기, 어린이가 쓴 또 한 편의 시를 소개한다.

 


 

급식소

 

급식소 아주머니께서는

항상 많이 먹으라 하신다.

많이 줘야 많이 먹지…….

 

-무명 어린이

 

 

아...... 아이들의 말은 촌철살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