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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기억하고 싶은 책/휴머니스트 책Book

막걸리 한 모금의 추억



곧 추운 날 막걸리와 국밥은 언 몸을 녹이고 바람을 막아주며 허약한 원기를 일으켜 몸을 온전히 지켜주면서, 고픈 배를 채워주었다고 했다. 추위에 노동하는 사람에게는 국밥과 막걸리가 바로 산삼이나 녹용에 비견된다는 주장이다.


대폿집의 끼니술막걸리 식탁 위의 한국사》 318


적어도 1980년대까지 막걸리는 여전히 농민과 노동자, 심지어 반정부운동이나 민주화운동을 했던 대학생들의 술이었다. (중략) 1990년대 이후가 되면 대폿집은 대도시 골목에서 찾기 어렵게 되고, 삼겹살이나 돼지보쌈 혹은 술국을 안주로 희석식 소주를 마시는 소줏집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 대폿집의 끼니술, 막걸리 식탁 위의 한국사》 335

 

 

 

내 기억 속의 막걸리는 농민, 노동자, 운동권 대학생의 거창한 이념을 가진 대단한 술이 아니라 그냥 우리 엄마의 술이다. 어렸을 적 엄마는 내게 주전자를 들려 동네 막걸리 공장에서 막걸리를 받아 오라는 심부름을 종종 시켰더랬다. 막걸리를 받아 오면 엄마는 동네 아주머니들과 여름이면 차갑게, 겨울이면 설탕을 넣어 따끈하게 데워 먹었는데, 내겐 심부름 값으로 한 모금씩 맛보게 해 주었다. 그 한 모금이 어찌나 맛있던지.


찬바람이 부는 요즘, 어렸을 적 얻어먹던 그 따끈한 막걸리 한 모금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