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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만나고 싶은 사람들/Hustory

하정우의 연기 노트, 과학자의 관찰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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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든 회사원이든 누구나 노트를 가지고 있다. 다이어리든 수첩이든, 강의 노트든 업무 일지든 말이다. 아무리 문서 프로그램이 많이 쓰인다고 해도 노트와 손 글씨의 기동성은 따라올 수가 없다. 전기나 배터리 같은 것 없이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며 그때그때 생각난 것을 적기 편리하다. 글을 쓰다가 그림을 그리든 숫자를 적든 내 손놀림만으로 재빠르게 모드(?)를 전환할 수 있다. 컴퓨터가 아무리 발달해도 종이와 연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과학자들도 노트를 쓴다. 논문이나 책으로 나오기 전에 자연을 관찰하고 실험한 내용을 기록하고, 연구를 하며 떠오르는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적어 둔다. 논문과 책에 담긴 새로운 발견과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는 그 기록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올 여름, <과학자의 관찰 노트>를 편집하며 보냈다. 야외에 나가 자연을 관찰하는 과학자들의 노트가 도판으로 생생하게 담겨 있는 책이다. 과학자들의 필체와 그림체가 고스란히 담긴 수첩과 메모, 일지, 다이어리 등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하는 친구들의 노트를 훔쳐보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동물행동학자, 곤충학자, 고생물학자, 인류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생물학자들이 말하는 관찰과 기록에 관한 이야기는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날 일어난 일과 생각한 것을 기록하는 것은 우리도 일상 속에서 하고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과학이라는 분야를 떠나, 주의 깊게 관찰하고 기록하는 활동을 꾸준하게 실천에 옮기고 그 과정 속에서 관찰의 즐거움과 기록의 중요성을 몸소 깨달은 사람들의 경험담이라고 할 수 있다. 노트를 정리하는 과정과 그 기록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발견이 떠오른다는 것을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 준다.

 

목적이 무엇이든 많은 사람들은 기록하고 싶어 한다. 나의 하루하루와 그 사람과의 추억, 오늘 내가 한 일과 배운 것 등등. 그러나 늘 습관을 들이는 게 문제다. 결코 쉽지 않다. 그래도 이 책을 보면 ‘그래! 한 번 해 보자!’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과학자는 종이를 접어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흥미로운 것이나 떠오르는 생각을 그때그때 휘갈겨 메모를 한다. 그리고 메모를 모아 노트를 정리한다. 또 어떤 과학자는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마음을 먹고 두 달 동안 기록하는 데 몰두했다고 한다. 그러고 나니 사흘 이상 뭔가를 기록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또 다른 과학자는 자신만의 노트 작성법을 만드는 동안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말한다. ‘과학자들도 처음부터 완벽한 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도 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인가 작년인가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에서 영화배우 하정우가 대학 시절부터 쓰고 있는 자신의 연기 노트를 공개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연기 내용과 스스로의 평가를 기록하는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집중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길러지지 않았을까. 기록의 힘을 새삼 깨닫는다. <과학자의 관찰 노트>는 과학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과학자의 노트를 통해 ‘과학자’라는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기록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