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 명절인 추석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왔네요. 벌써부터 귀성길 걱정에 시름이 한가득이시죠? 표도 구해야 하고 8시간 10시간 걸려 시골에 내려갈 생각하니 귀향길이 아닌 고생길이란 생각 먼저 드는 건 저만일까요? ㅠ 혹시나 해서 황금연휴 기간의 날씨를 살펴보니 26도에서 29도를 오르락내리락하더라구요. 시원한 가을바람보다는 에어컨 바람에 더위를 식히며 내려가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먼 거리를 움직인다는 건 지루하고 힘들지만, 양손 가득 선물 사들고 시골 내려가는 마음은 누구나 설레고 들뜨게 하는 것 같네요^^.
자,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해볼까요?
여러분들은 장거리 이동을 할 때면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무엇을 챙기나요? 아마 대부분은 스마트폰이면 되지 않아? 라고 생각하실 것 같네요. 스마트폰 하나면 게임, SNS, 사진, 동영상 등 모든 게 가능하기 때문에 여분의 배터리 정도만 더 챙긴다면 이번 추석 귀향길은 문제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번 추석 귀향길에 책 한 권을 챙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책 추천이라니 식상하시죠? 걱정 하지 마세요. 제가 이번에 스마트폰에서 느낄 수 없는 재미와 감동, 그리고 아날로그적 감성까지 챙길 수 있는 재밋는 책으로다가 소개해 드릴게요.
우선 자동차 뒷자석, 혹은 우등버스의 우측열 앞, 두세 번째 자리(고속도로는 직진코스가 많고 노면의 불규칙성으로 상하진동이 크죠. 뒷좌석에 오래 앉을 경우 멀미를 동반하니 앞좌석을 이용하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KTX의 2호차 특실 홀수 자리(가격 면에서 조금 비싸지만 자리도 넓고 창문도 큼지막합니다.)에 앉아 창밖 풍경을 감상하며 이어폰을 꽂아주세요. 제임스 블런트의 <You're beautiful>을 플레이합니다. 개인적으로 제임스블런트를 좋아하는데 후회하진 않으실 거예요. 여기까지는 너무 쉽죠? 그럼 이제 책을 꺼내세요. 상상만 해도 너무 낭만적이지 않나요? 이제 더 이상 귀성길 ‘고생 열차’가 아닌 나만의 ‘여행 열차’가 되어 있을 거예요. 스마트폰에 빠져 정신없이 쏟아지는 정보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보단, 우아하게 음악을 들으며 책에 빠져 있는 모습. 당장이라도 여자들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지지 않나요? 으흐흐흐흐흐... 착각과 상상은 자유니까... 흐흐흐흐흐흐...
이제 모든 준비는 완벽하게 끝났어요. 이제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되시죠? 걱정 마세요. 제가 준비한 책이 있으니까요^^**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바로 우라사와 나오키의 <플루토>입니다. 원작은 일본 만화의 신이라 불리는 데츠카 오사무의 <우주 소년 아톰>이에요. <몬스터>를 읽어보셨다면 우라사와 나오키가 일본만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작가라는 사실을 아실 텐데요.
우라사와 나오키는 아톰을 보고 자란 자신의 유년에 바치는 오마주로 <플루토>를 재탄생시켰다고 하네요. 그런데 기껏 우아하고 낭만적인 멋스러움에 대해 이야기해 놓고 웬 만화책이냐고요? 자, 그럼 조금만 제 설명을 잘 들어보세요. 이건 그냥 만화책이 아니거든요. 아톰의 에피소드인 지상 최대의 로봇(아톰을 포함한 7대의 로봇)들의 대전을 통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죠. <플루토>는 가볍고 단순한 만화적 스토리뿐 아닌 세심하고 따뜻한 진리가 담겨 있어 매우 감동적이거든요. 인간보다 인간적인 로봇들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과 스스로의 존재적 가치를 풀어내고 있으니까요. 전 8권을 읽다 보면 매우 철학적인 내용도 담겨 있어 많은 의미를 되뇌어 보실 수도 있으실 거예요. <플루토>를 읽다 보면 수많은 전쟁을 일으키고도 전쟁을 반성하지 않는 나라 일본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고 폭력에 반대하는 아톰이란 캐릭터를 탄생시켰다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하게까지 느껴진다니까요.
“증오는 아무것도 낳지 못한다”
<플루토> 8권 中 게지히트의 대사.
어떠세요? <플루토>와 함께라면 귀향길 스트레스 팍팍 날려 버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으세요? 고향집에 내려가서 ‘차가 너무 막혀서 정말 힘들었어.’, ‘내년에는 그냥 해외나 가야 할까 봐.’라고 생각하기보다 <플루토>를 보며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깊은 통찰도 하며 한결 성숙해진 마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추석 연휴를 보내고 오신다면, 정말 알찬 황금 연휴를 보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하네요ㅎ.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1년 365일 스마트폰과 함께했다면 이번 연휴는 스마트폰이 아닌 책과 함께하시는 건 어떨까요? 물론 선택은 여러분들의 몫이겠지만요. 지금까지 휴머니스트 디자인실 최요다였습니다. (__) 10주 후에 만나요.
ps : 주말 내내 왼쪽 눈이 가렵습니다. 설마 다래끼는 아니겠지? 라고 생각해 봅니다.
설마. 선배들에게 물어보자 갑자 옮기면 죽는다며 등 떠밀어 병원에 보냅니다. 아침의 아쌀한 공기를 타고 병원에 다녀옵니다. 제길... 다래끼 따위로 저의 존재적 가치를 무시하고 유린한 선배들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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