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이야기: 희생양들
아마, 휴로그 기획 팀의 최초 아이디어는 이런 식의 한 마디에서 출발했을 거예요.
"요리사가 주방을 공개하는 마음으로 책 만드는 일상을 공개한다면 어떨까요?"
그러고 나선 그 팀의 누군가가 그 말을 받아 그랬겠죠.
"아, 그렇게 하면 독자들도 우리 책을 더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독자들과 휴머니스트의 친밀감도 커질 것 같고…. 정말 좋은 생각이네요."
누군가 장구 치자, 한쪽에선 소리하고, 한쪽에선 아니리 날리고 했을 겁니다.
잠깐 기쁜 시간 지나고 금세 애매한 시간이 찾아왔을 테지요.
누군가는 그 꼭지를 써야 할 텐데 자기는 아니어야 하거든요.
괜한 기 싸움과 눈치 전쟁이 오고가는 15초가 지나고, 휴로그 팀은 이심전심 빠른 합의에 이르게 되었을 겁니다.
"우리끼리 쓸 생각하지 말고(우린 블로그 기획하기도 바쁘니까), 잘 쓸 사람을 찾아서 맡깁시다."
휴로그 팀이 말하는 "잘 쓸 사람"이란 누구일까요?
문장이 좋은 사람? 알찬 콘텐츠를 가진 사람?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는 사람?.......?
불행히도 휴로그 팀은 가장 안일한 방법을 취합니다. 자신들이 맡긴 꼭지를 자신들이 원하는 시간에 마감 강제할 수 있는 사람…곧 만만한 사람!
1차 희생양은 입사한지 오래되지 않은 신입들을 중심으로 꾸려집니다.
수요일마다 업데이트될 꼭지 <막내실록>, 이름에서부터 만만함의 포스가 물씬 풍겨납니다.
희생자 명단: 역사 부문 최여사 씨, 주니어 부문 이초딩 씨, 디자인 부문 구군 씨
이분들은 입사 1년차 안팎으로 구성된 집필 부대로 휴머니스트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체험들을 솔직하게 전해 줄 것입니다. 독자들께서 휴머니스트를 간접 체험하기에는 지금 막 시작한 이 친구들의 시각이 훨씬 편안하고 안전한 길잡이가 될 거라 믿습니다. 아직 넉살 좋게 허세 부리거나 거짓부렁 나부낄 연차 아니니 진정성 믿어 주시고요.
화요일 업데이트되는 <인자한 만남> 팀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인문 부문의 런닝맨 씨, 사이언스 부문의 J 씨, 두 사람 역시 휴머니스트 경력을 내세울 입장은 아니거든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이라는 거대한 제목을 감당할 수 없어, 소심하게 방향 전환한 제목 <인자한 만남>에서는 인문학도로 성장해온 한 남성과 자연과학도로 성장해온 한 여성 사이의 유쾌한 소통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막내실록>팀은 막내를 벗어나면 빠져나올 수 있지만, <인자한 만남>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두 분 희생자가 특별히 안쓰럽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2차 희생자는 조직 내 권력 관계에서 아직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 애매한 경력의 소유자들입니다.
금요일 업데이트되는 <마감하다 딴 책 읽기>팀의 밥묵자 씨, 아이참 씨.
경력 7년차의 밥묵자 씨는 휴머니스트 입사 경력이 짧고, 상대적으로 휴머니스트 3년차를 바라보는 아이참 씨는 이곳이 첫 직장이다 보니 나이가 어립니다. 서로 다른 사연이지만 아쉽게도 '만만한 사람'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휴머니스트가 인정하는 다독가이고 신뢰받는 편집자입니다. 그들이 마감의 사선에서조차 손에서 놓지 못하는 북리스트는 어떤 것일지 저도 많이 궁금합니다.
3차 희생자는 만만한 선배. 어디가나 구색 맞추기라는 것이 있잖아요. 제가 딱 그 케이스가 되었네요.
원고 마감을 독촉해야 하는 편집자에게 원고 마감을 독촉한다는 것은 왠지 많이 나쁜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잖아요. 1기 휴로그팀의 조속한 해체와 2기 휴로그팀의 구성을 제안하고 싶지만, 생각해보니 그럴 필요도 없더군요. (훗-!)
만만한 사람을 찾는 것이 휴로그 팀의 "뽀인뜨"였다면, 희생자들이 마련한 "반전"도 따로 있습니다.
사실 저를 제외하자면 맡은 꼭지들을 그 만큼 잘 쓸 사람들은 없으니까요.
투덜대면서도 설레고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매일매일 업데이트될 이야기들이…
아차, 방문해 주신 독자님,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또 뵈어요!
초식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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