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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기억하고 싶은 책/휴머니스트 책Book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뇌》 #1. 아기 망각 신드롬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요?

고대 이집트인에게 묻는다면 “심장.”이라고 답했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뇌를 마음의 물리적 기반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두뇌 없는 마음’을 상상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마음을 탐구하기 위한 방향은 정해졌습니다. 바로 두뇌를 들여다보는 것!


뇌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뇌과학을 통해 나의 마음을 살펴보는 신간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뇌에 등장하는

흥미로운 에피소드 몇 가지를 이제부터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



<아기 망각 신드롬>



아기 망각 신드롬에서 부모나 다른 양육자들은 자기가 돌보는 아이를 차에서 데리고 나오는 것을 잊어버린다. 최근 워싱턴 DC에서 이와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 미취학 아동의 엄마가 업무상 급한 일이 생겨 딸을 보육 시설에 데려다줄 수 없었다.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이 사무실로 가는 도중에 아이를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그는 이전에 한 번도 보육 시설까지 운전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더운 여름날, 뒷좌석에 아이를 안전하게 앉힌 뒤 그는 집을 떠나 차를 몰며 통상적인 출근 경로에 몰두해 버렸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평상시 주차하던 자리에 차를 대고 앞좌석에서 서류 가방을 움켜잡고는 사무실 빌딩 안으로 돌진했다. 몇 시간 뒤 그는 공포에 휩싸여 자기 딸이 아직 차 안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그녀는 죽어 있었고 그는 치사죄로 기소되었다. 지난 15년간 미국에서 200명 이상의 아동에게 벌어진 이처럼 납득이 안 되는 행동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기 망각 신드롬을 연구해 온 신경과학자인 조슈아 할로넨에 따르면, 습관 기억에 관여하는 뇌 영역(바닥핵과 편도체)이 미래 행동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데 관여하는 뇌 영역(이마앞엽겉질과 해마)의 활동을 억제한다. 매일 사무실로 차를 운전하는 일처럼 단조롭고 일상적인 상황에서 바닥핵과 편도체의 습관에 기초한 기능이 새로 계획한 행동(아이를 보육 시설에 데려다 주는 일)을 중단시킨다. 좋은 마음으로 대신 아이를 보육 시설에 데려다주고 싶었던 아버지는 정말로 한 번에 두 가지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습관 기억 탓에 그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일터로 가는 완전히 생활화된 패턴에 몰입했다.

 

아기 망각 신드롬에서 중요한 요점은 다음과 같다. 평소 일과와 다른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 특히 조심하라. 습관과 판에 박힌 일상은 디폴트 상태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으면 동일한 환경에서는 늘 하던 대로 하게 될 것이다.



<언어 학습의 힘>



영아들은 이전에 결코 들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 다시 들을 일도 없을 언어들 사이에서 뚜렷한 음성의 차이를 포착해 내는 선천적인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다. 사실, 이 능력은 세계의 모든 언어에서 사용되는 모든 소리로 확장된다. 이 놀라운 선천적인 능력은 10~12개월 즈음 사라진다. 그 시기에 음성의 차이에 대한 영아의 민감도는 자신이 듣는 언어에만 국한된다.

 

생후 1년 미만의 영아와는 대조적으로 성인은 외국어에서 소리의 차이를 지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은 태어날 때부터 두 가지 언어에 노출되었던 영아에게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하는 아기는 한 가지 언어만을 사용하는 아기와 비교했을 때, 양쪽 언어에서 말의 음성 단위에 대한 민감성이 더 커질 뿐 아니라 뇌 활성에서 독특한 패턴을 보인다. 연구자들은 아기가 하나 이상의 언어에 일찍 노출되면 세계 언어의 음성을 처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10~12개월까지의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은 영아나 어린아이에서뿐만 아니라 생애 전체에 걸쳐 뇌 기능을 향상시킨다. 그러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에 끌리지 않는 사람들이 절망할 필요는 없다. 모어의 새 단어를 학습하는 일도 다양한 뇌 기능을 강화시킨다.


<아기의 공감 능력>


EBS <감각의 제국 6부 이기적 본능, 공감 1/5>

5분 10초부터 보세요!


한 실험에서 생후 3개월 된 아기들은 (실험자의 요구로)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반응 없이 앉아 있는 엄마를 보고 심하게 동요했다. 아기가 엄마를 보고 미소를 지었을 때, 엄마가 미소로 화답하지 않으면 아기는 괴로워하며 외면했다. 만 한 살의 아기를 대상으로 한 다른 실험에서는 엄마가 기쁜 얼굴을 하고 있을 때 아기는 다가와서 낯선 사람이 가져다 놓은 장난감을 탐색했다. 엄마가 이마를 찌푸리거나 눈을 가늘게 떠서 우려를 표할 경우에는 장난감 근처로 가지 않았다.

 

아기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비슷한 민감성을 보인다. 1980년대에 이루어진 한 연구에서는 엄마들이 생후 8개월 된 자신의 아기에게 분노나 공포 혹은 기쁨을 표현하는 어조로 말할 때 아기의 반응을 보는 실험을 수행했다. 엄마의 목소리가 상황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어떤 단서를 드러내면 아기들은 장난감을 향해 기어가다가 멈췄다. 그러나 이 망설임이 반전될 수도 있었다. 엄마가 행복한 목소리로 말하자 아기는 장난감에게 다시 기어가기 시작하여 그것을 잡았다.



<풍자와 유머를 알아채는 능력>



인간의 뇌는 언어의 단어를 처리하도록 조직된 좌반구와, 운율 체계라고 알려진 단어와 관련된 어조, 리듬, 강조와 같은 말의 요소들을 표현하고 반응하도록 조직된 우반구로 구분된다. 운율 체계를 민첩하게 추적하는 우반구 덕택에 의사소통은 단어 없이도 매우 매끄럽게 일어날 수 있다. 고통에 찬 날카로운 비명 소리나 성난 고함을 들을 때 심박 수가 증가하고 불안감이 증폭되는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우반구다. 그 비명에 어떤 언어가 동반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비명 소리를 듣고 즉시 누군가가 괴로움에 빠져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단어나 언어가 없어도 된다. 그래도 의사소통은 꽤 효율적으로 일어난다.

 

풍자와 유머는 운율 체계의 다른 사례들로, (좌반구가 해석하는) 단어의 내용과 (우반구가 해석하는) 목소리의 어조 사이의 불일치를 수반한다. “그는 진짜 천재야!”는 누군가의 지능에 대한 찬사일 수 있지만, 우둔함을 암시하여 사람을 무시하는 말일 수도 있다. 그것은 모두 목소리의 어조에 달려 있다.

 

목소리의 어조와 단어 사이의 불일치는 정서적인 고통을 일으킬 수 있으며, 몇몇 심리 치료사들에 따르면, 영구적인 정신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어렸을 때 자신의 엄마가 미묘하게 악의에 찬 위협적인 어조로 다 너 잘되라고 이렇게 하는 걸 알 거다. 널 사랑하니까 말이야.”라고 하는 말을 지속적으로 들은 아이는 미래에 정신 분열증 환자가 될 수도 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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