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저의 북카트를 공개하는 시간이 왔군요. 막상 책 얘기를 하고자 하니 책을 읽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책 얘기를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막 인터넷서점에 나온 보도자료를 보며 어디 한번 그럴듯하게 짜깁기를 해볼까 하다가 에잇 몰라! 그냥 내키는 대로 쓰자 모드가 되어버렸습니다. 휴머니스트란 출판사의 정체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오로지 나의 기호와 취향만을 고려한 책들을 소개할게요.
<레드셔츠>
존 스칼지. 유일하게 찾아 읽는 SF 작가. <노인의 전쟁> 시리즈로 유명하다. 전작들과 다르게 표지가 발랄하다. 언뜻 보고 록큰롤에 매료된 노인의 이야기로 오해했지만, 레드셔츠는 <스타 트렉>에서 주인공들(푸른 셔츠를 입은 고위직 승무원들)과 함께 원정에 나섰다가 죽어버리는 엑스트라를 일컫는 말이란다. SF장르의 클리셰에 익숙하다면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만... 잘 모름...
<내 이름은 팬더댄스 2>
2권 나왔음. 참고로 다음 웹툰에서 연재 중.
엉뚱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실험적 만화.
만화를 읽는 매번 당황하고 난처했지만, 내가 익숙한 것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는가를 매번 느꼈다. 뒷표지가 좋아서 같이 올려본다. 나는 조경규 작가가 그리는 우동 면발이, 뚱뚱한 바나나우유가, 중국집 간판이 미치도록 좋다.
<마흔 이후, 누구와 살 것인가>, <독신의 오후>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하나의 방식이나 대안이라는 점에서 같은 카테고리에 묶이는 책들. <마흔 이후, 누구와 살 것인가>는 싱글 여성 3명이 10년간 함께 살면서 경험한 공동주거에 관한 이야기이고, <독신의 오후>는 어떻게 하면 남성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에 관한 수필이다. 이 책을 내게 된 경위가 재밌다. 저자 우에노 지즈코는(여성) 일본에서 독신여성으로 사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책을 냈고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그 뒤 남자는 대체 어떻게 하면 되느냐? 라는 질문을 숱하게 받는 바람에 책을 냈다고.
<루쉰 그림전기>
그림전기라 하여 흥미로워 미리보기를 클릭했더니 독특한 연환화(連環畵)가 가득이다. 연환화는 중국의 전통만화. 8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만화를 대표했지만 일본 망가가 유입되면서 거의 사라진 장르다. 이 책에서는 만화라기보다는 삽화처럼 실려 있다. 루쉰 본인이 연환화 보급에 힘썼다고 하니,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형식의 전기가 아닐까.
<누나>,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하일지!! 천명관!! (그저 좋음)
<감정교육>
근래 나온 세계문학 가운데 가장 끌린다.
"나는 플로베르의 초라하고 어설픈 자식이다. 『감정 교육』에 전적으로 굴복하고 말았다." -프란츠 카프카
"플로베르 없이는 프루스트도 조이스도 없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플로베르와 카프카를 읽지 않았다면 소설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알랭 로브그리예
"나의 소설은 『감정 교육』에 빚졌다. 몇몇 장면과 플로베르의 리듬을 그대로 따랐다."- 조르주 페렉
<조춘만의 중공업>
현대중공업 용접사에서 국내 최고의 산업 사진가가 된 조춘만이라는 인물이 흥미롭고 그가 삼각대를 검정 테이프로 감고 검은 보자기를 쓴 채 몰래 사진을 찍었다는 뒷이야기가 흥미롭고 기계, 철강, 공장을 찍은 사진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흥미롭고 기계비평가 이영준이 말하는 산업사진의 필요성이 흥미롭다.
그렇게 금지된 경관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춘만을 두고 이영준은 이렇게 말한다. “그의 사진은 누구의 것도 아니었 던 중공업의 경관을 애호를 통해 선택하고 우리에게 되돌려준다. 그것은 아주 작은 일이지만 매우 의미 있는 역사적 전환 이다. 우리 곁에 있었지만 우리의 시선 안에 들어오지 않았던 중공업의 경관을 이제야 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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