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도전, 10배 재미있게 보기}
마지막, 여섯 번째 이야기는
이방원의 왕자의 난과 정도전의 최후입니다.
정도전은 한양 천도 이후,
'민생의 기본은 안전. 국방 없이는 민본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려 말, 유배 시절
전쟁통에서 고통받는 백성들의 참상을
두 눈으로 생생히 목격했던 정도전이였습니다.
아래에선 왜놈들이 날뛰고 위에서는 오랑캐들이 날뛰는데다가
명나라의 횡포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고 조선의 자주성을 추구하기 위해
나라의 기본인 국방력을 튼튼히 하는데 힘씁니다.
정도전은 최고 군령인 의흥삼군부를 개편하여 중앙 군사 체제를 갖추고
자신이 직접 그린 <진도>에 따라 북, 깃발 등으로 신호를 통해
단일 군대로서의 지휘체계를 세운 진법훈련을 실시합니다.
이로 인해 조선의 군사력은 크게 강화됩니다.
명나라 주원장은 이런 조선의 움직임을 경계합니다.
주원장에게 정도전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주원장은 조선에 갖가지 횡포를 부립니다.
생트집을 잡으며 조선을 협박하고,
조선의 사신들을 구타하거나 억류하고 죽이기까지합니다.
(친명파인 이방원,하륜,권근 등은 환대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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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장, 이 간나새끼
이에 정도전이 초강수를 제안합니다.
바로 요동정벌입니다.
건국 이래 갖은 수모를 받아온 태조도 마음이 움직입니다.
그 사이,
이성계의 부인이자, 조선의 왕비인 강씨가 세상을 떠납니다.
강씨의 죽음은 이성계에게 크나큰 정신적 타격이였고,
정도전을 비롯한 세자 옹호파와 후견 세력의 약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1398년 5월, 조선을 괴롭히던 홍무제가 죽습니다.
어수선한 시국에 오히려
정도전은 진법훈련을 더욱 강화하고
진법훈련을 태만히 한 지휘관들을 처벌합니다.
기세를 몰아 정도전은
이성계를 설득해 왕자들의 사병을 혁파합니다.
정안군 이방원을 비롯한 왕자들이 가지고 있는
사병을 관군에 귀속시켜 병력을 통합해
중앙 군권을 더욱 강화하고, 왕자들의 세력을 약화시켜
혹시 모를 쿠데타를 방지하고, 세자의 세력을 강화하여
정도전이 꿈꾸는 대업인
재상중심주의 정치를 펼치는데 한발 나아갑니다.
정도전은 재상정치 없이 민본의 대업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왕은 하늘이 내리지만, 재상은 백성이 낸다.
따라서, 재상이 다스리는 나라는 왕이 다스리는 나라보다
백성에게 더 가깝고, 더 이롭고, 더 안전한 것이다.
임금은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이며,
나라의 주인은 백성이다."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사상이었습니다.
입헌군주제나 지금의 민주주의와도 비슷한..
시대를 너무 앞서나갔던 정도전이었기에
왕권을 강조하는 이방원과 그 세력들에게
많은 견제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정도전은 왕자들의 사병과 무기를 모두 몰수합니다.
이방원은 정도전에 의해 개국공신에서도 제외되고,
세자 책봉에서도 밀려났는데,
거기에 마지막 힘인 사병까지 빼앗기게 됩니다.
신권을 강조하는 정도전과 왕권을 강조하는 이방원의 대립이 극에 달합니다.
하지만 행동파 킬방원은 위기를 기회로 삼습니다.
때마침 이방원에게 기회가 옵니다.
정도전에 의해 충청도 관찰사로 내려가있던
이방원의 핵심참모 하륜과
당시 안산 군수였던
행동대장 이숙번이 군대를 이끌고
한양으로 달려옵니다.
그리고
이방원의 부인 민씨가 몰래 숨겨둔 무기들로
병사들을 무장시킵니다.
이제 이방원의 명령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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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사냥을 시작한다!"
이방원 쿠데타군은
무기고와 의흥삼군부를 점령하고 광화문을 포위합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제1차 왕자의 난'입니다.
정도전은 방심을 하고맙니다.
이때, 정도전은 남은, 심효생 등과
남은 첩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싸움에서 가장 긴장해야 될 순간은 이겼다 싶을 때이다."라고
이방원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정도전이었는데...
소식을 들은
이방원과 이숙번은 곧바로 정도전을 찾아갑니다.
심효생과 남은 등을 죽이고,
정도전의 아들들까지 죽여버립니다.
당시 현장의 상황입니다.
드디어 정도전을 붙잡은 이방원.
"이게 누구신가, 삼봉 정도전 대감이 아니시오"
조선을 민본국가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 이인임 같은 괴물이 되기를 자처했던 정도전은
결국 인간도, 괴물도 되지 못 했습니다.
오히려 이방원을 괴물로 키운 꼴이 되었습니다.
정도전은 죽기 전, 시 한수를 읇습니다.
시의 제목은 '자조(自嘲)'
자조란 스스로 자신을 비웃는다는 말인데요.
죽음의 순간에 스스로를 비웃으며 이미 삶과 죽음에 초탈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미 대업을 꿈꾸면서 죽기를 각오했던 정도전에겐
그저 씁쓸한 웃음만 있을 뿐입니다.
정도전의 시조 그대로
정도전의 30년 민본 대업의 꿈이 모두 허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정도전은 죽임을 당합니다.
이후, 이방원과 하륜은 쿠데타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정도전을 나라의 역적으로 만들고, 정몽주를 영웅으로 세웁니다.
죽마고우이자 정적이기도 하였던 정도전과 정몽주는
죽어서도 이런 아이러니를 만들게됩니다.
이후 500년이 지나서야
조선 말 고종 때, 대원군에 의해 정도전은 복권되었고,
동시에 이방원은 세자 이방석,이방번을 죽이고
바로 임금의 자리에 앉지 않고,
자신의 형 이방과를 세자로 세웁니다.
이 모든 것은 그의 참모 하륜이 계획했습니다.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잃은 이성계는 절망합니다.
이방원은 이후
이방간의 제2차 왕자의 난을 진압하고
세자가 되어 정종 이방과에게 왕위를 이어받아
강력한 왕권을 자랑했던 임금이자 세종대왕의 아빠인
조선의 제3대 왕, 태종이 됩니다.
덕을 갖춘 왕이 인과 예를 몸소 실천하는 왕도정치의 나라.
한줌의 귀족이 아니라 백성이 근본이 되는 나라.
가문과 혈통이 아니라 능력만 있다면 누구나 사대부가 되어 벼슬을 할 수 있는 나라.
백성이라면 누구나 자기땅을 가지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나라.
해서 모든 백성이 군자가 되어 사는 나라.
그것이 내가 꿈꾸는 나라요.
조선을 설계한 혁명가
정도전은 대업의 꿈을 목전에 두고
이렇게 생을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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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한의 백성들이여, 이제 다시 꿈을 꾸자.
민본의 이상을 실현하고
백성 모두가 군자가 되어 사는 대도의 세상을 만들자.
그대들에게 명하노라, 두려움을 떨쳐라.
냉소와 절망, 나태한 무기력을 혁파하고,
저마다 가슴에 불가능한 꿈을 품어라.
그것이 바로 그대들의 대업.
진정한 대업이다."
보너스컷. 왕자의 난 기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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