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_만나고 싶은 사람들/All about 人

세 번째 이야기: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대통령 선거가 끝났습니다.


한 해도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무심한 겨울은 더 깊은 추위로 빠져 듭니다.


겨울 가면, 꽃 틔우는 봄도 오겠지요.


하지만 봄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지친 분들이 있습니다.


일터에서 해고된 지 1,327일이 넘도록 직장에 돌아가지 못하고 거리에서, 철탑 위에서 또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아야 하는 쌍용차 노동자들입니다.


2009년 5월 8일 어버이날, 2,405명의 쌍용차 노동자, 2,405명의 어버이가 정리해고되었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는 동안 23명의 쌍용차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2012년 9월 20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쌍용차 국회청문회가 개최되었고, 쌍용차 문제의 책임자들이 나와 실상의 일부가 밝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2012년 휴머니스트는 이분들과 함께 한 소중한 기억을 갖게 되었습니다.


《의자놀이》프로젝트 에서 비롯된 경험입니다. 공지영의 《의자놀이》는 책 한 권의 제목이기에 앞서, 쌍용차 노동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사회의 관심을 모으는 재능기부 프로젝트이기도 했으니까요.

평소 같으면 쑥스러워 들어가지 못했을 대한문 앞 천막 분향소에도 들어가고, 작은 생각이나마 그분들 옆에 함께 서고자 했습니다. 함께 손 흔들며 크게 외치기도 하고, 독자들과 함께 쌍용차 문제에 공분하는 자리도 마련했고, …그리 오래지 않아 이 문제가 해결되리라 희망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 12월 24일 《의자놀이》 프로젝트의 세 번째 기부금이 전달됩니다.


공지영 선생님의 인세 수입 23,782,800원과 휴머니스트의 판매 수익금(인세) 59,457,000원 중 작가의 세금(38.3%), 출판사의 세금(22%)와 행사 홍보비를 제외한 50,094,290원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후원을 위해 개설한 의자놀이 계좌의 모금액 20,798,400원을 합한 70,892,690원입니다.

(자세한 내역은 의자놀이 공식 페이스북 계정http://www.facebook.com/musicalchair2001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앞선 1차 기부금 153,649,430원(9월 18일)과 2차 기부금 92,190,030원에 이어 3차 기부가 이루어지면서 《의자놀이》는 지금까지 총 316,732,150원을 실제 기부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부금이 단지 어떤 크기의 금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거라 믿습니다.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많은 분들의 우정과 연대의 표현일 것이며, 그분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의자놀이》를 구매함으로써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연대와 지지를 보내준 수만 명의 독자님들, 함께 애써 주신 수많은 재능기부자들, 그리고 모금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준 이웃들이 이룬 공동의 성과입니다. 그분들 모두가 이 재능기부 프로젝트의 공동 참여자이자 기부자임을 밝힙니다.


당선자가 내세웠던 공약과 슬로건대로라면, 다음 대통령의 임기는 지금보다 좋은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가 약속한 새로운 시대가 지금보다 한걸음이라도 나은 세상으로 나가자면, 이 시대 가장 비극적인 사건, 23명의 목숨을 죽음으로 몰고 간 쌍용차 문제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사건에 대한 명명백백한 원인 규명, 책임자 규명이 이루어져야 하고, 쌍용차 희생자들과 노동자들의 명예, 지위가 회복되어야 합니다.


모쪼록, 철탑 위의 간절한 마음이 널리 더 큰 마음으로 전해지고, 어서 빨리 저 분들이 땅을 밟으시길, 가족들의 따뜻한 품속에서 겨울 보내시길 간절한 마음으로 빕니다.


부디 건강하십시오!

 

 

초식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