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인가요?
저는 이메일과 사내 게시판을 확인한 후 온라인 서점과 출판사, 출판인의 블로그에 들어가봅니다. 어떤 책이 나왔는지, 요새 독자들이 찾는 책은 무엇인지, 다른 출판사와 출판인은 어떤 일을 하는지 슬쩍 들여다보는 거죠. 후후.
그중에서 재미있는 건 역시 출판사, 출판인의 블로그더군요. 다들 있으시죠? 업계인의 이야기에 공감하신 적.
블로그를 보며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을 보고 장바구니에 담기도 하고, 살짝 살짝 나오는 뒷이야기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합니다.
가끔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벤트를 발견해서 감탄을 하기도 하는데요.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고자 하는 출판사들의 노력을 보고 힘을 내기도 하고, 때로는 저의 능력 부족을 자각하며 좌절을 하기도 합니다.
(좌절엔 모다?)
최근 저를 사로잡은 건 ‘출간 전 이벤트’였습니다.
사실 출판사와 독자는 책을 매개로 만나는 만큼, 출판사에서 책 없이 독자들에게 다가가기가 쉬운 일은 아닌데요.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반짝반짝 빛나는 출판사들의 아이디어가 정말 재미있고, 기발하더라고요.
저를 감동시킨 이벤트,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1. 북스피어 – 미야베 미유키의 <그림자밟기>
고백하자면, 저는 북스피어의 책을 많이 읽은 독자는 아닙니다.
북스피어에서 주로 출간하는 미스터리, SF, 판타지와 같은 장르 문학을 잘 안 읽어서요.
(사실 책을 잘 안 읽는다는 말이 더 정확합니다;)
그래도 북스피어의 블로그는 자주 들어가요. 들어가면 뭔가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더라고요.
이번에 북스피어에서 진행하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그림자밟기> 출간 전 이벤트는 ‘업그레이드된 원기옥 이벤트 시즌 2’입니다. 이벤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이벤트는 2012년 5월에 진행되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안주> 출간 전 이벤트였던 '업그레이드된 원기옥 이벤트'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안주>
이 <안주> 이벤트로, 또 온라인 서점 알라딘의 ‘스페셜 북펀드’로 독자들의 자금을 모아 책에 투자하는 ‘독자 펀드’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는 출간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독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책에 믿고 투자하여 이익을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지요. (하지만 잘못하면 일거양실 -_-; 실제로 <안주> 이벤트는 경제적인 면에서는 실패로 끝났...)
‘독자 펀드’가 자금과 이익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재미없겠죠?
북스피어의 원기옥 이벤트가 재미있는 이유는 출판사와 독자를 특별한 관계로 만들어준다는 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독자 한 사람, 출판사 한 곳을 ‘우리 회사에서 만드는 책에 기꺼이 펀딩을 해줄 정도로 열성적인 독자’, ‘내가 좋아하는 책을 만드는, 나와 잘 맞는 출판사’로 만들어주더라고요.
<안주> 이벤트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북스피어와 펀딩을 한 독자들 사이에 끈끈한 무언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부럽기도 했고요.
이번 ‘원기옥 이벤트 시즌 2’는 목표액이 무려 1억 원으로 지난번의 2배가 되었습니다. 상당한 액수죠?
펀딩에 참여한 독자라도 <그림자밟기>를 증정하지 않고 ‘독자 사재기’를 장려하는 점, 배당 기준을 단순화한 점 등 소소한 변화도 눈에 띕니다. 한 번 경험을 하셨기에 노하우가 쌓이는 듯합니다.
물론 가장 기대되는 점은 독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입니다. 북스피어 대표님도 “펀드에 참여한 독자들을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하신 만큼, 귀추가 주목됩니다.
(북스피어 대표님은 일명 마포 김사장님... 이렇게 불러도 되려나요; 그러고 보니 마포에 있는 H사 대표님의 성씨도...)
2. 애니북스 – 아라키 히로히코의 <죠죠의 기묘한 모험>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만화.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올해 상반기 가장 핫한 만화로 <진격의 거인>과 함께 <죠죠의 기묘한 모험>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은 1987년부터 지금까지 연재 중인, 어마어마하게 장수하고 있는 만화인데요.
기묘한 그림과 독특한 대사, 흥미진진한 전개가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어떻게 기묘하고 독특한지는 보셔야 알 수 있어요;)
스스로를 ‘죠죠러’라 부르는 많은 마니아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만화이기도 합니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은 올해 5월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되면서 12권 세트 예약 판매 하루 만에 온라인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에 오르는 등 많은 이슈를 낳고 있습니다. (하지만 죠죠러에게 가장 큰 이슈는 초판 저자 사인본 누락... 애니북스 관계자 분들께 죄송;)
<죠죠의 기묘한 모험> 발매 전, 애니북스가 마련한 이벤트는 바로 ‘<죠죠의 기묘한 모험> 타이틀디자인 공모’였습니다.
책 표지에 쓰일 한국어 타이틀 로고를 뽑는 이 이벤트는 사실 디자인을 할 줄 아는 한정된 독자를 대상으로 한 이벤트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요. 놀랍게도 2주 만에 200여 작품이 응모되어 죠죠러들의 열정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당선작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벤트 자체가 하나의 이슈가 된, 재미있는 사례였습니다.
3. 알라딘 – 미리보는 인문교양 2013 자료집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만든 이 자료집에 (저를 포함한) 많은 인문 독자들이 열광했습니다.
주요 인문사회 출판사의 2013년 상반기 출간 예정 도서를 한번에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유럽, 미국의 많은 출판사들은 출판 예고제를 통해 1~2년 이내에 나올 도서의 출간 시기와 정보 등을 공개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출판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출간될 도서의 정보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휴머니스트의 경우, 매년 초에 발행되는 도서목록에 그해 출간될 주요 신간들의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 )
알라딘의 <미리보는 인문교양 2013 자료집>은 주요 인문사회 출판사의 정보를 모아놓았기에,
독자들은 이 출판사 저 출판사 돌아다닐 필요 없이 편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은품으로 증정되었던 종이책과 함께 무료 전자책을 배포한 점 또한 반갑더라고요.
물론 출간 예정 도서이기 때문에 기대했던 책이 예고된 시기에 나오지 않아 실망감을 느낄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2013년 하반기 목록은 7월에 나온다고 하니,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도 좋을 것 같아요.
독자 펀드에서부터 출판 예정 도서 자료집까지, 조금이라도 독자들과 먼저 만나기 위한 노력과 아이디어가 놀랍습니다.
물론 모든 책을 가지고 이런 이벤트를 할 수는 없겠죠. 예를 들어 위의 이벤트들도 '미야베 미유키', '죠죠러', '알라딘'이 없었다면 이벤트를 구상하는 것 자체가 굉장이 어려웠을 겁니다.
흔치 않은 기회이니 만큼 관심 있는 출판사의 홈페이지, 블로그를 종종 방문해서 이벤트를 적극 활용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참, H사에서도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완간 기념으로 독자 대담, 미리 보는 20권 스토리북 증정 등 다양한 출간 전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니 휴로그도 종종, 아니 자주 방문해주시면 좋겠죠? 휴로그 글은 항상 기승전홍보;
기대하세요!
- 런닝맨
'H_만나고 싶은 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휴머니스트 창립 15주년 (0) | 2016.05.12 |
---|---|
<어느 예술가의 마지막 일주일> 시사회를 다녀와서 (5) | 2013.06.18 |
내 맘대로 ‘위대한 질문 시리즈’ 리뷰_내가 독자라면 (0) | 2013.06.04 |
SNL 코리아 '진중건의 토론배틀'에 등장한 진중권 선생님 (0) | 2013.05.21 |
시집 한 권, 사 보셔도 좋습니다 (4) | 2013.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