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권의 그림 수첩과 600장의 일러스트가 만들어낸 특별한 뇌과학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
‘아니, 이 원고를 어떻게 편집하지?’
원고를 훑어보고 떠오른 첫 번째 생각이었다.
200자 원고지 2,000매가 넘는 분량은 둘째 치더라도 600장이 넘는 그림은 담당 편집자인 나의 기를 죽이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원고를 제대로 읽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생소한 과학 용어들이 많아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들이 꽤 있었지만, 내 머릿속 책의 상은 한결 명확해졌다. 그림을 통해 뇌의 구조를 제대로 보여주고, 이를 통해 뇌의 작용과 기능을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책. 이것은 저자가 ‘지은이의 말’에서 밝힌 집필 동기이기도 했다. 이 책이 출간된다면 뇌과학 연구자,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전문가뿐만 아니라 뇌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두고두고 읽을 만한 책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은 뇌과학 전문가 박문호 박사가 지난 5년간 뇌과학 강의에서 다룬 내용과 그림을 엮은 책이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그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실제로 강의를 할 때 화이트보드에 뇌 그림을 그리면서 수강생도 직접 그림을 따라 그리게 한다. 뇌의 기능을 알기 위해서는 뇌의 구조를 알아야 하며, 뇌의 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보다 그림을 읽고 그려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책 역시 저자의 의도에 맞게 편집을 하고 제목을 정했다. 물론 말은 쉽지만, 그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본문 디자인을 결정하는 데에만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고, 시안을 세 번 수정하면서 판형은 계속 커졌다. 그렇게 이 책은 가로 19.5센티미터, 세로 26.5센티미터, 두께 4.5센티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를 갖게 되었다.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편집자, 디자이너의 고생도 많았지만, 당연히 가장 큰 노력을 한 사람은 저자이다. 특히 이 책은 편집자가 일러스트 작가를 섭외해서 원고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 통상적인 방식이 아니라, 저자가 일러스트 작가와 직접 논의하여 그림을 완성하는 특별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저자는 다양한 뇌과학 관련 그림 자료를 수집하고 직접 새로 그려가며 40권이 넘는 그림 수첩을 만들었는데, 일러스트 작가는 그 그림 수첩을 바탕으로 이 책에 실린 600여 장의 일러스트를 그렸다. 일러스트 작가는 저자의 강의를 4년 동안 들었기에 과학적 지식에 기반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저자는 일러스트 작가와 수없이 소통하여 모든 그림을 선 하나까지 신경 쓰며 수정했다. 이 때문에 책에 실린 그림은 600장이 넘는 분량뿐만 아니라 엄밀함과 정확함에서도 다른 뇌과학 책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높은 수준을 갖게 되었다고 자부한다.
저자, 일러스트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의 노력 때문일까? 800쪽 가까운 분량과 58,000원이라는 비싼 가격을 가진 이 책은 출간된 지 일주일 만에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한 달 만에 초판 3,000부가 판매되었다. 처음 원고를 읽었을 때 가졌던 확신처럼, 이 책이 뇌과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꾸준히 읽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휴머니스트 편집부 전두현
(출판저널 5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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