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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청춘의 독립은 녹록치 않다. 우선은 현실적인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보증금에 높은 방세를 낼 수 있어야 하고, 적어도 인간답게 먹고산다고 할 정도로 살림을 할 각오도 있어야 한다. 온갖 디자인 상품으로 치장되어 있는 드라마 속 원룸과 달리 다 떨어진 벽지와 장판과 궁상맞은 가재도구 몇 개가 전부인 옥탑방과 반지하방도 당분간 견뎌내야 한다. 그러나 가장 골치 아프고 또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바로 부모님을 꼬시는 일이다. 그냥 떼를 부린다고 되는 일도 아니며, 자신의 성장을 한순간의 쇼맨십으로 드러내 보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정말 오랫동안 신뢰와 정성을 들여 설득해야 한다. 나의 삶도 삶이지만 부모님들 또한 자신의 살점을 덜어 보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아픔의 이유를 정당화해줄 .. 더보기
그 멋있는 자취방 문짝에는... 제대하고 인천에서 서울로 다니기가 너무 멀어, 사실 빨리 집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컸기에 자취방을 알아보고 다녔다. 노고산 일대를 샅샅이 찾아다니다 도스토옙스키 소설에나 나올 법한(흰색 페인트 칠을 한 건물이 북향으로 해를 등지고 가운데 수돗가를 건물이 둘러싸는 그런 구조였다) 방 하나가 싸게 나왔는데, 철계단을 타고 돌아서 3층까지 올라가면 아이 하나 겨우 들어갈 만한 철문이 있고 그 안에 조그만 방 두 개를 각각 세를 놓고 있던 집이었다. 한마디로 그냥 대충 만들어 놓은 방이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8만원짜리여서 인근에서는 가장 싼 집이었다. 망설이다가 자취방 문짝에 적혀 있는 글 때문에 그냥 살기로 했다. 갓 제대한 터라 보증금도 동아리 친구에게 빌려 내고, 닥치는 대로 알바를 하면서(헌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