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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만나고 싶은 사람들/All about 人

헌책, 좋아하세요?

 

 

 

 

 

<비브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 속 헌책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책을 간판에 내건 버라이어티가 영 힘을 못 내 말이 많은 가운데, 이웃 일본에서는 책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가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새 책이 아닌 헌책이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비브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2대에 걸쳐 고서당을 운영하고 있는 여주인이 헌책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 고야마 기요시의 <이삭줍기>, 비노그라토프 <논리학 입문>,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 등이 드라마에 나오는 책들입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정말 추론 능력과 논리적 사고가 발달하는 걸까요? 뻔히 들통 날 걸 알면서도 왜 나쓰메 소세키의 서명을 헌책에 위조할 수밖에 없었는지, 쓰다 만 주소와 판매를 의뢰한 책 상태만 보고 도망가 버린 손님의 집을 찾아낸다든지. 우리가 몰랐던 헌책의 세계는 물론이고, 소소하지만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여주인의 추리와 고서당의 중후함, 활극까지 더해져 진중하면서도 역동적인 재미가 있는 드라마입니다. 원작 소설은 2012년에 나와 지금까지 380만 부를 팔아치웠을 정도로 일본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얼마 전 한국에서도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한국판 비브리아 고서당 알라딘 중고서점

 

<비브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을 보면서, 만약 한국에서 이런 드라마를 찍는다면 어디가 좋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조금 현대적인 느낌을 더한다면 알라딘 중고서점은 어떨까요? 헌책의 세계에서 전통을 고수하는 구세대와 새로운 문화를 욕망하는 신세대의 갈등과 화해, 진부하지만 나름대로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깔끔하고 체계적인 도서 정리, 접근성 높은 위치, 현대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사랑 받고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은 서울(종로, 신촌, 대학로), 분당, 부천, 광주, 울산, 부산 등 8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답니다. 시중에서는 볼 수 없는 절판 도서와 중고책이지만 출간한 지 6개월도 안 지난 신간들이 있어 열심히 찾아보면 새것에 가까운 중고 책들을 만나는 행운을 거머쥘 수도 있고요. 책장을 훑다 보면 몇몇 책들은 재고가 상당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자연스레 시대별 베스트셀러도 확인할 수 있답니다. 책뿐만 아니라 알라딘 MD 상품, 중고 CD, 중고 DVD 등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 단순한 중고서점이 아니라 문화공간으로도 볼 수 있겠네요.

  

   

 

    

 

 

 

헌책방 잡아먹기? 새로운 출판문화의 탄생? 헌책방 VS 중고 서점

 

알라딘뿐만 아니라 주요 인터넷 서점들도 중고도서 매매에 힘을 쏟고 있고, 대형 서점들 역시 중고 서적 코너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중고 책 붐이 일고 있지 않나 싶은데요, 이를 두고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네요. 불황으로 보다 싼값에 책을 구매하려는 독자들 입장에서는 두 팔 벌려 환영이지만, 동네 서점이나 기존 헌책방들 입장에서는 SSM과 동네 슈퍼의 싸움에 비유하며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 침해라는 반응입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소장하고 싶은 책이 점점 적어지고 한 번 읽고는 다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중고책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라는 어느 출판 전문가의 따끔한 분석처럼, 출판사 입장에서는 책들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기존의 헌책방과 비교했을 때 접근성이 높고, 새것에 가까운 책들을 여러 권 보유하고 있어 독자들의 지갑을 돕는 중고 서점은 당분간 계속 성황을 이룰 것 같습니다. 큰 틀에서도, 스마트폰과의 시간 경쟁에 우위를 빼앗겨 버린 책이 조금이라도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건 역시 반가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비브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의 주인공처럼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책을 읽으면서도 그 위에 자신만의 스토리를 쌓아 헌책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멋진 독자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